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와사람]전국 60만 요양보호사 "우리도 노동자"
[일터와사람]전국 60만 요양보호사 "우리도 노동자"
  • edit03 기자
  • 승인 2009.11.0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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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요양사가 1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주에서 방문요양 서비스 일을 하는 요양보호사 박선순(여·38·가명)씨는 최근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를 들었다. 앞으로 요양보호사가 개인사업자로 변경되면서 개인소득세를 납부해야 하는 한편 4대보험 혜택도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동안 기관과 근로계약서를 체결하고 업무에 대한 지휘감독을 받아왔던 박씨는 이 같은 상황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호소했다.

박씨는 “기관에 소속돼 일을 하다가 하루 아침에 자영업자가 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요양보호사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노동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인데 오히려 근무조건을 나쁘게 만들다니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노동권’을 박탈당할 처지에 놓인 전국의 노인요양보호사들이 노동부를 상대로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노인장기요양제도가 시행되면서 전국적으로 60만명에 이르는 요양보호사가 양성됐다. 그러나 현재 이들을 둘러싸고 보건복지가족부와 노동부간의 입장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즉, 요양보호사의 노동권을 인정하는 보건복지가족부와는 달리 노동부는 이들은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산재보험, 고용보험 가입을 수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복지부 지침에 근거해 5대보험에 요양보호사를 가입시키려했던 요양기관들도 줄줄이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서 거부당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5일 전국노인요양보호사협회 전북지부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도내 요양보호사는 2만6,000명이며 요양시설은 151개, 재가시설은 574개로 집계됐다. 인력은 자꾸 양성되는데 일자리는 한정돼있어 전국적으로 요양보호사의 취업률은 26.5%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며 이들 10명 중 6명은 월 60만원 이하의 적은 수입을 받고 있으며, 또 10명 중 5명은 한달에 10일도 채 일하지 못해 4대 보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도내에서도 4대보험에 대해 선택 가입할 수 있게 해 보험 혜택을 못 받는 재가센터도 있고, 근무 중 산재 발생시 근로복지공단에서 승인이 나지 않아 산재처리가 안 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요양보호사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요양보호사에 대한 노동자성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압축한다.

이들이 내세우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명시된 내용에 따르면 재가요양기관 모든 종사자는 기관의 장과 근로계약이 체결된 자다. 또 자격 취득을 위한 교육 이수교재인 ‘보건복지부 요양보호사 표준교재’에도 근로자로 명시, 개인사업자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다는 것이다. 더불어 보건복지부에서는 각 요양기관에서 요양보호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할 시에 반드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사회보험을 가입하라는 지침을 수시로 내려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이유를 토대로 요양보호사들은 노동부가 그동안 요양기관에 고용되어 일을 해오던 노동자들에게 개인사업자의 이름을 강요하며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빼앗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면 노동부 측은 이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는 어렵다고 답변한다. 노동부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인지 여부는 계약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이든 도급계약이든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노동부가 요양보호사협회에 질의회신한 내용에 따르면 요양보호사는 출·퇴근 시간이나 근로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업무수행과정에서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 점, 요양보호사 개인의 근무가능시간에 따라 요양보호대상자수가 결정되는 점, 사업주의 업무지시를 거부하여도 별도의 제재가 없는 점, 개인사업자로 등록되어 개인사업자소득세를 납부해 온 점,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요양보호사 측의 반박도 존재한다. 노동부가 판단의 근거로 삼은 것들이 노인장기요양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

요양보호사 측은 “노동부의 답변은 마치 요양보호사들이 자영업자처럼 누구의 지휘감독도 받지 않으며 개인 사업을 하는 것처럼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공단의 등급판정결과에 따라 이용대상자가 정해지면 요양기관의 케어플랜에 따라 출퇴근시간이 정해져있으며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의해 정해진 업무만 해야 한다”며 “또한 요양보호사들은 근무 시작 전 업무계획을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 등록하고 업무기록지를 매일 작성하여 보고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 재가요양기관은 수시로 대상자에게 적절한 요양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에 대해 지휘감독하고 점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지난 3일부터 전국요양보호사협회와 민주노총, 공공노조 등 노동사회단체들은 노동부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전국요양보호사협회 전북지부 조혜진 사무국장은 “실제로 재가센터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은 장기요양법에 의해 직접 고용하게 돼있음에도 법령 관계에 전혀 상관없이 노동부에서는 이들이 표면적으로 개인사업자화 돼있다며 노동자로 인정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방침은 요양보호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전북지역에서도 피해 사례가 증가하고 있고, 드러나지 않는 피해사례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이를 방치할 것이 아니라 노동부에서 4대보험을 들고 있지 않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법적 처리를 하는 한편 사전 조사를 실시해 사업장의 법적인 관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성우 기자 dayroom01@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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