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개성있는 문화자본주의형 인재양성

[새전북이 만난 사람] 프라임사업 선정 이끈 김도종 원광대학교총장

기사 작성: 글=김영무·사진=오세림 기자 - 2016.05.17 18:56

지난 4일 교육부는 프라임 사업 대상으로 21개 대학을 선정했다. 학교당 연간 약 150억 원을 지원하는 대형 사업에 원광대학교가 선정됐다. 프라임 사업은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을 토대로 사회와 산업 수요에 맞춰 학사구조를 개편하고 정원을 조정하는 대학에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일종의 대학구조개혁 프로그램이다. 기존 대학들의 구조개혁이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먼저 정원을 감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양적 측면이었다면 프라임사업은 사회 수요를 반영, 학사구조 자체를 바꾸는 질적 측면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인문과 순수자연계열과 같은 기초학과들이 취업 못하는 학과로 낙인 찍힐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로 인해 프라임 사업 신청 과정에서 각 대학들은 내부 갈등을 만만치 않게 겪었다. 하지만 원광대학교는 고전적 인문이 아닌 산업과 연계될 수 있는 인문벤처와 융합을 내세운 김도종 총장의 소신과 합의도출로 순탄한 사업신청이 가능했고 선정에 이르게 됐다. 김도종 총장을 만나 프라임 사업의 의미와 원광대만의 특성화 사업, 향후 학교 운영방안 등을 들어봤다.<편집자 주>

▲프라임 사업에 선정된 소감은.

-정말 감사드린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 더욱 의욕이 넘쳐난다. 프라임 사업에 선정된 것을 계기로 우리대학이 명문대학의 기준을 바꾸는 일에 앞장설 것이다. 과거 명문대학의 기준은 고시합격자수, 국회의원 배출과 같이 다분히 인문계기준에 치우쳐 있었다. 하지만 이제 신산업에 종사할 수 있는 적응형 인재, 문화콘텐츠 가공이 뛰어난 소프트웨어형 인재, 그래서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창의적 인재를 배출하는 대학이 명문대를 가름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우리 원광대학은 이러한 융·복합적 인재를 배출함으로써 국가에 이바지함은 물론, 21세기 신명문대가 되겠다. 곧 대학생태계의 판도는 크게 변할 것이다.

▲프라임 사업을 준비하게 된 계기는.

-사회변화와 산업수요에 대응해 대학이 교육개혁을 선도하고 지역 여건과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지역 인재를 양성하자는 데서 기인했다. 미래 사회수요를 반영한 정원조정 등 학사구조개편을 통해 학생들의 전공 능력과 함께 진로역량을 강화하고자 고민했다. 국가의 인력수급전망을 고려해 초과공급 분야의 인원을 감축, 사회와 산업수요 등 초과수요분야로 정원을 이동시켜 인력 미스매치를 해소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대학생 실업문제를 극복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일각에서 인문계열 희생이란 우려도 있다. 준비과정에서 합의 등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해결했나.

-조금 길게 얘기하겠다. 우리학교는 전국에서도 정말 드물게 구성원들의 반발 없이 프라임사업을 준비했다. 언론을 통해 타 대학들의 사례를 이미 아시다시피 학과구조조정은 상당한 진통이 수반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는 예외였다. 그 바탕에 ‘태극(太極)형 구조개혁’이 있었기 때문이다. ‘태극(太極)형 구조개혁’이란 음양의 상승작용으로 우주 삼라만상이 조화를 이루는 것처럼 교내 모든 분야의 학문을 고르게 발전시켜 균형 있는 학교발전을 꾀하는 것이다. 다만 시대에 따른 학문적 수요의 변화가 있기에 강점분야에 집중하고 그렇지 않은 분야는 거름을 주며 잠재력을 키워나갈 것이다. 프라임을 통해 이공계 기술을 갖춘 학생에게 원광대학의 전통 깊은 인문학교육을 결합시킨다면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실생활 제품과 서비스로 구현해 낼 수 있는 인재가 배출될 것이다. 이런 저의 신념을 우리 구성원들이 알아줬기 때문에 마찰 없이 합심합력하며 사업준비에 전념 할 수 있었다.

▲분야별 정원조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전북지역 특색과 연계해 농생명 & 스마트기계·소재산업 인력양성을 목표로 정한 우리 원광대는 모두 535명의 정원을 이동하게 된다. 농생명산업 인력양성을 위해 생명자원과학대학을 농식품융합대학으로 개편에 125명이, 스마트기계·소재산업 인력양성을 위해 공과대학을 창의공과대학으로 개편에 410명의 정원이 각각 이동한다. 이와 함께 탄소융합공학과(60명), 화학융합공학과(80명) 스마트자동차공학과(60명), 기계설계공학과(40명), 디지털콘텐츠공학과(60명), 식품생명공학과(40명) 등 유망학문 단위 신설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컴퓨터소프트웨어를 전 학과에 융복합 전공으로 확대 개선하고, 창의마인드 확산을 위해 창의공학설계, 창의실무설계, 창의융합설계, 캡스톤디자인1, 캡스톤디자인2 과목을 창의공과대학 전 학과에 공통과목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 같은 학사구조개편을 통해 학생들의 전공 능력과 함께 진로역량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원광대만의 특화 분야는 무엇인가.

첫번째로 농생명 분야다. 우리지역 특화산업인 국가식품클러스터 등을 기반으로 추진하는 사업 계획서를 제출해 타 대학의 프라임사업과 차별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번째로는 탄소융합공학이다. 송하진 도지사도 올해 도정 주요 업무계획으로 ‘농생명과 탄소산업’을 이야기 할 만큼 전북 미래 핵심사업은 단연 탄소산업이다. 이에 맞춰 탄소융합공학과를 신설해 진정한 탄소전문가를 길러낼 것이다. 이는 전국대학 최초로, 원광대만의 앞서가는 도전이다.

