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한옥마을에 전봉준 장군 동상 세운다

김승수 시장 추경 추진 "전주를 동학의 도시로 알리겠다"

기사 작성: 임병식 기자 - 2015.04.14 18:59

지금부터 꼭 120년 전(1894년) 정읍 고부에서 봉기한 동학농민군은 전주성에 입성한다. 구 시대 신분질서를 타파하고, 탐관오리의 착취에 맞서기 위해 일어선 농민군의 전주성 장악은 약자가 얻은 최초의 승리였다. 그리고 당시 전라감사였던 김학진과 동학농민군 지휘자 전봉준은 ‘평화로운 약속’이라는 의미의 전주화약(全州和約)을 체결한다.

한국사에서 관과 민이 체결한 최초의 신사협정이다. 이후 전라도 일대 47~53곳에 집강소(執綱所)가 설치됐다. 집강소는 자치기구다. 신분을 떠나 농민이 주체가 되어 질서를 바로 세우고 행정을 집행했다. 이는 관민상화(官民相和)로 불린다. 오늘날 말로 하자면 행정과 민간이 함께하는 협치로써 거버넌스다. 농민과 관은 짧지만 의미 있는 동거를 했다.

학자들은 전주화약과 집강소 운영을 동아시아 최초의 민주주주의 실험으로 평가한다. 이처럼 의미 깊은 전주 한옥마을 일대가 단순한 먹거리 소비처로 전락하고 있다는 자성론이 비등한 가운데 이곳에 전봉준 장군 동상이 건립된다. 연간 700만명의 관광객이 한옥마을을 찾지만 120년 전, 민과 관이 이뤄낸 협치 정신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동학정신은 간데 없이 그저 문어꼬치나 지팡이 과자, 길거리야 바케트빵을 먹는 먹거리 장소로 전락한 현실을 환기시키기 위해서다. 전주시는 오는 7월 추경예산에 관련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다. 민중이 자신들의 삶을 직접 관장하고 자치를 실험했던 정신을 한옥마을을 찾는 이들에게 알릴 목적에서다. 전주정신의 정수를 보여주기 위한 시도다.

전주시는 조만간 전봉준 장군 동상 형상과 장소를 결정할 계획이다. 전봉준 장군 동상이 들어서면 소녀의 상과 함께 한옥마을의 내면을 한층 깊게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은 곳곳에 동상을 세워 역사적 인물을 기억하고 있다. 그동안 전봉준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있음에도 소극적이었던 전주시는 농민군 안장과 함께 전주를 동학의 도시로 알린다는 구상이다.

전주에서 활동하는 작가 이병천씨는 “120년 넘도록 동상 하나 없는 게 부끄러워 한때 지인들과 동상 건립을 시도했었다”며 동상 건립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승수 전주시장은 “추경예산 확보를 계획하고 있다. 전봉준 장군 동상 건립을 통해 전주가 동아시아 최초의 민주주의 실험장이었음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임병식 기자 montlim@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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