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석 감독은 마땅한 놀거리가 없던 어린 시절 고향인 익산 황등에서 지천에 널려있던 돌멩이를 던지며 놀았다.

초등학교 4학년 소년체전에 익산 황등남초등학교 던지기 선수로 출전한 이 감독은 당시 군산초등학교 야구부를 담당하던 김기홍 교사의 눈에 띄게 된다.

이 감독의 강한 어깨를 눈여겨 본 김 교사가 이 감독을 군산초등학교 야구부 입단을 권유했고, 여기서부터 이 감독의 야구와의 인연은 시작된다.

이후 이 감독은 투수로 활약하며 5학년 때 전국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군산중, 군산상고, 동국대 등 학생 야구의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학창시절 총 8번의 전국대회 우승을 일궈낸다.

이후 프로구단인 빙그레이글스에 입단한 이 감독은 1988년 4월 17일 국보급 투수인 선동열 선수가 선발로 나선 해태타이거즈와 맞붙어 노히트 노런이라는 대기록으로 승리를 거머쥐는 등 발군의 실력을 선보인다.

“이번 결승경기에서 보았듯 마지막 순간까지 예측이 불가능해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바로 야구의 묘미입니다”며 “108개인 야구공 실밥들이 만들어내는 공의 조화로 시작되는 야구는 108번뇌를 가진 인생의 변화무쌍함과도 일맥상통합니다”고 나름대로 야구철학에 대해 정의했다.

이 감독에게는 사랑하는 가족으로 부인과 두 딸이 있다.

아들을 낳으면 야구를 시키려던 그는 첫 딸을 얻자 80년대 초 최고 인기 만화였던 ‘공포의 외인구단’ 여주인공 엄지로 이름지을 정도로 야구를 사랑했다.

가족 관계를 묻는 질문에 “아마 아들이 있었으면 주인공인 까치로 이름지었을 겁니다”며 “외인구단처럼 모여든 우리 선수들 모두가 아들입니다”고 답하는 이 감독에게 야구는 가족이자 삶 그 자체였다.

이토록 야구를 사랑하는 이 감독의 가정에 예기치 않은 병마가 찾아온 것은 6년 전.

부인에게 유방암, 갑상선암, 십이지장암 등 3가지 암이 한꺼번에 찾아오면서 그동안 3차례나 대수술을 받았지만 현재 암세포가 골반으로까지 전이돼 있는 아픔을 겪고 있다.

이 감독은 그동안 선수들의 사기에 영향을 끼칠까 봐 이 같은 사실을 주위에 숨겨오며 오직 선수 지도에만 매달려 왔다.

“집사람이 걱정말고 선수지도에만 신경쓰라며 표를 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기어코 군산상고 야구를 재건해 보답하자며 이를 악물곤 한다”며 “다행히 두딸이 엄마를 잘 돌보고 있지만 봉황대기 결승 이후 가진 휴가 기간에도 신입생 선수 확보를 위해 돌아다니다 보니 아이들과 아직까지 식사 한번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특히 이 감독은 현재 고3인 큰딸 엄지의 담임선생님이 엄지를 군산상고와 대구고의 결승전에 보내주며 “내가 대구고 졸업생이지만 엄지 아빠 때문에 모교만을 응원할 수 없게 됐다”며 “어렵게 고생하신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어 주길 바란다”고 전해와 딸을 꼭 껴안아 주고 경기에 임했다는 가족 간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최근 이 감독은 “군산중과 군산남중 졸업생들이 군산상고로 진학해 선수수급 부담만 없어져도 1∼2년 내에 전국대회 정상 등극을 자신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하지만 비만 오면 4일 이상 운동장에서 연습을 하지 못하는 운동장 사정때문에 이 곳에 인조잔디를 깔아보고자 최근 각 계를 찾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비라도 내리면 최소한 4일 이상 연습을 진행할 수 없는 운동장 사정으로 특히 가장 중요한 동계훈련은 이같은 운동장 사정으로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며 “환경이 이렇다 보니 타지로 빠져나가는 선수들만을 탓할 수 없는 노릇이라 우선 인조잔디라도 깔아 날씨에 신경쓰지 않고 계획대로 훈련을 진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만이라도 갖춰 놓고 선수들을 설득하려 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최근 택시기사로부터 “웃을 일도 없고 답답하기만 한 요즘 군산상고 야구로 시민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 달라”는 주문을 받으며 ‘역전의 명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는 이 감독.

“한국에서 야구란 스포츠가 없어지지 않는 한 ‘역전의 명수’란 닉네임은 결코 사라지거나 바뀌지 않는다”며 “어렵고 답답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좋은 날이 오리라는 시민들의 희망과 염원을 대변하는 야구가 바로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 야구이다”고 결론짓는 이동석 감독은 시민들에게 이미 야구를 넘어 희망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일권 기자 like@s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