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낯선 사람이 만지려 할 때는 어떻게 해야 되죠?”

“(한껏 목소리를 높여) 안돼요! 싫어요! 하지마세요!”

지난 8일 전주시 서서학동 굿네이버스 전북아동보호전문기관(이하 굿네이버스) 건물 지하 강당에는 어린이 성학대 예방 인형극 공연이 한창이다. 아이들은 강당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다. 호기심 어린 시선은 무대 앞에서 움직이고 있는 인형들에 고정돼 있다. 인형극은 아이들 간에 발생할 수 있는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행동과 낯선 사람이 아이를 유인하는 상황극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1막에서는 ‘아이스케키(여자아이 치마 들치며 내는 감탄사)’와 같은 장난을 예로 들며 “각자의 중요한 신체 부위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펼쳐졌고, 2막과 3막에서는 사례를 들며 아동 성범죄 대처요령과 사후 대처방법을 설명했다. 2막에선 학원 가던 별남이(남자 인형)가 “게임기 줄 테니 집으로 가자”며 유인하는 아주머니를 만나 대처하는 내용을 인형극으로 표현했고, 3막에선 놀이터에서 놀던 한별이(여자인형)에게 동네 오빠가 접근해 “사람 없는 곳에서 몸 만지기 놀이하자”고 할 때 피하는 요령을 보여줬다.

이날 연극을 관람한 이현주(여·27 ) 호남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사실 이 나이 때의 아이들 대부분은 호의를 베풀고자 하는 낯선 어른의 의도를 구별하지 못한다”며 “어린이들의 분별력과 대처능력을 길러준 좋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인형극을 본 사과반 이슬아(7)양은 “성폭행 그런 게 무서웠는데 어떻게 피해야 할지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또 딸과 함께 공연을 관람한 한수희(여·49)씨는 “아이들 수준에 맞게 재밌게 인형극을 해줘 더 집중을 잘하는 것 같다”며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도 아동 성폭력예방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았다”고 말했다.

굿네이버스는 지난 6일 강당을 리모델링해 인형극 전용극장을 개관했다. 아이가 자신의 소중한 몸을 인지하고 위험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친숙한 ‘인형극’을 통해 보여줘 학부모와 어린이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전용극장이 없을 때는 직원들이 일일이 어린이집을 방문해 더빙 CD를 가지고 인형극을 공연했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 반응에 대해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고, 뒤쪽에 있는 아이들은 인형이 작게 보이는 문제점들이 지적됐다. 굿네이버스는 내부 논의를 거쳐 강당을 리모델링해 ‘성폭력 예방 인형극 전용극장’으로 새 단장했다. 도내에 아동성폭력예방인형극 전용극장이 들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굿네이버스 지하에 자리한 전용극장 입구에는 천사날개가 그려져 있다. 가운데 서서 사진을 찍으면 아이들이 천사의 날개를 달고 있는 아름다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극장은 인형극 무대 및 관람시설, 방음장비가 구비되어 있어 인형극 전달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공연은 매주 2차례 인형극을 전문적으로 교육하고 있는 강사들이 직접 찾아와 육성을 통해 진행된다.

한편 8일 굿네이버스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에서 아동학대로 판정된 사례는 355건, 444명이다. 이 중 성학대는 41건으로 2009년도 22건에 비해 발생수가 2배 정도 증가했다. 또 올 들어 2월까지도 학대 아동 수는 30명으로 집계됐다. 굿네이버스 유기용 팀장은 “학대피해아동 대부분이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고 있지만 부모라는 이유로 주변 사람에게 숨기는 경우가 많다”면서 “아이들이 가정과 사회에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 모두의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용극장에서는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두 차례 공연을 진행하며 관람문의 및 신청은 굿네이버스 전북중부지부(063-283-1391)로 하면 된다.

■ 이명희 사회복지사

“어린이들은 어른들을 쉽게 믿으며, 어른에게 복종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 배운다. 또 자신의 신체에 대해 호기심은 많으나 성에 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 자신의 고민이나 두려움을 표현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도 아이들이 성폭력에 노출되기 쉬운 이유다.”

굿네이버스 전북중부지부에서 성학대 예방 인형극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이명희(여·25) 사회복지사. 그녀는 전용극장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방치된 강당을 아이들을 위해 뭔가 새롭게 꾸미고 싶었다”며 “2년전부터 논의를 거쳐 직접 무대를 만들고, 커튼을 달고, 내부를 아름답게 꾸며 전용극장에 대한 애착이 많다”고 말했다.

6일 개관한 전용극장은 상반기 공연예약이 모두 마감됐을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인기의 비결에 대해 이씨는 “인형극 공연을 1시간 단위의 개별학습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유치원과 초등학교 야외현장체험활동의 한 코스로 개발했던 것이 담당 선생님과 아이들의 마음을 끌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며 “인형극 외에 어린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마술, 동화구연, 다양한 게임들이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굿네이버스는 올 한해 만여명의 관람객을 목포로 하고 있다. 그녀는 “아동의 개념이 4세부터 18세까지를 포함한다”며 “인형극 관람대상을 18세 미만 중·고등학생들까지 확대하고,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내용들을 만들어 지역내 성학대 발생률을 낮춰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병진 기자 mars@s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