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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계곡바람에 맥을 못추는구나

경상북도로 떠나는 늦피서

경북으로 늦피서 떠나볼까
올해는 경북방문의 해이다. 아직 피서를 떠나지 못한 가족들은 경북 지방의 명소들을 찾아가서 마지막 무더위를 식혀보자. 문경은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지나는 곳이라 접근하기가 쉽고 영덕과 포항은 계곡의 시원함과 동해안의 파도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어서 여름 여행지로 제격이다.


■문경새재와 용추계곡
당신의 걸음이 비록 보보생연화(步步生蓮花)는 아닐지라도 걸으면 산다. 많이 걸으면 건강이 보이고 돈이 보이고 진한 섹스가 보장된다. 새소리와 물소리를 들으며, 발바닥으로 푹신한 촉감이 전해지는 흙길을 걸어보고 싶다면 문경새재로 떠나보자. 고려 태조 때 처음 열린 새재는 조선시대 때에는 영남과 한양을 잇는 큰 길, 영남대로였다.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가던 영남의 선비들과 장터를 찾아가던 백성들이 이 고갯길을 넘었다. 길 중간 중간에는 드라마촬영장, 조령원터 등의 문화유적지, 조곡폭포 등이 있어 조금도 지루하지가 않다. 제3관문 가까운 곳을 제외하고는 전 구간이 완만한 경사를 이뤄 어린이나 노약자도 어렵지 않게 건강을 위한 나들이를 즐길 수 있다.
경북 문경시 문경읍과 충북 괴산군 연풍면 사이의 백두대간 위에 놓인 고개 새재(조령)는 험준하기 짝이 없어 나는 새도 쉬어간다는 뜻에서 그같은 이름이 붙었다. 문경도립공원의 제1관문(주흘관)에서 제2관문(조곡관)까지는 약 3km이고 제2관문에서 제3관문(조령관)까지는 약 3.5km, 이를 합하면 6.5km에 이른다. 각자의 시간형편과 체력에 따라 제3관문까지 왕복을 해도 좋고 제2관문까지만 다녀와도 좋다. 또는 제3관문에서 출발,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 제1관문에서 트레킹을 마치는 방법도 있다.
제1관문을 지나 조금만 오르면 왼편에 고려와 백제시대의 왕궁, 양반집, 초가집 등이 골짜기를 가득 메운 KBS드라마 촬영장이 보인다. 그 안에 들어가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보면 드라마의 단역배우라도 된 듯한 기분에 젖기도 한다.
촬영장 입구에서 제2관문까지는 맨발지압로, 개나리꽃길, 폭포동, 조령원터, 주막, 교구정, 예배굴, 산불됴심비, 조곡폭포, 소원성취탑 등이 줄줄이 나타난다. 조령원은 이곳을 지나던 길손들이 하룻밤 묵어가며 요기를 하고 물물을 교환하던 곳이고 교구정은 신구 관찰사가 업무를 인수인계하던 곳이다. 조곡폭포는 근래에 문경시에서 만든 폭포. 비록 인공 폭포이긴 하나 시원한 물줄기를 바라보면 옛길 걷느라고 이마에 맺힌 땀이 저만치 달아난다.
조곡폭포를 지나 청정한 계곡물을 건너면 제2관문인 조곡관이 여행객들을 반긴다. 제1, 제3관문이 조선 숙종 34년(1708)에 세워진 반면 제2관문은 이보다 앞서 임진왜란 직후인 선조 27년(1594)에 설치됐다. 많은 여행객들은 조곡관 뒤편 솔 숲에서 조곡약수를 한 모금 마시며 기를 충전시키고 제1관문 방향으로 되돌아간다.
더 걷기를 원하는 이들은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제3관문으로 향한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갈 길은 조금 더 길다. 하지만 옛길의 정취에 깊이 젖어보려고 나선 여행이니 발길을 연장해도 즐거운 하루이다. 이제 숲은 더욱 깊어지고 인적은 드물어진다. 임진왜란 때 신립장군이 진을 쳤다는 이진터를 지난 지점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동화원을 거쳐도 좋고 박석이 깔린 장원급제길을 타도 좋다. 마침내 제3관문에 다다르면 시오리 거리의 옛길 트레킹은 끝이 난다. 조령관 주변 바윗돌에는 ‘새재에 올라’, ‘새재를 지나는 길에’ 등 새재를 소재로 한 옛 선현들의 시편들이 새겨져 있어 눈길을 끈다.
