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이용량 증가-지역민 체감 저조
역세권 중심 지역 특성화 전략 필요

호남고속철도(KTX)가 개통 된 지 1년이 되었다. KTX의 진가는 역시 빠르기다. 전주에서 서울까지 1시간 반이면 족하다. 종전보다 2시간이나 앞당겨졌다. 서울 나들이를 당일치기가 가능하도록 만드는데 기여한 일등공신이다. 요금이 다소 비싸지만 숙박비를 감안하면 비용의 부담감이 덜어진다.

KTX를 이용한 통행량도 크게 증가하였다. 전북연구원의 발표자료에 의하면 익산역의 경우 KTX 개통 전에 136만명이던 통행량이 212만명으로 늘어 55.5%의 증가량을 보였고, 전주역도 55.4%, 정읍역은 33.7%, 그리고 남원역은 55.9%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전북연구원은 KTX를 이용한 도내 방문객의 소비활동으로 1,394억원의 생산 효과가 있었고, 2,595명의 고용효과와 679억원의 부가가치가 유발되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였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효과 분석을 온전히 믿고 고개를 끄덕이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도 많다. KTX가 개통되면 역세권 주변의 개발이 활발해져 경제 효과를 기대했던 지역 주민들의 체감 온도는 싸늘하다. KTX 개통에 대한 기대 수요로 주변의 땅값만 뛰고 건물 임대료만 오르는 바람에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폐업하는 세입자들이 늘었다. KTX가 개통되면 역사는 복합쇼핑몰로, 그 반경 3KM는 주거지와 상업지를 결합한 역세권으로 재개발한다는 청사진을 내 놓았었던 익산역과 정읍역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현재까지 역사하나 신축한 게 전부다.

KTX 개통으로 도내 방문객의 소비활동이 수천억 원에 이르는 생산효과를 유발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KTX가 개통되어 많은 사람들이 도내를 방문한 반면에 도내 사람들이 타지역 특히 수도권으로 유출된 경제 효과는 간과한 아전인수격 해석이다.

도내 이용객 방문의 내용면에서도 좀 더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즉 이들이 비싼 KTX 요금을 내고 방문하는 대신 당일치기로 숙박비를 줄여 그 비용을 상쇄시키는 효과를 본다. 도내에 머무르는 동안에 교통비 및 식비 등을 지출하는 정도에 그친다. 당일치기 일정이라 당연히 이동 속도도 빨라져 차분하게 소비 활동을 할 여유가 없다. 역세권 상인들이 울상인 이유다.

서울 사람들이 비싼 KTX요금을 감수하고 도내를 방문할 가치가 있는 관광자원도 전주의 한옥마을 말고는 딱히 없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KTX개통으로 도시발전 및 지역간 상생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우선 역세권 중심의 지역 특성화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보다 먼저 고속철도를 도입한 외국의 사례들도 눈 여겨 볼만하다. 신간센의 경유지인 일본 교토나, TGV와 유로스타가 정차하는 프랑스 릴르, 이체(ICE)가 정차하는 독일 쾰른 등은 지역의 역사문화 자원과 지리적 이점을 살려 역세권을 활성화시킨 좋은 사례들이다.

KTX 이용 목적 중 관광·휴가가 9.7%에 불과하다는 전북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주목해야 한다. KTX 개통이 지역 경제 발전 효과를 가져온 것은 긍정적이지만 자칫 KTX 개통으로 인해 머물고 가는 방문이 아니라 스쳐 지나가는 경유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용객이 늘어남에 따라 KTX 증편 요구를 주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특화자원을 연계 활용하는 특성화 전략이 더 중요하다. 화려한 통계보다 실속 있는 셈법이 필요하다. 앞으로 남고 뒤로 믿지는 꼴이 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