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5년06월19일 16:48 회원가입 Log in 카카오톡 채널 추가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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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허들링에서 배우는 서로 돕기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케이블방송사의 모 드라마가 중년세대는 물론이고, 2030세대까지 사로잡고 있다. 몇몇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가 있지만, 드라마의 중심은 한 골목 다섯 가족 이야기이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아도 끈끈한 가족애가 있어 웃을 수 있었던 그 시절 가족 모습을 되살려낸 덕분에 공감을 얻어냈다.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도 다양한 모습의 가족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알코올 중독자의 가족은 정서적 고통과 갈등이 심해 가족관계가 깨진 경우가 많다. 하지만 관계의 뿌리에 자리한 가족애가 있기에 중독자의 배우자, 그리고 자녀가 조각난 가족을 회복시킨다. 중독자 가정의 원상회복을 위한 원동력은 바로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모임(Alcoholic Anonymous, A.A.)’과 ‘알아논(Al-Anon)’이다. 이 두 모임은 중독자 자신의 회복과 가족들의 밝은 미래를 결정짓는 친구와도 같다.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모임은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혹은 벗어난 사람들이 익명으로 모여서 회복 경험을 나누는 그룹이다. 중독을 경험 하고 있는 사람끼리의 지지 그룹인 셈이다. 알아논은 알코올중독 치료를 위해 중독자의 가족들이 모여 각자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들어주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모임이다.



최근 우리병원에서 알아논 모임이 시작되었다. 같은 문제로 아픔과 상처를 겪은 가족들은 모임을 통해 힘을 얻고, 서로를 치유한다. 중독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는 혼자의 힘으로 좀처럼 되지 않는다. 전문가가 치료적 접근을 하고, 중독자는 가족과 함께 치료과정을 수용하고, 먼저 회복을 경험한 사람이 중독자와 그 가족에게 힘을 북돋게 하여야 한다. 그야말로 삼위일체가 되어 중독자에게 희망 있는 삶이 될 수 있도록 사랑으로 감싸 주어야 한다.



남극에 사는 황제펭귄은 허들링(Huddling)이라는 단체행동을 한다. 영하 50도의 혹한을 이겨내기 위해서, 그리고 알을 지키기 위해 서로의 몸을 밀착하여 바깥쪽에서 추위를 막고 있던 펭귄이 힘들 때 쯤, 안쪽에 자리하고 있던 펭귄이 바깥쪽으로 나와 자리를 바꿔주는 것이다. 중독자 가족들도 황제펭귄처럼 서로의 체온으로 보듬고 지켜준다면, 회복으로 다시 탄생하는 삶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중독 회복의 길은 쉼 없이 달리는 마라톤과 같다. 숨이 턱에 차올라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지만, 그 고비를 넘기고 회복이라는 결승선을 향해 나아갈 때 자신과 가족의 행복이 함께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