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술만 먹으면 손찌검에 흉기까지 휘둘러"

[위기의가정, 5월이 더 외롭다] <8>아동학대

기사 작성: 하종진 기자 - 2011.05.29 21:09

“아빠한테 친자 포기까지 요구했었어요.”

어릴때부터 아빠로부터 상습적인 폭행을 당해온 수빈(20·전주시·가명)이는 얼마전 집을 나왔다. 아빠는 술만 먹으로 폭력성이 드러났다. 걸핏하면 욕설을 하고 손찌검을 해댔다. 집안 물건을 집어 던지는 것은 다반사고, 심지어 흉기까지 들곤 했다. 사실 수빈이는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아빠의 폭력은 두살 터울인 언니에게 더 가혹했다. 언니는 아빠의 ‘이유없는 폭력’ 재물이 됐다. 수빈이는 중학교 때 언니 발다리에 든 피멍 자국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수빈이는 “아빤 맞딸이란 이유로 언니를 자주 때렸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언닌 저에게 도움의 청한듯 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며 눈물을 보였다.

언니는 그런 아빠를 피해 수없이 가출을 감행했다. 그러나 언니의 빈자리는 자연스레 수빈이에게 돌아왔다. 결국 수빈이도 가출을 했다. 아빠의 폭력성은 남동생에게도 영향을 끼쳐 나쁜 아이들과 어울려 돈을 뺏고 싸움을 했다.

수빈이는 이런 아빠가 알코올중독 치료를 받으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엄마가 없는 수빈이에게 아빠의 치료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수빈이 남매는 이런 아빠의 폭력성 때문에 2차례나 보육원에서 지내야 했다. 그러나 아빠의 폭력에 시달려온 언니는 보육원에서도 자주 나갔다. 수빈이는 “지금 언니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올해 20살이 되면서 보육원을 나온 수빈이는 얼마전 아빠와 같이 지냈지만, 아빠의 폭력 때문에 결국 집을 나왔다. 아빠의 이런 폭력성 때문에 수빈이는 아빠에게 친자 포기까지 요구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전주 한 가출청소년 쉼터에서 만난 수빈이는 1시간 가까이 아빠 이야기를 하면서 파르르 떨기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아빠가 치료를 받고 하루빨리 나았으면 한다”며 걱정을 했다.

수빈이처럼 부모의 자녀 학대가 가정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학대에 못 이긴 아이들은 가출을 감행하게 되고 자연스레 가정 해체로 이어진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같은 가출 청소년들이 성매매나 절도 등 각종 범죄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29일 전라북도아동보호전문기관인 ‘굿네이버스’에 따르면 최근 4년(2008∼2011년) 도내 학대사례는 매년 140건 이상 달하고 있다. 이 기관이 개입해 처리한 아동학대는 2008년 152건, 2009년 147건, 2010년 143건, 올 4월 현재 42건이다.

신체적, 정서적, 성적, 방임 등의 아동 학대 유형 중에서 신체적 학대가 가장 많았다. 2008년까지만 해도 신체적 학대는 20건에 불과해 정서적 학대(46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는 신체적 학대가 56건, 정서적 학대 28건으로 2008년과 비교해 오히려 역전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서적 학대는 줄고 신체적 학대는 늘고 있는 셈이다.

굿네이버스 김미선 교육홍보팀장은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면 기관에서 적극 개입하려고 하지만 부모가 법적인 양육권자여서 한계가 많다”면서 “학대 신고가 들어오면 굿네이버스와 같은 아동보호전문기관 뿐 아니라 알코올상담센터나 정신보건센터와 같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적극 개입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끝> /하종진 기자 wlswjd@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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