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테마형 동학농민혁명공원에 반발

유족회 "기념재단, 예산확보 수단으로 활용 뒤 공원 성격 바꿔" 주장

기사 작성: 박기수 기자 - 2014.11.12 19:57

▲ 왼쪽은 정읍시와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공동으로 발주와 시행을 맡아 추진한‘동학농민혁 명기념공원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안'에 수록돼 있는 기념공원 조감도이며, 오른쪽은 기념재 단이 예산을 확보한 후 다시 설계공모를 통해 선정한 당선작의 조감도다. 원안은 조감도 상의 묘역을 나타내고 있다.

정읍 황토현 일대에 조성될 예정인 동학농민혁명 추모공원에서 테마공원으로 건립의 성격이 변질된 채 진행되고 있어 동학농민혁명 관련 단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동학농민혁명 기념재단은 추모공원을 짓겠다며 정읍시와 함께 사업 추진에 나서 예산 확보 후 독단적으로 태도를 바꿔 관련 단체들을 자극하고 있다.

전국동학농민혁명유족회는 기념재단을 향해 "희생자를 위한 추모공원이라는 최초 기획의도가 철저히 무시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기념공원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동학농민혁명 희생자의 유해를 모아 공동 묘역화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기념재단이 정부와 국회에 사업의 타당성 및 예산확보를 위한 수단으로만 애초의 목적으로 활용한 뒤 예산이 확보되자 조성될 공원의 성격을 바꿔버렸다는 게 유족회의 주장이다.

이로 인해 기념재단이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핵심적 가치를 어디에 두고 있는 지 진정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당초 이사업은 지난 2010년 김생기 시장의 민선5기 시장공약사항에 포함돼 '동학농민혁명 희생자 공동묘역 조성'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으며, 정읍시와 기념재단이 협약을 맺은 후 발주와 시행을 맡아 공동 추진해 연구용역은 대학교수, 건축, 건설, 디자인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기본계획을 만들어 냈다.

이 기본계획은 기념재단 명의로 문체부와 기재부의 심의를 거쳐,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적정성 검토 등을 거쳤고 정읍시와 전북도의 적극적인 예산확보활동까지 더해져 국회를 통해 383억원의 예산이 반영됐다. 하지만 기념재단은 정읍시 예산 3천만 원이 투입된 기존의 기본계획을 뒤로 한 채 올 해분 사업예산 15억2천만 원 중 3천만 원을 빼 또다시 기본계획과 유사한 내용의 '기념공원 설계공모'를 추진했다.

행정기관이었다면 동일항목에 대한 중복된 용역발주는 감사 적발에 이어 구상 청구까지 진행될 소지가 있다. 결국 국회의 승인까지 받았던 연구용역은 사장됐고 공모를 통해 당선된 새 설계안이 반영되면서 기념공원 조성은 애초 추모공원이라는 핵심적 계획에서 벗어나 테마공원화 되고 있다.

기존 기본계획의 조감도 상에는 방문객의 동선 을 시작부인 주차장에서부터 중앙광장을 거쳐 직선상의 추모비와 묘역으로 유도하는 형태였으나. 반면 공모 당선작은 방문객의 동선을 묘역이 아닌 중앙 광장의 조형물로 초점을 맞추고 있고 묘역이 중앙에서 왼쪽으로 틀어졌으며 신축건물이 가리고 있는 형태다.

유족회 측은 "사업을 문체부에 신청할 때만 해도 재단이 유족 등을 초청해 용역안대로 추진하겠다며 브리핑까지 해 놓고 말 한마디 없이 독선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강한 불쾌감으로 표시했다. 이에 동학혁명 관련단체는 "누구를 위한 공원을 짓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며 "원안대로 추진되지 않는다면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며 이후 실력행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예고했다. 기념재단 관계자는 "아직은 기본적인 계획을 꾸며나가는 단계로 당선작이 확정안은 아니어서 추후 여러 계층의 의견을 수렴해 수정· 보완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하지만 동학 관련단체 등 유족회는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읍=박기수 기자 pgs3600@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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