문경시에서는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매월 보름에 가까운 토요일 오후 2시부터 ‘문경새재과거길 달빛사랑여행’이라는 행사를 운영한다. 문화유산해설듣기, 짚신신고 옛길 걷기, 문경꿀떡 먹기, 호롱불 밑에서 편지쓰기, 다듬이방망이연주 등이 주요 프로그램이다.
문경에는 새재 말고도 하늘재라는 옛길이 더 있다. 문경읍 관음리와 충주시 상모면 미륵리 사이에 놓인 하늘재는 문헌 상 가장 먼저 뚫린 고갯길이다. 신라 아달라이사금 3년(156)에 개통됐으니 18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영주와 단양을 잇는 죽령은 이보다 2년 뒤에 개척됐다. 계립령, 지릅재, 대원령, 한훤령 등 다양한 별칭을 가진 하늘재는 신라사람들이 한강 유역으로 진출하기 위해 닦은 군사도로였다.
이밖에 꼭 걸어볼 곳이 고모산성과 토끼벼리, 용추계곡 등이다. 고모산성은 군사 방어용 목적으로 삼국시대에 축조된 산성이며 둘레가 1.3km 정도 된다. 고모산성의 진입로 구실을 하는 진남루의 동남쪽에는 토끼벼리라는 옛길의 흔적이 남아있다. 영강 강변 비탈에 토끼 한 마리 겨우 지나갈 정도로 만들어져 있는 이 길은 영남대로 중에서 가장 험한 길로 왕건이 견훤의 군사를 피해 달아날 때 이 길을 탔다.
이번에는 문경이 자랑하는 계곡을 찾아가본다. 용추계곡이나 선유동계곡으로 향한다. 가은읍소재지에서 충북 괴산으로 이어지는 922번 지방도로에 오른 뒤 문경석탄박물관과 봉암사 입구를 지나면 먼저 문경선유동계곡이 모습을 드러내고 조금 더 가면 대야산 용추계곡이 기다린다. 선유동계곡은 도로변에 위치, 접근하기가 편하고 용추계곡은 식당촌에서 약 15분 가량 물길 옆 숲길을 걸어야 하지만 용추의 기막힌 풍경이 땀흘린 수고를 보상해준다. 용이 승천하면서 복숭아 모양으로 움푹 바위를 파놓았는데 이곳이 바로 용추. 대야산 용추는 KBS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의 촬영지 가운데 한 곳이다. 태조 왕건은 바로 이곳에서 도선선사로부터 ‘도선비기’를 전수받았다. 이 책은 신라 말에 신승으로 알려진 도선선사가 지은 책이며 고려의 건국을 예언하고 있다.
<여행정보-지역번호 054>
문의=문경시청 552-3210, 문경새재도립공원 관리사무소 550-6421, 문경새재유스호스텔 571-5533, 문경종합온천 571-2002, 철로자전거 진남역 매표소 550-6478, 가은농공단지 매표소 550-6578, 문경도자기전시관 550-6416, 석탄박물관 550-6424, 문경관광사격장 550-6446, 문경레포츠(래프팅) 571-5269, 성보예술촌 554-7001
맛집=문경새재 입구에 소문난식당(묵밥, 572-2255), 새재할매집(돼지양념석쇠구이, 571-5600), 깊은산속 화로구이(돼지참숯구이, 571-7978), 목련가든(손두부전골, 572-1940), 새재토속두부마을(순두부정식, 571-9672) 등. 소문난식당에서는 청포묵조밥, 도토리묵조밥, 청포채, 더덕구이 등을 맛볼 수 있다. 그밖에 문경시내에 약돌돼지샤브샤브(약돌돼지요리, 556-7192), 마성면에 진남매운탕(민물매운탕, 552-7777), 산북면에 거송가든(송어회, 553-1362) 등.

■영덕 옥계계곡
경북 청송군과 영덕군의 경계 지점 인근에 ‘옥계’라는 이름을 가진 계곡이 자리잡고 있다. 영덕군이라고 하면 강구항과 대게, 고래불해수욕장만 있는 줄로 아는 여행객들에게 달산면의 옥계계곡은 기막힌 풍광과 시원한 골바람을 골고루 선사한다.
