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성인문학 그늘에 가린 동시문학 '활짝'

전북출신 윤이현-허호석-전원범-이준관 등 111명 작가 한국동시문학전집 발간

기사 작성: 이종근 기자 - 2015.05.13 16:28

그동안 한국 아동문학은 성인문학의 그늘에 가려 비주류 문학에 머물러 있었다. 동시문학은 동화문학에 밀려 출판 사정이 열악하고, 문학사적 정리와 평가가 미흡한 분야였다. 잘 팔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출판사에선 출간이 어려워 시인이 자비로 출간하는 일이 허다했다. 현재 서점에서 볼 수 있는 동시집 시리즈는 시 편 수가 적고 그림이 주가 되어 어린이를 겨냥한 것이 전부다. 그나마도 인지도가 있는 시인이거나 학교 교과과정과 연계된 작품이어야 책을 내는 것이 가능하다. '한국 아동문학 독본', '한국 아동문학전집', '한국 소년소녀전집' 등의 이름으로 10~30종, 혹은 작품 100선을 모아 출간하는 시도가 있었으나, 아동문학의 문학사적 정리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같은 척박한 동시문학의 토양 위에서 전북 출신의 윤이현, 허호석, 전원범, 이준관 등을 비롯, 111명의 작가와 그들의 대표작 9,940편을 망라한 한국 동시의 결정판이 출간됐다. '한국동시문학선집(지식을만드는지식 발간, 각권 값 1만8,000원, 세트 135만5,000원)'은 개별 작가의 선집 100권이라는, 체계적인 대규모 총서다. 이는 1908년 최남선부터 100년 동안 한국 아동문학사를 빛낸 시인 111명의 대표작을 가려 실은 만큼 2013년 출간된 '한국동화문학선집'(지식을만드는지식 발간)과 함께 한국 아동문학의 완벽한 총정리라 할 만하다.

'한국동시문학선집'은 우선, 작가와 작품의 아동문학사적·학술적 가치를 고려했다. 출판 사정이 열악해 작품집으로 선보이지 못한 해방 이전의 작가와 작품들도 선별했다. 둘째, 대학의 전문 아동문학 연구 기관인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가 기획하고, 대표 동시인이 참여한 권위 있는 시리즈다. 셋째, 편집의 혁신이다. 삽화 없는 동시집이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보고 소통하는 책이다. '퐁당퐁당'의 윤석중, '반달'의 윤극영, '섬집 아기'의 한인현, '자전거'의 목일신, '꼬까신'의 최계락, '초록 바다'의 박경종, '산토끼'의 이일래, '구슬비'의 권오순, '나뭇잎 배'의 박홍근 등 노래로만 알고 있던 원작 동요의 작자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시인으로 더 널리 알려진 정지용의 '해바라기 씨', 윤동주의 '소년', 박목월의 '여우비' 등의 동시와 월북 동요시인 강승한의 '병아리', 윤복진의 '팔려가는 우리 황소' 등의 동요, 동시도 만나 볼 수 있다. 한 번도 동시집을 출간하지 않은 작가 강승한과, 간행물에 발표만 되었거나 유고로 남아 동시집으로 선보인 적 없는 작품들(윤복진의 작품 33편, 김일로의 작품 15편, 이종기의 작품 약 40편 등)도 포함되었다. 지금은 절판되어 구할 수 없는 작고 시인 김삼진, 김영일, 김원기, 박경종, 석용원, 윤부현, 이응창, 이일래, 이종기, 조유로, 최도규, 최일환의 동시집 속 작품도 살려내었다.

김용희 기획위원(김용희 아동문학 평론가,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부센터장,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객원교수)은 "그동안 한국 아동문학은 성인문학의 그늘에 가려 비주류 문학에 머물러 있었고, 동시문학은 동화문학에 밀려 출판 사정조차 열악한 형편이었다"면서 "이 총서는 일반시인으로만 알려지거나 월북으로 잘 알려지지 못한 시인에 이르기까지 새롭게 조명한 만큼 한국 동시문학 100년사의 기록이다"고 말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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