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동학혁명 주민자치기구 '원평집강소' 복원

전국 유일…백발의 노인부터 어린아이까지 나선 동학정신 기세 고스란히

기사 작성: 공현철 기자 - 2015.12.21 19:27

▲ 동학농민혁명 당시 농민군의 집합소 등으로 사용된 집강소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김제시 원평집강소가 복원을 마치고 21일 준공식을 열었다. 준공식에 참석한 내빈들이 복원된 집강소 설명을 듣고 있다./오세림 기자

"신분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

동학농민혁명 당시 전라도 53개 군·현에 설치된 집강소는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관과 민이 함께한 일종의 거버넌스다.

집강소는 관민상화 이념에 따라 지금으로 말하면 행정기관과 민간이 공동으로 자치기구를 설치하고 민주사회와 평등사회 실현을 위해 노력한 곳이다.

동학농민혁명이 발발한지 120년이 흐른 오늘날 국내에 유일하게 남은 김제 원평집강소 복원 준공식이 21일 김제 현지에서 열렸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 21일 오전 김제시 금산면 원평리 거리는 한적했다.

하지만 원평천 다리를 건너 금산농협 삼거리에 들어서자 꽹과리 소리와 장구 소리가 떠들썩하게 울려 퍼졌다. 백발 노인부터 유치원 어린아이까지 나선 거리는 흥겨움으로 들썩였다.

어지럽게 얽혀 있는 군중들 사이로 말끔한 초가 한 채가 보였다. 이날 복원 준공식을 가진 김제 ‘원평 집강소’다.

국내 유일하게 남은 원평 집강소는 불과 몇 해 전만해도 관심 밖에 있었다. 대청 마루는 비바람에 파손됐고, 기와 담장과 서까래는 무너져 내린 채 방치됐었다.

집강소는 1882년 건립 당시 4칸의 초가였다. 도축을 하며 재산을 모은 백정 동록개가 건물을 동학농민혁명이 본격화하자 “신분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며 김덕명 장군(농민군)에게 헌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1894년 5월(음력) 동학농민군이 조선정부와 전주화약을 체결한 이후 동학농민군 최고 지도자 전봉준과 전라감사 김학진이 관민상화 원칙에 따라 전라도 53개 군·현에 자치기구인 집강소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원평 집강소도 이때 설치됐다.

이곳에서 동학농민 최고 지도자 전봉준 장군을 비롯한 동학농민군은 세계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민주사회와 평등사회를 지향하는 실험을 했다.

하지만 동학농민혁명이 실패로 돌아간 뒤 집강소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고 오랜동안 방치됐다.

이후 ‘원평 집강소’는 일제 강점기 면사무소와 불법연구회(원불교) 교당으로, 해방 이후에는 개인 주택으로 사용됐다. 건축된지 130년을 넘기면서 멸실 및 훼손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

동학농민혁명 120주년을 계기로 김제시와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은 2014년 10월 문화재청에 긴급하게 매입 복원을 신청했다.

매입 복원 신청이 받아들여져 1년여 원형 복원 작업을 마쳐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날 원평 집강소 복원 준공식에는 김종진 문화재청 차장과 최규성 국회의원, 이건식 김제시장을 비롯 주민 100여명이 참석해 축하했다.

한편 집강소(執綱所)는 동학농민혁명 당시 농민군이 전주성을 점령한 뒤 호남 지방에 설치했던 자치 기구다. 원평 집강소는 유일하다. 전문가들은 "원평 집강소 복원은 동학농민혁명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공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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