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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한 남자와만 관계를 희망할까? 그렇게 믿는 건 착각이다

[최용철이 읽고 쓰는 ‘수상한 책, 불편한 진실’] <45>‘ 원나잇스탠드’는가능할까

기사 작성:  최용철 전북대 윤리교육과 교수 - 2015.03.05 16:40

‘원 나잇 스탠드’(one night stand), 그건 낯선 남녀가 단 하루 동안만 벌이는 정사다. 발칙하면서도 황홀한 판타지이다. 그런 만큼 누구나 ‘원 나잇 스탠드’에 일절 무관심할 수만은 없다. 예를 들어 대학 캠퍼스를 거니는 중 매력 넘치는 이성이 다가와, “안녕하세요. 사실 요즘 당신을 쭉 지켜보고 있었어요. 정말 매력이 넘치시네요. 오늘 밤 함께 잘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다고 상상해보라. 뭐라 대답할까. 남성이라면 거의 틀림없이 이 제안에 그러마라고 대답한다. 실제 조사에서 남성 100%가 그런 반응을 보였다. 그렇지만 조사된 여성 75%는 “무슨 소리! 미친놈 다 보겠네!”가 그 대답이었다. 단 하룻밤 정사에 남녀 반응이 사뭇 달랐다. 그렇지만 여성 모두가 거부반응을 보인 것은 아니다. 10명 중 적어도 4명은 혼외정사에 합의하겠다는 의사를 보였기 때문이다. (『욕망의 진화』, 데이비스 버스 지음, 전중환 옮김, 사이언스 북스, 2003, p.153)

혼외 성관계에는 남녀 두 당사자 합의가 필요하다. 아무리 은밀한 성관계라도 남성 혼자서는 치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혼외 성관계 운운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여성이 혼외 성관계에 합의했었음은 분명하다. 물론 모든 여성은 아니어도 적어도 몇몇 여성이 그랬다고 의심해볼만 하다. 어쩌면 혼외 성관계는 의외로 빈번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확인하기가 힘들다. 혼외 성관계는 워낙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혼외 성관계가 발각이라도 되면, 오랫동안 일궈왔던 결혼생활은 한순간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 혼인 제도가 엄존하는 만큼 혼외 성관계는 비밀이거나 아니면 금기였다. 금기였던 만큼 그것을 연구 대상으로 삼기도 어렵고 또 그 결과를 발표하기도 어렵다. “혼외정사를 묻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인터뷰 자체를 거부했다.”(p.154)

혼외 성관계를 연구하기 어렵다고 해서 혼외 성관계가 없었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연구 결과는 없어도 혼외 성관계가 빈번했다는 단서는 여럿이다. 그 중 하나가 남성 고환이 다른 동물보다도 크다는 사실이다. 암컷을 놓고 수컷들이 벌이는 경쟁이 심할수록 고환은 커지는 쪽으로 진화했다. ‘정자 전쟁’이 치열할수록 고환은 커야 하기 때문이다. ‘정자 전쟁’이란, 암컷이 시간 간격을 두고 여러 수컷과 교미함으로써 벌어진다. 여러 수컷과 교미함으로써 암컷 몸에는 여러 수컷 정자들이 동시에 머물면서 난소에 진입하려는 경쟁을 벌여야 했다. ‘정자 전쟁’에서 이기려면 다른 수컷보다 더 많은 정자를 보유할 수 있어야 한다. 큰 고환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자를 보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유했던 정자가 많을수록 한꺼번에 사출하여 다른 수컷들 정자를 물리칠 확률은 높아진다.

인간 고환은 다른 동물보다 유난히 크다. 유난히 큰 고환은 인간 여성이 진화과정에서 빈번히 혼외정사를 벌였음을 증명한다. 몸무게에 비해 인간 고환은 고릴라, 오랑우탄보다 훨씬 크다. 고릴라 고환은 몸무게에 비해 0.018%에 지나지 않는다. 오랑우탄 고환은 몸무게에 비해 0.048에 그친다. 반면 인간 고환은 몸무게에 비해 무려 0.079%에 이른다. 오랑우탄과 비교해서 60% 더 높다. 고릴라와 비교하면 4배나 더 높다. 그렇다고 인간 고환이 모든 영장류 중에서 가장 큰 것은 아니다. 침팬지와 비교하면 인간 고환은 오히려 작은 편이다. 침팬지 고환은 몸무게에 비해 0.269%를 차지한다. 인간 고환과 비교하면 무려 3배 크다. 침팬지 고환이 이렇게 큰 까닭은 침팬지들이 난혼으로 살기 때문이다. 침팬지만큼은 아니지만 인간 여성 조상에게도 혼외 성관계가 있었음이 분명하다.(p.156)

뿐만 아니다. 남성이 사출하는 정액은 부부가 오래 떨어질수록 증가했다. 부부 격리시간이 길수록 남편이 사출하는 정액은 점점 더 많아졌다. 조사에 따르면, 부부가 함께 살며 한 순간도 떨어져 있지 않은 채 100% 함께 했을 때 남편은 한번 사정 시 3억 8천만 개 정자를 사출했다. 그렇지만 부부가 100% 같이 지내지 못하고 5% 정도만 같이 지내는 경우 남편은 한번 사정 시 7억 1천 2백만 개, 거의 2배에 달하는 정자를 사출했다. 부부가 잠시 떨어져 지내는 동안에도 남편 정자수효는 증가했다. (p.157) 인간 남성은 배우자 여성이 바람을 피울지도 모른다고 의심스러워한다. 배우자와 떨어져 지내는 기간이 길수록 정자수효가 증가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여성 배우자가 바람을 피울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터무니없지 않다. 일정 기간 동안 배우자 말고 몇 명과 섹스를 하기를 희망하느냐는 설문 조사에서 여성이 내놓은 답변을 보라! 1년 기간을 가정할 때 남성은 평균 6명이라고 대답했고, 여성은 평균 단 1명이라고 대답했다. 기간을 3년으로 늘였을 때 남성은 평균 10명이라고 대답했고, 여성은 평균 2명이라고 대답했다. 2배로 늘었다. 기간을 자꾸 늘여나감에 따라 희망하는 섹스상대 수효는 자꾸 늘어났다. 그렇다고 남성만 늘어난 게 아니었다. 여성도 늘어났다. 평생이라는 기간을 가정할 때 희망하는 섹스 상대수효를 묻자 여성은 무려 평균 5명이라고 대답했다. (pp.160-1) 평생 동안 여성이 오로지 한 남자와만 섹스를 희망할까. 그렇게 믿는 건 착각이다. 원 나잇 스탠드, 그 환타지를 여성도 언제 어디서든 품을 수 있다. 여성도 인간이니 그런 환타지에 어찌 무심할 수만 있을까./전북대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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