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 쟁탈전 생생히… 영화 '고지전' 맛보기
고지 쟁탈전 생생히… 영화 '고지전' 맛보기
  • 박아론 기자
  • 승인 2011.07.2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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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쟁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어 줄 색다른 전쟁영화 한 편이 스크린을 통해 관객 앞에 섰다.

영화 소재는 한국전쟁이다. 이미 다수의 영화들이 다뤄, 어쩌면 영화를 보기 전 부터 김 빠지는 소재가 될 수도 있다. 더 이상 다룰 무언가가 남아 있는 것인지 질문이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막상 영화가 시작되고 나면 상영 전까지 품었던 그 의구심을 한번에 날려 버릴 수 있다.

일단, 카메라를 두는 위치 부터 여느 영화와 차이가 있다. 실제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현장 속에서 흐르는 숨막힐 듯한 긴장감, 치열한 당시 상황을 전하기 위해 최대한 현장 상황에 중점을 두고, 필름을 돌렸다. 내용 면에서도 전쟁 속 있을 법한 이야기를 던지는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두고, 한국전쟁 마지막 날, 기록에서조차 찾을 수 없는 사라진 2년의 시간을 복원했다.

한국전쟁. 수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었고, 이 땅의 살아있는 모든 것을 초토화 시켰다. 이로써 한국사에 있어 지우기 힘든 얼룩 남겼다. 하지만 역사가 기록하고 있는 종결 시점은 실제 역사와 차이가 있다. 1950년 6월25일이 아니다. 1953년 7월27일이다. 모든 기록은 1951년 1.4후퇴와 휴전협정으로 끝나 버린다. 그리고 2년 2개월 간 전선 교착 하에 휴전협정이 진행됐다고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휴전협정이 진행됐던 이 기간 동안 어마어마한 공방전이 있었다. 역사는 한국전쟁 기간 400만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지만, 그 400만 중 300만이 이 기간 중 사망했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다. 영화는 그 부분에 집중한다. 그 어떤 영화도, 역사도 휴전협상이 진행되던 중 중부전선의 고지쟁탈전에서 수백만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조명하길 꺼렸다. 몰랐을 수도 있다.

그 당시 상황은 직접 보지 않았어도 처참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지나가는 곳마다 시체들이 산을 이루고 있었을 것이고, 그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을 것이다. 하지만 남북은 서로 겨누고 있는 총, 칼을 내려 놓치 않았다. 무의미한 살육이 벌어졌다. 서로를 죽이고 또 죽였다. 의미없는 살인이고, 죽음이었다. 영화는 그 마지막 순간을 조명했다. 앞서 언급했듯 너무 처참한 상황 탓이었는 지 기록조차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역사는 이 일을 언급하기를 꺼리고 있지만 그 순간도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역사다. 영화는 그와 같은 사명감을 놓치지 않았다.

작품은 최근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는 장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시나리오는 드라마 선덕여왕,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써낸 흥행 아이콘 박상연 작가가 맡았다. 이 둘은 이번 영화가 기존 전쟁 영화들과 달라야 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그와 같은 의도가 영화의 장면 장면마다 새로운 컷을 만들어 냈다. 이를 위해 1만 4천여 명의 인원이 동원됐다. 또 실제 총기 61정, 모형 총기 500여 정, 다이너마이트 240kg, 뇌관 2만 4천 발 등이 극 중 전투 장면에서 사용됐다. 이 같은 어마어마한 물량 투입이 당시 치열했던 전쟁 상황을 더욱 생생히 담아낼 수 있었다.

문제는 배경이다. 한국 전쟁 당시 고지 전장의 모습을 완벽 재현해 내기 위해 영화 스태프들은 7개월 간 전국 100여 개의 산을 샅샅이 뒤졌다. 백암산은 지난 2009년 큰 불이 났던 곳이어서 황량한 모습을 담기에는 최적이었다. 하지만 산세가 너무 험해 촬영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결국 그 힘든 상황 속에서도 4개월간 상주 끝에, 2개월 반만에 세트장 세팅을 마쳤다.

단 한 번도 보지 않은, 기록조차 없는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부분에 있어서도 어려움은 많았다. 그래서 의상, 소품 어느 하나 소홀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참전용사는 물론 귀순용사까지 찾아다니며, 사실성 부분에 대한 기반을 탄탄히 다졌다.

배우들 또한 이번 영화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다. 주연배우 뿐 아니라 단역배우까지 실제 군사 훈련을 다니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고지의 주인이 바뀌는 교착전이 멈추지 않는 곳, 은폐 엄폐 같은 기본적인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 숨을 곳 하나 없기에 죽을 확률도 높은 그 곳에서 펼쳐졌던 산악 고지쟁탈전의 이야기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박아론 기자 aron@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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