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교통법규 준수하라면서' 정작 경찰은 법규 위반

전북경찰청 싸이카 순찰대, 불법 주정차-차선 점령까지…규격커차량통행불편도

기사 작성: 정경재 기자 - 2014.10.29 18:59

▲ 29일 오전 10시40분 전북지방경찰청 서문 앞 차로 한 복판에 싸이카 두 대가 나란히 세워져 있다.

하얀 헬멧, 검정 선글라스, 갈색 가죽부츠.

세 가지 패션으로 요약되는 직업이 있다.

바로 경찰 싸이카 순찰요원이다.

싸이카 요원들은 평소에는 오토바이를 타고 교통질서를 바로 잡는 역할을 맡지만 국가적 의전행사가 개최되면 국빈이나 주요요인을 경호한다. 평상시는 교통법규의 수호자로서 국가행사 때는 든든한 보디가드로서 활약한다.

그 격에 걸맞게 오토바이도 비범하다.

뭇 바이커들의 로망인 할리데이비슨과 BMW가 이들의 애마다.

제원도 훌륭하다. 할리데이비슨 FLHTP 일렉트라 글라이드 폴리스는 1,690cc의 배기량을 자랑하며, 이보다 조금 못 미치는 BMW R1200RT는 1,190cc에 달한다. 할리데이비스는 준중형차 수준, BMW도 경차의 그것을 훌쩍 뛰어넘는다.

복장을 갖추고 오토바이에 올라 도심을 누비는 이들의 모습은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상케 할 정도다.

헌데 이 멋진 외향을 뒤엎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한다.

앞에서 도민들에게 교통법규를 준수할 것을 강조하면서 정작 본인들은 교통질서를 잘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겉과 속이 다른 전북지방경찰청 싸이카 순찰대의 교통법규 위반 실체를 살펴봤다.

29일 오전 10시40분 전북지방경찰청 서문.

전북경찰청 대강당에서 ‘어린이 교통사고 제로화 캠페인’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시각이었다.

청사 주변은 캠페인에 참석한 외빈들이 타고 온 차량들로 가득했다.

잠시 뒤, 우렁찬 배기음을 내뿜으며 싸이카 순찰요원 두 명이 이 곳에 도착했다.

멋진 포즈로 오토바이에서 내린 요원들은 자신의 애마를 세운 뒤, 곧장 청사로 향했다.

이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BMW 오토바이 두 대를 세운 곳은 바로 편도 2차선 도로의 한 가운데.

운전을 갓 배운 초보들도 ‘이 곳에 주차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는 것을 알 정도로 도로 한 복판이었다.

출·퇴근시간마다 교차로에서 도민들에게 교통지도를 하는 엄격함과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교통법규를 위반한 운전자들에게는 칼 같은 태도로 일관하는 이들이 자신들의 불법주차에는 한 없이 너그러운 아량을 베푼 셈이다.

이날 이들이 세운 오토바이가 편도 2차선 일부를 가로막는 바람에 이 곳을 지나는 운전자들은 중앙선을 넘나들며, 아슬아슬한 주행을 이어갔다.

값 비싼 독일산 경찰 애마에 흠집이라도 날 새라 아예 반대편 차선으로 역주행을 하는 차량들도 보였다.

전북경찰청 싸이카 순찰대의 만행(?)은 이 뿐 만이 아니라는 것이 이 곳을 지나는 행인들의 설명이다.

편의점을 방문하는 등 개인적 용무를 볼 때도 인도와 차로에 아무렇게나 주차를 하는 통에 차량통행이 불편하다는 이야기다.

김모(40·전주시 효자동)씨는 “오전에 전북경찰청 도로에 나와 보면 오히려 경찰들이 불법 주·정차를 더 많이 한다”며 “인도 위나 차로 위에 세워진 오토바이도 숱하게 봤다”고 밝혔다.

이처럼 도로 위의 수호자로 외빈들의 보디가드로 든든히 자리매김 해야 할 싸이카 순찰대가 교통법규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이에 따른 비난은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잠시 순찰요원들이 용무를 보기 위해 오토바이를 차로에 두고 갔던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는 교육을 통해 요원들이 안전한 곳에 주차하고 교통법규를 잘 준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경재 기자 yellowhof@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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