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먹었지만 그냥 놀기엔 너무 젊은데다 연금만으로 생활하기도 넉넉치 않아서 다시 취업했다.”

지난해 이맘때 정년 퇴임한 A모씨(전주·61)는 재취업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경찰관을 지낸 그는 현재 전주지역 중학교에서 학교 지킴이로 일하고 있다. A씨는 “퇴직하고보니 산에 가는 것 외에는 없더라. 하릴없이 쉰다는 게 너무 적적하고 생활도 팍팍했다. 급여는 적어도 다시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관련기사 2면>

은퇴자들이 일터로 복귀하는 ‘황혼 재취업’이 급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취업자 10명 중 2명은 60세 이상 고령자로 나타났다. 전체 취업자 83만여명 중 16만6,000여명(20%)에 달했다. 20대 취업자(8만여명) 2배를 넘어섰고 30대(16만5,000여명)보다 더 많다.

특히 청년층 취업자는 감소세인 반면 60세 이상은 폭증세다. 10년 전보다 19%(2만7,000여명), 20년 전과 비교하면 73%(7만여명) 급증했다. 고용률도 44%에 근접했다. 호남통계청 최갑락 사무관은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소일거리를 찾거나 소득이 불안정해지면서 취업전선에 다시 뛰어드는 은퇴자들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4·50대 중후반 베이비부머(1955~63년생) 세대가 은퇴기에 접어들면서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노후대책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내 베이비부머 10명 중 5.7명은 예비 빈곤층으로 분류됐다.

전북발전연구원에 따르면 도내 전체 베이비부머 29만여명 중 57%(16만여명)는 국민연금조차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입자조차 은퇴한 후 지급받게 될 연금은 1명당 월평균 27만원 정도로 추산됐다. 이는 현재 월평균 생활비(146만여원) 18% 수준이다.

이렇다보니 일자리를 찾는 구직행렬도 꼬리 물었다. 고용노동부 전주고용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주권 구직등록자 4만3,780여명 중 약 23%(9,880여명)는 50세 이상자로 집계됐다. 올 들어선 직접방문 상담자도 하루평균 30명 가량에 달했다.

그러나 재취업은 만만치 않다. 김영기 취업지원팀장은 “구인업체 대부분은 동일한 조건이면 고령자보단 청년층 채용을 희망하고 있다. 때문에 고령자 채용 보조금 확대 등의 지원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일자리가 적은 탓에 재취업은 생각만큼 쉽지않다”며 “기업도 지자체도 은퇴자들이 재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에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성학 기자 csh@s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