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세상밖에 휘둘리지 않고 내 안에서 행복 찾아야

[최용철이 읽고 쓰는 ‘수상한 책, 불편한 진실’] <11>왜 자유로워지지 않는가

기사 작성: 최용철 전북대 윤리교육과 교수 - 2014.06.12 20:37

에픽테토스는 어머니가 노예였던 노예 철학자이다. 그 이름 ‘에픽테토스’도 ‘곁다리로 얻었다’는 뜻이다. 그는 노예인데다 다리마저 절던 장애인이었다. 다리를 절었던 게 류마티즘 때문이라는 설도 있지만, 주인이 부러뜨렸다는 설이 유력하다. 어느 날 주인이 에픽테토스가 얼마나 고통을 잘 견디나 다리를 부러뜨리려고 하자, “그렇게 하면 부러질 겁니다!”라고 태연하게 말했고, 다리가 기어코 부러지자, “제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습니까?”라고 덧붙였다고 전해진다.(『엥케이리디온』, 에픽테토스, 김재홍 옮김, 까치, 2003, pp.116-7.)

에픽테토스는 스토아주의자였다. 스토아주의에 따르면, 어떤 일이든지 반드시 일어나고야 말 일이다. 모든 일은 일어날 수밖에 없었고, 일어날 수밖에 없도록 운명 지워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 현재에서 미래를 바꾸려는 일은 어리석기만 하다. 중요한 것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고, 또 할 수 없는 게 무엇인가를 헤아리는 일뿐이다. “존재하는 것들 가운데 어떤 것들은 우리가 다룰 수 있고 다른 어떤 것들은 우리가 다룰 수 없다. 우리가 다룰 수 있는 것은 믿음, 충동, 욕구, 혐오이다. 반면 우리가 다룰 수 없는 것은 육체, 소유물, 평판, 지위이다.”(p.13.) 스토아주의자들은 몸과 재산마저도 자기 마음대로 다룰 수 없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팔을 올리거나 내리는 신체운동은 결코 의지에 따른 활동이 아니다. 그건 마치 날씨처럼 우주전체 질서에 따른 움직임일 따름이다.

에픽테토스에 따르면, 신체운동은 자연법칙에 따르는 움직임으로 내가 일으킬 수가 없다. 반면 마음만은 내가 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연극배우처럼 살라! 네가 어떤 연극배우인지는 극작가가 원하는 바에 달려있음을 기억하라. 극작가가 연극이 짧기를 바라면 연극은 짧고, 길기를 원한다면 연극은 길다. 극작가가 네게 거지 역할을 바란다면, 기꺼이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네게 절름발이나 공직관리 또는 평범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면, 너는 그렇게도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네 일이기 때문이다. 네게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이 네가 해야 할 일이다. 어떤 배역을 선택해야 하느냐는 결코 네가 할 일이 아니다.”(p.33참조.)

특히 공직에 취임하는 경우, 그 공직은 극작가가 누군가에게 지정해준 배역과도 같다. 그러니 공직을 맡았다 하더라도 그것을 결코 자랑스러워하지 말아야 한다. 공직을 맡아야 했기 때문에 공직을 맡았을 따름이다. “명예를 누리거나 혹은 큰 권력을 가지거나 혹은 달리 높은 평판을 가지고 있는 누군가를 보면서 그가 행복할거라고 생각할 만큼 외부 인상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주의하라. 좋음이 우리에게 달려 있을 따름이라면, 시샘할 그 무엇도 없기 때문이다. 또 너는 장군이나 원로원 의원 및 집정관이 되기를 원하지 말고 자유인이 되기를 바라라. 자유인으로 이끄는 길은 우리가 이룰 수 없는 것을 경멸하는 그 길뿐이다.” (p.35.)

어떤 역할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가 이미 결정되었다면, 도대체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까.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네가 바라는 대로 일어나기를 추구하지 말고, 오히려 일어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기를 바라라. 그러면 모든 것이 잘되리라.”(p.23.) 에픽테토스가 내세우는 슬로건은 오로지 순응이다. 무엇이든지 그냥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사람들을 어지럽히는 것은 그 일 자체가 아니라, 그 일을 맞이하여 인간이 내리는 판단이다. 예를 들어 죽음은 전혀 두려운 것이 아니다.......오히려 죽음에 관한 판단, 곧 죽음이 두렵다는 판단, 바로 그것이 두려운 것이다.”(p.20)

에픽테토스는 세상에서 겪는 크고 작은 일에 무관하라고 권유한다. 온갖 세상사를 좋다거나 나쁘다고 판단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타인에게서 받는 명예나 무시에도 개의치 말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자식이 죽어버리거나 혹은 재산을 몽땅 잃더라도 그 일에 사로잡혀 어떤 판단도 내리지 말라는 것이다.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눈앞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일어난 일에 대한 판단이기 때문이다. 모욕도 마찬가지이다. “너를 모욕하는 것은 너에게 욕을 퍼붓는 사람이나 때리는 사람이 아니라, 이들이 너를 모욕하고 있다는 네 판단임을 기억하라. 그래서 누군가가 너를 화나게 할 때, 네 생각이 너를 화나게 하는 것임을 알라.”(p.36)

에픽테토스에 따르면, 진정한 이익은 결코 바깥세상에서 얻어지지 않는다. 행복은 외부 세계가 아니라 내 안에서 찾아질 따름이다. 인간다움 역시 세상에서 거두는 성공과 실패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눈부신 성공을 거둔 그 누군가가 진정 인간으로 성공한 것은 아니다. 쓰디쓴 패배를 겪은 그 누군가가 인간으로서 실패한 것은 아니다. 성공은 진정 성공이 아닐 수 있으며, 패배는 결코 패배가 아닐 수도 있다. 실패와 성공으로 내 마음마저 꺾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밖이 소란스럽다고 내 마음마저 소란스러워질 까닭이 없다. 도대체 왜 소소한 세상사에 휘둘려 진정 자유인이기를 포기한단 말인가./전북대 윤리교육과 교수

많이 보는 기사

세상밖에 휘둘리지 않고 내 안에서 행복 찾아야

새전북 만평

살기 좋은 도시 완주에서 성악의 향기 전해

사전투표하는 시민들

사전투표하는 서거석 도교육감 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