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한국화가 김학곤, 15회 개인전

기사 작성: 이종근 기자 - 2014.04.17 16:24

지는 석양빛이 아무리 슬퍼도 저 감나무처럼 꼿꼿이 서서 바라볼 일이다. 네가 떠난 그 겨울 자리에 다시 봄물이 밀려온다. 강을 내차고 마을로 올라선 파르란 봄 물결이 언덕을 지나 어느 새 산으로 내달린다. 마을이 산에 바짝 다가와 앉은 만큼 강은 아물거린다. 침묵한 강에 던져진 추억의 햇살에 더 이상 가슴을 열고 싶지 않다.

한국화가 김학곤씨가 20일까지 전북대학교 예술진흥관에서 열다섯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잃어버리고 있는, 우리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실경산수화로 화폭 안에 담아낸 것. 특히 색채의 질감과 수를 놓듯 촘촘히 찍어들어가는 붓질의 반복이 독특한 서정을 이룬다. 겨울의 설경은 항상 아련한 추억과 함께 고향땅이 굳건히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서정의 백미를 이룬다.

그의 작품은 사실적이고도 건조한 묘사가 아닌, 정겨움과 따스한 고향의 정이 작품 곳곳마다 흠뻑 묻어난다. 어느새, 서정적인 붓끝을 따라가다 보면 유년시절의 꿈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자연의 경외심 등은 고스란히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다. 춘하추동 계절에 따라 변하는 고향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들은 기록화를 넘어서서 우리들 마음에 누구나 품고 있는 보편적 고향에 접근하고 있는 까닭이다.

마을을 에둘러 흐르는 강변의 가을 풍경하며, 검은 염소가 흰눈밭을 탐색하는 모습이 가슴에 잔잔한 여운을 가져다준다. “내 눈에는 물이 아니라 그 물 속의 집이 보이고 길이 보이고 동네가 보인다”는 작가의 그림 속에는 흑염소가 등장한다. “염소는 군집력이 각별한 짐승이지요. 공동체적인 끈끈함, 가족애를 지니고 있어요. 뿔뿔이 흩어진 마을 사람들도 함께 웃고 울던 마을 공동체의 기억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의 표현이라는 생각에서는.

미술평론가 김선태(예원예술대교수)씨는 "작가가 찾고 보여주고자 했던 서정의 빛깔은 자연이 안아주고 있는 삶들에 대한 공존과 애착의 감정들이다"며 "며 "실경을 통한 직접적인 체험은 한국 산수화가 갖는 보다 근원적인 요체를 탐색하고 펼쳐 보여주는데 있어 그 어느 시도보다도 값진 일이다"고 평했다. /이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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