지명에 구슬 옥 자가 들어간 곳답게 기암절벽과 움푹 파인 바위굴, 청정수와 잘 어울린 자갈밭 등등 주변 풍경이 여행자들의 시선을 한동안 옴짝달싹할 수 없게 만든다. 옥계계곡은 묘하게도 주왕산 줄기와 내연산 줄기의 골골에서 솟아난 물이 합수하는 지점에 형성되어 있다. 영덕 오십천의 상류에 해당하며 계곡물은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고 거센 물줄기는 때때로 물가 바위 절벽에 반원형의 동굴들을 만들어놓았다. 그 물줄기 바로 북쪽에 팔각산(628m)이라는 이름의 예사롭지 않은 봉우리가 솟아있어 계곡미를 더욱 더 살려준다.
옥계계곡은 청송군 부동면과 영덕군 달산면을 잇는 69번 지방도 바로 곁에 있어서 접근하기가 쉽다. 물이 불어나면 잠기는 잠수교를 중심으로 좌우의 굵은 자갈밭과 바위지대는 텐트촌으로 활용된다. 차량은 계곡 양편의 빈 터나 도로변 공터에 세워두도록 한다. 간이화장실이 길가에 세워져 있다. 숙박시설이 그리 많지 않으므로 영덕읍내나 강구항 주변의 시설을 이용하도록 한다.
영덕과 청송, 포항 등 세 지방의 행정구역 경계가 한데 어울리는 삼각지점에 위치한 옥계계곡 물가에는 침수정이라는 정자가 하나 있다. 조선조 광해군 원년에 어지러운 세상을 한탄하며 이곳에 찾아들었던 ‘손성을’이라는 선비가 지은 정자로 선생은 이곳의 경치를 감상하면서 여생을 보냈다. 정자 아래 물가에는 교실 한 칸 크기의 반석이 있어 쉼터로 제격이다. 하루는 옥계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이튿날은 강구항 구경과 강축해안도로 드라이브 나선다면 구색이 잘 짜여진 피서여행이 된다.
강구항을 지나서는 북쪽의 축산항을 거쳐 영해면 대진해수욕장에 이르기까지 긴긴 해안도로가 펼쳐진다. 강축해안도로라 불리던 이 길에는 어느새 ‘영덕대게로’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었다. 드라이브 도중 머물게 되는 장소는 창포말조형등대와 해맞이공원이 조성된 곳이다. 1997년 산불로 인해 해변숲이 모두 불타버리자 군에서는 지금처럼 여행객들이 쉬어가기 좋은 해맞이공원과 조형 등대를 만들어놓았다. 누구든지 한번쯤은 차를 세우고 심호흡을 하면서 바다의 기를 들이마시거나 나무 계단을 밟고 바닷가로 내려가 파도소리를 귀에 담아온다. 여기서 십리, 이십리 밖의 바다 속이 왕돌잠이라 불리는 대게 어장이다.
영덕대게의 집게발 모양을 한 창포말등대 전망대까지 올랐다가 풍력발전단지로 발걸음을 옮긴다. 해맞이공원에서 삼계리로 가는 포장도로변과 영덕풍력발전 관리사무소에서 대부리를 잇는 능선 상에 24개의 거대한 풍차가 쉭쉭 소리를 내며 쉼없이 돌아가고 있다. 풍차의 행진을 보려고 승용차는 물론 수학여행 학생들을 태운 대형 관광버스들까지 발전단지 주차장으로 모여든다. 파란 봄날의 하늘, 파란 영덕의 바다, 그 사이에 우뚝 선 24개의 하얀 풍차들이 도열해서 제각각 부지런히 3개의 날개를 돌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이국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여행정보-지역번호 054>
문의=영덕군청 대표전화 730-6114, 영덕시외버스터미널 732-7673, 영덕시내버스 안내 732-7374, 영덕풍력발전 727-5212, 경보화석박물관 732-8655, 칠보산자연휴양림 732-1607
맛집=대게궁(734-5001), 동해별미식당(733-0292), 덕성식당(733-9934), 서울해장국(734-5949), 도곡멧돼지가든(733-3382), 대구갈비(732-0328), 백암회식당(732-2440) 등

■포항 폭포골
포항의 명찰 보경사를 지나 숲과 반석, 물이 조화를 이룬 비탈길을 오르노라면 발 아래로는 천야만야한 계곡이 펼쳐지고 청심대?세심대를 지나면 기묘한 물기둥 두개가 땅을 울린다. 이곳이 제1폭포인 쌍생폭포다.
