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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공존과 공생’의 가치에 주목…탐욕 아닌 ‘필요’에 초점

전북 협동조합 어디까지 왔나? <1>왜 협동조합인가


올해는 UN이 정한 ‘세계 협동조합의 해’이다. UN은 협동조합을 자본주의 체제 문제점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주목하고 각 국에 관련 법 제정 및 제도 정비를 권고했다. 국회는 지난해 말 손학규 민주당 의원 발의로 협동조합기본법을 통과시켰다. 올해 1월 26일 공포에 이어 12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다음 달부터는 5명 이상이면 누구든지 자유롭게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 협동조합은 무엇이며, 협동조합이 활성화되면 우리 삶은 어떤 변화가 있을까? 법 시행을 앞두고 협동조합을 집중 조명한다.<편집자 주>

지난해 10월 미국 뉴욕에서 ‘월가를 점령하라’는 시위가 시작됐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30여명의 청년들이 금융자본의 허브 월스트리트에 분노한 것이다. 시위는 세계 25개국 400여 도시로 급속히 확산됐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SNS를 통한 시위 동참은 동시 다발적으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각 국의 청년실업자와 소외 계층은 분노의 불길에 동참했다.

빈부격차, 청년실업, 비정규직 양산 등 나라마다 겪고 있는 자본주의 모순에 대한 모순이 표출된 것이다. 反월가 시위는 비록 막을 내렸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숨을 고르고 있을 뿐이다. 反월가 시위 당시 “은행계좌를 폐쇄하고 신협으로 옮기자”는 구호가 눈길을 끌었다. 탐욕에 눈 먼 금융자본주의에 분노한 시위대들은 대안으로 신협을 지목했다.

신협은 바로 협동조합의 뿌리다. 협동조합의 여러 형태 중 하나인 신협은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대안 경제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도 천주교 신부들이 중심이 된 신협운동이 협동조합의 모태를 형성하고 있다. 금융자본주의에 절망한 시위대들은 결국 이를 극복할 대안 경제로서 신협에 주목했다. 신협을 비롯한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은 이렇듯 지대하다.

반기문 UN사무총장은 “협동조합은 매우 독특하고 가치있는 기업모델이며 빈곤을 낮추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제도다”고 평가했다. 또 UN은 협동조합이 여성, 청년, 노인, 장애인에게 경제사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가난을 해소하고 양극화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협동조합의 어떤 모습이 이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UN이 정한 2012년 세계협동조합의 해 주제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을 통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경제환경을 만들자는 취지가 담겨있다. 협동조합은 그동안 사회 경제활동 영역에서 소외됐던 비정규직 근로자, 영세 자영업자 등 경제적 소수와 약자를 보호하는 기업 형태이다. 취약계층에게는 일자리 및 사회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등 사회안전망으로서 역할도 가능하다. 협동조합은 투자자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일반 주식회사와 다르다. 쉽게 말해 경제적 약자인 영세한 생산자나 소비자가 서로 힘을 합쳐 자신들의 경제적 지위를 높이는 것이다. 십시일반 돈을 모아 만든 조직이기에 특정한 과점 주주가 없다. 1인 1표제를 통해 동등한 의사결정권을 갖는다.

이익 창출은 직접적 목적이 아니다. 조합원들의 경제활동을 서로 돕는 게 목적이다. 힘없는 다수가 뭉쳐 대기업과 독과점에 맞선다. 경제활동의 궁극적 목적을 탐욕이 아닌 필요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이용자 중심이다. 18대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마다 경쟁적으로 내세우는 경제민주화와도 협동조합은 상통한다. 독점적 지배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통한다.

우리가 존경하는 세계적인 기업 가운데 협동조합이 적지 않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팀인 스페인의 FC바르셀로나는 협동조합이다. 축구의 신동으로 불리는 ‘메시’를 비롯해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이 활동하는 FC바르셀로나는 바르셀로나 주민들이 만든 협동조합이다. 정치적으로 소외받고 차별받는 자기 지역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만들었다.

바르셀로나 주민 17만명이 조합원이다. 그래서 특정한 구단주가 없다. 조합원들은 투표로 6년 임기의 구단 대표를 뽑는다. FC바르셀로나 유니폼에 기업 후원 광고가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자부심을 돈에 팔지 않는다’는 자부심으로 뭉쳐있다. 다만, 에이즈 퇴치나 빈곤 아동을 돕는 유니세프 광고 등 공익적 목적의 광고만을 가슴에 새긴다.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 오렌지 재배농가들이 결성한 ‘선키스트’도 협동조합이다. 고급 오렌지의 대명사로 이름난 선키스트는 118년을 자랑하는 미국의 대표적 협동조합이다. 중간 유통상인들의 폭리로부터 벗어나 생산 농가들끼리 돕기 위한 목적에서 출범했다.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주 오렌지 재배농가 6,000여곳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 주에서는 “장보러 간다”는 말을 “콥(협동조합) 간다”고 할 정도로 협동조합은 보편적인 기업형태로 자리잡았다. 이 지역에서 협동조합은 지역 경제의 30%를 차지한다. 스위스 협동조합인 미그로와 코프스위스는 전체 소매 시장의 40%를 차지한다. 유럽 최대의 청과물 도매회사인 네델란드 그리너리, 덴마크 양돈 산업의 90%를 차지하는 대니쉬 크라운, 이탈리아 최대 우유 생산업체인 그라나롤로도 협동조합이다. 이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감원 없이 지속성장을 달성해 주목받았다.

 



우리나라는 아직은 유럽과는 비교되지 않지만 협동조합 기운이 꿈틀거리고 있다. 소비자 협동조합인 한살림과 아이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도내에도 매장을 두고 있으며 입소문을 타고 소비자 조합원은 증가세에 있다. 강원도 원주는 우리나라 협동조합의 선도 지역으로 거론된다. 또 국내 최대 우유 업체인 서울우유도 지역 목장주를 조합원으로 하는 협동조합이다.

다음달 1일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은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고, 어떻게 조합을 설립해야 하는지 어둡다. 농협과 수협, 신협, 생협 등 특별법에 의한 8종류의 협동조합은 지나치게 은행화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제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에 따라 자유로운 설립이 가능해졌다. 협동조합은 양극화를 타개할 처방전이다.

대기업 중심의 독과점에 맞서 영세 생산자와 소비자들은 정당한 이익을 취할 수 있다. 이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긍정적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사회에 협동조합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공존과 공생의 가치에 있다. 대기업 중심의 양극화가 개선되지 않는 한 反월가 시위는 언제든지 재점화할 수 있다.

전북발전연구원 황영모 박사는 “성장위주의 산업화와 외부 이전경제 패러다임으로는 더 이상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속성장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확인됐다. 특히 중소기업 의존도가 높고 낙후된 농산촌지역이 많은 전북 지역 특성상 다양한 사회적경제 주체를 통한 선순환 구조를 갖추는 게 필요한데 협동조합이 최적의 모델이다”고 강조했다. /임병식 기자 montlim@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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