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 역사의 중심엔 이미영이 관통하고 있다” 전북을 비롯한 전국 교육계에 웬만큼 몸담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영’ 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다. 전북도교육감 선거에 나선 유일한 여성 후보 이미영. 부드러운 외형적 이미지로만 이 후보를 평가한다면 절대 오산이다. 마음이 설레는 포근한 웃음과 눈매 속엔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녹아있는 강단의 여인이다. 그의 삶엔 고난을 이겨낸 향기가 묻어있다. 전북지역 교육민주화의 산 증인으로, 거센 풍랑 속 굴곡의 역사를 이겨낸 자만이 뿜을 수 있는 ‘궁극의 평정심’이 그를 감싸고 있다. 그의 전체 교단 경력 32년 가운데에는 2번의 해직기간인 10년이 포함됐다. 지난 1982년 그토록 설레던 교단을 처음으로 올라선 후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2번의 힘겨웠던 나락을 극복한 철의 여인이다. 독재에 항거하며 민주화와 교육에 일생을 바친 삶의 발자국이 보여주듯 “당선만을 생각하는 단일화 협상에는 일절 응하지 않는다”는 그 만의 오롯한 뚝심이 주위의 ‘교육감 후보단일화 과정에 참여하라’는 적극적인 권유를 잠재운다. 그의 삶의 과정과 철학을 들어본다.
▲ 이미영 전북도교육감 후보는 고입연합고사 폐지, 지역상권 연계 학교급식 시스템 구축 등 전북교육 개선공략을 내세웠다. /새전북DB
△2번의 해직 경력이 이채롭다.
1986년 5월10일, 당시 26살 나이에 전주YMCA중등교사협의회를 창립하고 초대 총무를 맡으며 ‘전북교육민주화선언’을 주도했다.
그러자 정부는 그 해 10월 전북지역 Y교사회 소속이던 나를 감봉 처분하고 학기 중에 남원 아영중으로 전보하는 반교육적인 ‘폭거’를 자행했다.
그러다 이듬해인 1987년 1월 방학기간 중 결국 해임됐다.
복직은 노태우 정권 당시 6월 민주항쟁의 승리 덕분에 이뤄졌다.
두 번째 해직은 1989년 전교조 창립을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시작됐다.
1998년 김대중 정부에 들어와서 복직됐으니 10년간 지속됐다.
△연합고사 폐지 공약을 내걸었다.
연합고사 폐지 공약은 주위에서 ‘표 떨어진다’고 하지 말라는 약속이다.(웃음을 지으며)
학부모들은 연합고사가 폐지되면 아이들이 놀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기 때문에 놀랄 수 있다는 것이 주변의 우려다.
하지만 공교육 정상화의 출발점이 바로 고입연합고사를 폐지하는 것이란 나의 소신을 굽힐 수 없다.
현재 전북의 연합고사 비율은 약 70%로 최악의 구조다.
학교수업을 듣지 않아도 학원에서 문제집만 잘 풀면 합격하는 구조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수업에 대해 중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학교 역시 연합고사 방식에 맞춰져야 하다 보니 문제풀이 교육을 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고입연합고사 실시로 인해 학교는 학교대로 연합고사를 대비한 강제 보충은 물론이고, 일선 사교육기관에서는 연합고사반이 신설되면서 결과적으로 학생들에게는 학습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학교에서는 음악, 미술, 체육 등 모든 교과가 문제풀이식의 수업을 하고 있는 교육과정의 파행을 지속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당연히 교육비 부담 증가 등 많은 부작용과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타 시 도의 경우 연합고사 비율은 20~30%밖에 안 된다.
다른 시도는 연합고사를 보더라도 내신을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교육과정이 상당히 내실있게 운영되고 있다.
왜냐하면 교과 선생이 말하는 내용에서 시험문제가 출제되기 때문에 잘 들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 17개 시ㆍ도교육청 가운데 연합고사를 폐지한 지역은 서울과 부산, 경기, 강원도 등 등 7개 시ㆍ도다.
연합고사는 선발의 기능도 갖추지 못한 시험이다. 연합고사의 명분이 사라지고 있다.
앞으로 공청회를 통해서 학부모를 설득해 나가고 싶다.
△‘진로진학 특별본부’ 설치를 약속했다.
전북에 지식창의시대에 걸맞은 경쟁력 있는 전북인재양성에 사활을 걸겠다.
핵심은 전북의 아이들이 스스로 직업과 진로를 개척하고, 실력과 경쟁력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전국 최고수준의 정보력과 전문성을 갖춘 대규모의 ‘진로·진학 특별본부’를 지방정부와 협력하면서 최대한 빨리 설치하겠다.
‘진로·진학 특별본부’는 우리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자신에 맞는 꿈을 찾아 그 꿈을 소중히 키우고 잘 디자인해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매뉴얼과 체험은 물론, 양질의 멘토링과 컨설팅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교육감 후보가 ‘지역경제 살리기에 나선다’는 공약을 내놨다.
완주군이 시도해서 전국으로 확산된 ‘로컬푸드’개념을 확대한 것이다.
교육청과 학교로부터 지역물품을 우선 구매하며 지역 제한 입찰을 확대해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는 도교육청이 될 것이다.
특히 내 고장에서 생산하는 친환경 농·수·축산물 급식을 확대해서 학교급식의 질을 높이고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지역별로 설치해 유기적인 연계가 이뤄지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 아침도 못 먹고 등교하는 고3 아이들을 위해 빵이나 떡-우유-과일 등 간편한 친환경 웰빙형 아침도시락을 먹일 계획이다.
우선 고3부터 시작해 고등학교-중학교-초등학교 등 점진적으로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럴 경우 동네 빵집과 떡집, 지역 과수원이 동참할 수 있게 돼 지역경제와 상권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못 다한 이야기...
2번째 해직기간 동안 그의 삶은 학교 밖에서 더욱 치열했다.
그는 농어촌교육특별법·학교운영위 관련 법령 등 각종 교육개혁법안은 물론 ‘전북농촌학교살리기운동본부’, ‘전북농촌지역교육네트워크’를 만들며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을 저지했다.
전북청소년교육연구소 소장과 전북농촌교육연구회 사무국장, 대통령 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두루 지냈으며 ‘전북농촌지역교육네트워크’를 창립해 초대 상임대표를 맡기도 했다.
사단법인 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을 창립하며 1·2대 이사장을 맡아 전국적 모범의 독서교육을 전파했다.
이 처럼 이미영만큼 일선 학교와 현장, 그리고 교육행정을 속속들이 아는 이는 드물다는 것이 교육계 인사들의 중론이다.
이 후보는 “올바른 교육을 위해 젊은 교사들을 찾아다니며 뜻을 모으고 학교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한때 해직됐다가 복직되기를 반복했는데 그땐 나보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 7월 11명의 후보가 나선 제13대 전북교육감 선거에서는 전교조가 지지한 이 후보가 1차 투표에서 15.5%를 얻어 3위를 차지한 적이 있다
당시 대통령보다 바쁘게 살았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많은 일을 감내하던 그는 아직 미혼으로 남았다. 이 때문에 그의 신랑은 ‘전북교육’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교육민주화를 위해 항상 선봉에 서서 일생을 독재와 싸워온 그의 삶은 이미 전북교육의 ‘이정표’라 해도 모자람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