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안을 따라 사해 갯벌로 들어가고 싶었다. 바닷물이 줄어들어 그만큼 갯벌이 드러나 보인다. 동서로는 경사가 급해서 면적이 넓지 않지만 남북 바다의 끝은 갯벌이 넓게 발달해 있다. 그리고 파도가 더는 오를 수 없는 사면에는 하얗게 소금 거품이 인다. 말 그대로 소금의 바다이다. 경사면을 따라 바다로 내려갔다. 먼저 모래와 자갈밭을 지나야 한다. 자갈은 온통 소금으로 코팅이 돼 있다. 바닷물이 햇볕에 달구어진 자갈에 머물고, 또 머물다간 자리에 하얗게 소금이 낀 것이다. 모래 사이를 들추면 소금이 마치 한겨울의 서릿발처럼 빛난다. 모래 사이에 스민 바닷물이 증발하면서 소금이 수정처럼 응결됐다.

오랜 기간 고립된 바다, 그래서 갇혔던 그 물들이 증발하면서 사해 주변에는 소금이 매장되기 시작했다. 지금도 사해 주변에는 많은 소금이 생산된다. 특히 이스라엘 남동부의 산업지구 세돔은 소금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세돔은 소돔과 고모라에 나오는 소돔에서 유래한 지역이다. <구약성서> ‘창세기’에 소돔은 성적으로 문란했고, 그 죄악으로 인해 유황과 불로 멸망당한다. 소돔과 고모라는 기원전 1900년경 사해지역에서 일어난 지진에 의해 파괴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사해의 물은 증발돼 염도가 높아지는 만큼 갈증이 깊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불안감 때문이다. 언젠가는 볼리비아의 우유니처럼 소금사막으로 남게 될 것이다. 실제로 사해의 물을 가까이서 보면 겔 상태로 소금이 걸쭉하게 엉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재 소금 농도가 28~33% 내외라고 하는데 보통 바다가 4~8%인 점을 감안하면 많게는 열 배 수준으로 높은 것이다. 수심이 깊을수록 그 농도는 더 깊다고 하니 아마 해저에는 소금이 쌓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지금도 해마다 수심이 1m 이상 낮아지는 걸 보면 사해가 사라질 날도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이렇게 자꾸 줄어드는 사해의 물은 그 쓰임이 다양하다. 사해는 북부와 남부 두 개의 바다로 구성돼 있는데 북쪽 바다는 수심이 390m 정도로 깊기도 하지만, 면적 역시 넓어서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남쪽은 수심이 3m 내외로 얕다. 그런데 유역이 드넓어서 우리로 치면 염전이 발달해 있다. 이곳이 세돔이다. 사해에서 펌프로 물을 퍼내 증발시키고 정제하여 순도 97％의 염화칼륨을 생산한다. 이를 더 가공하면 브롬과 브롬화에틸렌을 얻을 수 있다. 세돔에서 이루어지는 이 공정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전역에 걸쳐 몇 안 되는 칼륨 비료 공급원 가운데 하나이다. 이외에도 이스라엘에서는 사해의 물로 화장품과 의약품을 생산하고 있어 사해의 사막화는 더 빨라지는 것이다.

홍해의 물을 수로를 이용해 끌어들이면 그 큰 낙차로 인해 전력을 생산할 수도 있고, 사해의 고갈 사태도 막을 수 있다. 지중해의 하나인 홍해보다 400M가 낮은 바다이니 얼마든지 물을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가 실현되기에는 아랍의 상황이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주변국들의 이해와 협조가 있어야 한다. 아랍 국가들은 이중의 갈등에 싸여있다. 하나는 서방과의 문화적 충돌이다. 그러나 문화적 갈등은 껍데기일 뿐 실제는 검은 황금인 석유를 놓고 벌이는 ‘쩐의 전쟁’이다. 또 하나 더 심각한 것은 아랍권 내부의 문제이다.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인데 충돌 기간도 길고 골까지 깊어서 쉽게 풀리기 어렵다. 결국 이런 문제가 아랍의 발전을 가로 막는 것이다.

해수욕이 가능한 사해 주변은 휴영지이다. 일반인이 즐길 수 있는 시설도 있지만 세계적인 호텔들이 들어와 있다. 그런데 중동 전체가 내전적 분위기에 휩싸이면서 관광객이 줄어서 울상이라고 한다. 우리가 들른 메리어트호텔도 다른 호텔과 마찬가지로 사해 패키지 상품을 팔고 있었다. 우리는 숙박을 하지 않기에 점심식사와 탈의실 이용, 그리고 타올과 수중신발 서비스에 사우나까지 즐길 수 있는 상품을 구매했다. 그런데 점심을 먹는 부부 외에 다른 손님은 거의 없었고, 해수욕장 역시 우리만 단독으로 사용했다.

탈의실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사해는 아무리 추운 겨울이어도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다. 암만의 2월은 겨울옷을 입어야 하는데 불과 40분 거리의 사해에서 수영복 차림이다. 해저 400미터의 위력이다. 물론 약간 춥게는 느껴졌다. 그러나 그 추위가 문제겠는가? 사해까지 와서 물에 뜨는지 확인하는 일이 우선이다. 이조형 소장과 둘이 바다로 들어갔다. 이소장이 나에게 물 위로 누워보라고 한다. 나는 물을 무서워하는 편이다. 어려서 물에 빠져 죽다 살아난 경험 때문인지 무서워서 수영도 못 배웠다. 그런데 물에 누우라니 두려웠다. 그랬더니 이 소장이 먼저 눕는다. 그냥 물에 몸을 맡기라는 것이다.

사해에 누우니 정말 몸이 뜬다. 그런데 또 불안했다. 파도에 휩쓸려 깊은 바다로 들어가 버리면 어쩔 것인가 하는 걱정 때문이다. 밖에서 사진을 찍은 노인숙 선생님이나 함께 바다에 누운 이 소장은 걱정 말라고 하지만 난 걱정이 깊다. 이스라엘과의 거리는 18Km이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실제로 이스라엘까지 둥둥 떠서 건너간 적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그후 깊은 바다로 들어가면 밖에서 안전 요원이 지키고 있다가 건져 온다는 것이다. 그래도 무서웠다. 조금 있으니 이 소장이 책을 가져다준다. 누워서 책을 보라는 것이다. 자가 들어올 리가 없지만 사해 부력의 정도를 보여주는데 이만한 연출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만 균형을 잃고 말았다. 순간 몸이 앞으로 쏠렸고, 바닷물이 눈에 들어갔다.

사해의 물을 먹거나 눈으로 들어가면 심각하다. 특히 마시게 되면 바로 위세척을 해야 한다. 또 눈에 들어가면 씻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명에 이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물이 많이 들어가는 않은 것 같은데 따가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놀란 이소장이 눈을 감게 하더니 나를 끌고 민물 샤워장으로 가서 물을 뿌려준다. 민물로 씻고 나서야 눈을 떴다. 그래도 아리다. 얼마나 염도가 높은지를 눈으로만 본 것이 아닌, 느끼기까지 한 순간이다. 물 밖으로 나온 김에 머드팩을 했다. 해수욕장 옆에 진흙을 담은 그릇이 있는데 그 흙을 온 몸에 바르고 햇볕에 있다가 마르면 다시 물에 들어가서 씻어낸다. 이때도 얼굴을 씻으면 절대로 안 된다. 눈에 물이 들어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