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오늘과 내일] 행복한 전사 김근태형을 보내며 채수찬

기사 작성: 채수찬 카이스트교수 - 2012.01.04 19:46

근태형이 가셨다. 흔히들 김근태하면 군사독재 하의 고문을 연상한다. 실제로 김근태는 고문 후유증으로 돌아가셨다. 그럼에도 필자는 김근태는 행복한 전사였다고 단언한다.

김근태 선배가 평소에 했던 말이 있다. “나는 충분히 보상받았다. 역사의 책무를 다한 이름 없는 이름을 잊어선 안 된다” 그렇다. 민주화 과정에서 숱한 사람들이 쓰러져 갔다.

전태일 열사, 조용래 변호사, 김병곤 형 등등. 김근태 선배도 분명히 민주화를 위해서 몸을 바치셨다. 그래도 그는 더 나가 민주화 세력이 역사의 중심이 돼 집권하는데 역할 했고, 정부에도 참여해 일했다.

이름 없이 쓰러져간 많은 사람을 생각한다면 그는 분명히 꽃을 피운 사람이다.

그래도 필자는 김근태 선배의 영전에 많은 눈물을 흘리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인간 김근태였을 것이다.

그가 임종을 앞두고 중환자실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기쁨을 느꼈다.

많은 사람들이 슬픈 표정으로 병원 복도에서 서성이고 있었지만, 필자는 그와 함께했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김근태 선배와 필자는 민주화운동의 뿌리는 같지만, 현실 정치에서 노선은 달랐다. 분양가 원가 공개 등 정책에 대한 의견이 달랐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한 번도 부딪혀 본 적이 없다. 만나면 항상 마음이 통했다. 방법은 달라도 목표가 같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서민을 사랑했다. 김근태 선배가 열린우리당 당 의장이 됐을 때 필자를 불렀다. 서민을 위한 정당을 만들기 위해 당의 핵심 기능으로 서민경제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도와 달라 했다.

필자는 기꺼이 참여했다. 서민경제위원회에는 대기업 CEO 출신들이 참여해 기업과 노동자들이 큰 틀에서 협력하기 위한 정책을 만들었다.

삼성그룹 출신 남궁석, 현대그룹출신 이계안, LG그룹 출신 오해진 등이 참여해 역설적으로 경제력이 재벌로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정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최근 세계금융위기가 터지자 그는 필자와 만나 월가 자본주의의 한계에 대해서 열정적으로 논의했었다.

그는 나라를 사랑했다. 외국대사들을 함께 만나기도 했는데, 나라 간 문제들을 이야기할 때에도 항상 당당했다. 그래서 상대방들은 생각이 달라도 김근태 선배의 말을 경청했다.

그는 지도자였다. 그가 떠나기 전에 머무른 서울대학교병원 영안실에는 조문객도 많았지만, 상주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다른 상가와 달랐다.

스스로 구름처럼 모여들어 추모하는 운동권 후배들을 보면서 그가 민주화 운동의 큰 산봉우리였음을 다시 확인했다. 모두 마음으로 모인 사람들이었다.

정치인 상가에는 당연히 정당의 분위기가 있다. 그런데 김근태 선배의 상가에는 정당을 넘어선 ‘우리’가 있었다.

그는 머리로 지도자가 된 것이 아니고, 몸으로 지도자가 된 것도 아니다. 그는 가슴으로 지도자가 됐다.

그는 정치꾼이 아닌 정치가였다. 그는 술수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현실정치 속에서도 부패하지 않고 품위를 지켰다.

김근태의 깃발은 과거의 깃발, 고문으로 상징되는 패배의 깃발이 아니고, 현실 속에서 이상을 지향하는 깃발, 승리를 지향하는 깃발이었다.

그는 고통으로 기억되기보다는 둘째 손가락을 뻗어 경례 붙이던 미소로 기억될 것이다. 정치인 김근태 아닌 인간 김근태의 승리다.

근태형 잘 가세요.

/카이스트 교수

많이 보는 기사

[오늘과 내일] 행복한 전사 김근태형을 보내며 채수찬

새전북 만평

국가유산청·완주군의 국가유산활용사업 마무리

전북동부문화유산돌봄센터, 국가유산 관리 현장직무훈련 시행

'특별한 동행' 도새마을부녀회, 백일홍회 간담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