철책에 의지하며 18계단을 오르면 폭포옆을 지나게 된다. 약 1백여m를 더 오르면 높지는 않으나 펑퍼짐한 삼보폭(제2폭포)이다. 곳곳에 널린 암반은 물을 어르고, 물은 암반에 장단 맞춰 고였다간 곤두박질치며 부서진다. 가파른 길을 오르노라면 오른쪽은 맑은 계류가 샘솟아 발길을 한결 가볍게 한다. 기암 사이로 몸을 숨기며 부끄러운 듯 흘러내리는 보현폭포는 길에서 조금 떨어져 있고 잠룡폭포는 용이 물에 잠겼다가 산을 가르고 날아갔다는 전설에 걸맞게 우람하다.
온통 땅을 뒤흔들며 시원스럽게 쏟아지는 무풍폭포는 소를 이루며 휘돌다가 다시 떨어진다. 저마다 다른 모양을 뽐내는 폭포들은 한굽이 돌 때마다 하나씩 펼쳐진다. 층암절벽 사이에 살며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관음폭포는 장엄하기 이를 데 없다. 폭포 옆 암벽에는 10여 개의 천연동굴이 마치 방공호처럼 여기저기 뚫려있어 이 산의 신비를 더한다.
폭포골의 하이라이트는 7폭인 연산폭포인데 신선이 타고 온 학이 깃들었다는 학소대와 조화를 이룬다. 기암 사이로 물줄기가 바위에 부딪쳐 뒤틀리며 쏟아져 내린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튀는 물보라가 온몸을 적시고 햇빛이 비치면 쌍무지개가 피어나 신비를 더한다. 대부분 이곳에서 완상하다가 오던 길로 되돌아 내려가는데 마치 선계를 나와 환속하는 느낌이다. 왕복 3km에 두시간이면 넉넉하다. 좀 더 오르면 은폭?시명폭?복호 1,2,3폭 등이 있으나 힘든데 비해 절묘함이 떨어진다.
폭포골의 들머리인 보경사는 송라면에 소재한 고찰이다. 내연산의 폭포 물줄기를 감상하고 내려와서 답사해야 할 절이다. 신라 진평왕 25년(603)에 지명법사가 창건했고 고려 고종 1년인 1214년에 원진국사가 중수를 했으며 조선조 때도 중창을 여러 번 했다고 전한다.
포항의 내륙인 죽장면 하옥리에 가면 하옥계곡이 숨어있다. 포항시 주변 사람들이 외지에 알려지기를 꺼려하는 계곡이기도 하다. 영천시-영천호를 거쳐 접근할 수도 있고 포항시 청하면-죽장면 코스를 거쳐 갈 수도 있다. 상옥리를 지나고 비포장도로를 달려 하옥리와의 경계 지점도 지나면 드디어 하옥계곡이 그 비경을 드러낸다. 1972년에 가설돼 낡을 대로 낡은 향로교 주변이 물놀이를 즐기기에 적당하다.
상옥리에서 하옥리에 이르는 30리 구간, 내연산 줄기에서 발원한 시냇물들이 모여 하옥계곡을 이루고 있다. 포항 바닷가와는 기온 차이가 5~6도 가량 난다. 그만큼 시원하다는 얘기이다. 여름철이면 물놀이 장소로 더없이 좋고 가을철이면 설악산 단풍 못지 않은 자태를 자랑한다. 느티나무, 참나무, 옻나무 등이 주변 산을 뒤덮고 있다. 하옥계곡 비포장 길은 일제시대 때 닦은 길이나 아직까지도 포장계획이 없으니 오지마을 냄새는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여행정보-지역번호 054>
문의=포항시청 대표전화 270-2114, 보경사 종무소 262-1117, 포항 시외버스 터미널 274-2313, 내연산수목원 262-6110, 대보면 국립등대박물관 284-4857
맛집=호미곶회타운(284-2855), 새포항물회식당(241-2087), 영남해물탕(272-0600), 한솔밭식당(277-9292), 하옥산장(262-7885) 등.
/객원전문기자(한국여행작가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