▲새로운 목표가 '기가 충만한 대학! 격이 다른 대학!'이라는 데 어떤 의미인가.

-취임 당시 '기살리는 대학'을 내세웠다. 기를 살린다는 것은 구성원들의 자신감을 살려 변화와 개혁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미다. 새로운 비전과 상상력 그리고 실천적 힘을 담보로 아래로부터의 개혁을 해보자는 의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 구성원들은 지난 1년 동안 수많은 국고지원사업에 도전했다. 설령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모든 사업에 참여해 실력을 쌓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최선을 다했다. 그 덕분에 우리는 ‘대학구조개혁평가’ 최우수 등급 획득했고 여러 국고지원사업 유치 연이어 성공했다. 이제는 더 큰 목표로 기가 충만하고 격이 다른 대학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개교 70주년을 맞았는 데 의미와 소감은.

-개교 70년을 맞은 우리대학은 이미 기가 충만했다고 생각한다. 현재 사회는 문화산업이 세계를 주도하는 문화자본주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과거 산업자본주의 시절은 폭발적인 인구증가의 대책으로 의·식·주 욕구를 채우기에 바빴다면, 문화자본주의 시대는 더 나아가 정신적 욕구가 융합돼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시대변화에 맞춰 원광대학교는 기존 학문연구 기관으로서의 고정된 틀을 과감히 벗어나 문화자본주의라는 새로운 산업적 수요에 맞게 탈바꿈하고 있다. 원광대학교는 21세기 문화를 선도하는 아시아 중심대학으로서 중국 종자시장 무대 진출과 의료관광 사업 활성화 추진,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건설 등 세계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나갈 혁신을 주도할 것이다.

▲취임과 함께 ‘1학과 1기업창업’에 주력하고 있는 데 계기와 현황은.

-대학은 직업능력을 배양시킬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대학들이 취업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특성을 고려할 때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취업자리의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취업에서 창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이제 대기업 등으로의 취업능력이 아닌 창업하는 능력을 배양시키는 것이 문화자본주의 시대에 걸맞는 대학의 역할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13개 학과에서 창업아이템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다. 또한 30개 학과가 추가 신청해 올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까지 수익적인 측면에서는 큰 성과를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같은 특성화 프로그램을 통해 습득한 능력으로 졸업생이 창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국제화 사업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는 데.

취임시 유학생 3,000명 유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대학정원이 감소하는 현실에서 아시아 학생들을 유치해 아시아 중심대학을 만들겠다는 의지였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학교에서는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연변대학교와 연변 현지의 북방농업연구소를 설립해 현지 종자사업과 농산물 생산의 교두보를 구축했다. 지난해 11월 호남중의약대와 한국어교육센터를 개원했고 중국 연태 원광대 중국 동문회 사무실을 개소해 유학생 유치에 더욱 힘써왔다. 올해 5월에는 중국 광저우에 있는 광동식품약품직업학원, 광동성보건식품협회, 광동백운학원과 상호 교류를 위한 MOU를 체결해 학생교류와 현지 인턴실습을 위한 기반을 만들고 있다. 이밖에 원광대 병원의 국제화에도 힘써 몽골, 베트남, 필리핀 등 동아시아권 대학과 병원과도 실질적인 교류를 확대해오고 있다.

▲도내 명문사학으로서 향후 학교 운영방안은.

우리학교는 국내 명문사학을 넘어 아시아 중심대학을 지향하고 있다. 특히 문화자본주의형 인재양성에 앞장서겠다. 이 시대의 개인은 물질적인 의식주욕구와 정신적인 진선미 욕구를 동시에 실현시키기 원한다. 개성을 반영한 맞춤형 제품과 디지털 기술 기반의 반짝이는 아이디어 제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생산의 축도 대기업에서 소기업, 1인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학도 이를 전제로 융합학문교육, 창업·창직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학교는 ‘전교생 창업학교 이수’, ‘1학과 1기업창업’, ‘3합신사(다문화를 수용하는 국제신사(國際紳士), 여러 학문 영역을 이해하는 학제신사(學際紳士), 다양한 종류의 직업능력을 갖는 직제신사(職際紳士) 육성’과 같은 융·복합적 맞춤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원광대학교를 학생이 월급을 받으며 다니는 창업과 창직 중심의 학교, 경제적 자립이 가능한 학교로 탈바꿈 시킬 것이다.

△김도종 총장은?

김도종장 총장은 1953년 익산 출생으로 지난 2014년 12월 제12대 원광대학교 총장에 취임했다. 원광대학교에서 ‘역사이해에 관한 기(氣)론적 고찰’이라는 논문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지난 1982년부터 원광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한국철학회 부회장, 철학연구회 부회장, 범한철학회 회장, 대한철학회 회장, 원광대학교 인문대학장, 세계철학대회 조직위원, 국제문화학회 이사장, 원광대학교 도덕교육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김 총장은 1980년대에는 교수 민주화 운동에 참여해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의 전북지역 간사로도 활동하는 등 사회참여 활동도 적극적으로 해왔다. 특히 통일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북한의 학자들과도 활발한 교류활동을 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통일원 교류협력국의 정책자문위원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모든 사람을 '목적으로 대하고 수단으로 대하지 말라'는 신념을 가진 그는 포용력을 갖춘 부드러운 인물이지만 중요한 부분에서는 결단력을 발휘하는 외유내강형 인물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김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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