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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9년째 떠도는 동학군 원혼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15.01.11 19:20
방치 이유는 여러 단체 이해 관계 때문
민족정기, 위인에 대한 합당한 예에서 시작



일본에서 숱한 우여곡절 끝에 봉환된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유골이 전주역사박물관 수장고에 19년 동안 안장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지난해 동학농민혁명 발발 120년(2주갑)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 가운데 동학군 장군의 혼이 구천을 맴돌고 있어 우리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1996년 국가적 차원에서 일본으로부터 건네받은 농민군 유골이 2002년부터 전주역사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이 유골은 1995년 일본 홋카이도대학의 한 창고에서 발견, 이듬해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장을 맡았던 한승헌 변호사 등에 의해 국내로 봉환돼 유골 신원 파악에 들어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DNA검사 결과 유골이 30~40대 남성으로는 밝혀졌지만 직계 가족이 없어 혈통을 찾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발견될 당시 ‘1906년 9월 20일 전남 진도에서 효수된 한 수괴의 해골을 시찰 중 수집했다’는 문서가 나타나며, 동학농민기념사업회는 전남 진도에서 활동한 동학농민군 지도자 박중진으로 추정했다.

이에 유골은 망자의 고향인 진도에 안장키로 하고, 정읍시 황토현 동학기념관 사당(구민사)에 임시로 안치했다가 2002년 당시 전주역사박물관을 위탁하고 있는 (사)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로 이관, 현재까지 위탁 보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문화재청, 전북도, 전주시, 진도군, (사)동학농민기념사업회와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등의 이해 관계가 얽힌데다가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아직도 유골이 구천을 맴돌고 있다.

문화재제자리찾기(대표 혜문스님)은 최근 감사원이 ‘동학군 유골에 대해 안장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의 안장 권고는 지난 2014년 5월 문화재제자리찾기가 제출한 공익감사청구에 대한 감사원의 공식적인 조치에 다름 아니다. 문화재제자리찾기측은 박물관이 20년간 정당한 이유없이 유골을 보관한 행위는 반인권적 행위일 뿐만아니라 사체 및 유골보관을 금지한 형법 161조에 저촉된다고 판단, 국민 감사를 청구했다고 한다.

문화재제자리찾기측은 오는 3월 1일까지 동학군 유골 안장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를 수립하지 않을 경우, 형법 제161조 사체보관 및 유골영득(遺骨領得, 남의 유골을 취득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 위반 혐의로 관련 기관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천명했다. 동학군 장군의 유골을 세간의 무관심으로 20년간 방치한 행위는 무성의한 후손들의 한 단면을 보이는 사례인 만큼 조속히 관계 당국과 지차체가 머리를 맞대고 조속한 시일 안에 유골을 안장해야 한다. 임시 묘라도 만들어 예를 다해야 함이 마땅하지 않은가.

새전북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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