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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속 작은 학교에 새로운 좌표 제시하다
[동행, 그리고 변화] ■ 위기를 기회로 `금구초중'
2016년 10월 24일 (월) 김영무 기자 APSUN@sjbnews.com

 

   

전주초등학교와 완산, 풍남, 중앙, 금암, 동초등학교 등 원도심 6개 학교 2014학년도 학생은 1,255명이다. 24년 전 1990년 6개 학교의 학생수 1만5,647명에 비하면 8.0%에 불과하다. 단순 비교하면 전교생 100명이던 학교가 24년만에 8명으로 줄어든 셈이다. 학생들이 줄면서 파생된 현상이다. 더구나 농어촌 작은 학교들은 학생들이 없어 활기를 잃은지 오래다. 도시 학교는 인성 교육 부재 등으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이 같은 상황은 전북은 물론 전국적으로 비슷하다. 정부는 소규모 학교와 소규모 교육지원청 통폐합이라는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전북교육청과 지역 주민들은 통폐합이 능사는 아니라며 반발하고 있다. 위기의 시대에 등대처럼 좌표를 제시하는 학교가 있어 화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김제 금구초·중학교를 찾았다.<편집자 주>

   
  ▲ 교장실은 공유공간 금구카페로 바뀌어 점심시간에 학생들이 찾아와 책을 읽거나 대출해 가고 있다  
 



금구초중학교에 들어서면 600년된 은행나무를 비롯해 보호수 세 그루가 위용을 드러낸다. 1912년 터를 잡았으니 역사만 104년째다. 절로 옷매무새를 여민다. 오랜 교육 종가(宗家)에 들어서는 만큼 경건해야 할 것 같아서다. 그런데 교장실이 보이지 않는다. 지나는 초등학생에게 묻자 ‘교장실은 없고, 금구까페가 있다’며 친절하게 안내한다. ‘학교에 웬 까페?’하며 문을 열자, 까페지기 김판용 교장이 환하게 맞는다.
숙련된 솜씨로 내려주는 커피를 마시며 나눈 대화 속에서 이 학교가 명성을 날리며 문턱이 닳아질 정도를 방문객이 많은 이유를 알듯 했다. 가장 수긍이 가는 것은 ‘모두가 교장’이라는 것이다. 업무 결정을 모든 담당자가 주도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학교장은 의견을 존중하고 지원한다. 물론 책임은 학교장이 진다. 교사들의 열정과 자발성은 여기에서 비롯됐다.

   
  ▲ 금구카페 방문객 중에는 외국인도 많다  
 


다음은 '학생 중심 교육'이다. 학교장부터 모든 교직원들이 학생 의견을 경청하고 수용한다. 즐거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유명한 ‘금구 G리그’도 그렇게 탄생했다. 체육대회나 축제도 학생들이 기획하고 운영한다. 학생 자치를 존중하고, 스스로 공부하는 풍토를 만들고자 함이다. 학생 행사 예산 집행 역시 학생들 의사를 반영한다.
또한 지역과 함께 하고 있다. 김판용 교장은 부임하자마자 금구마을 교육공동체를 추진했다. 삼성생명연수소 후원으로 매년 인문학 캠프를 열고, 가을이면 금산사에서 밤샘 독서도 벌였다. 지난 6월에는 500년된 학교 느티나무 옆 면사무소 벽면을 이용해 금구느티나무 영화관을 개관했다. 추억의 가설 극장으로 지역주민들을 초대한 것이다. 이를 위해 금구면사무소는 3일전부터 방역을 했다. 금구파출소는 교통 정리와 치안을, 그리고 이장협의회는 홍보를 맡았다. 동김제농협은 팝콘과 음료수를 제공해 흥을 돋우고, 영상과 음향은 한국영상자료원이 지원했다.

   
  ▲ 금구느티나무영화관  
 

마지막으로 '학교만의 문화'를 갖고 있다. 문화는 두 축이다. 하나는 독서와 글쓰기이다. ‘금책은 글 프로젝트’라는 책을 읽고 손 편지를 쓰는 특화된 프로그램이다. 책을 읽거나 편지를 쓰면 마일리지를 준다. 이렇게 선발된 15명은 오는 11월 초 중국 서안으로 해외문화체험에 나선다. 교장실을 북카페로 전환해 책을 읽힌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교육부 선정 독서교육우수학교 포창도 받았다.
또 하나의 축은 '사진 예술'이다. 지난해 금구초·중학교는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예술꽃 씨앗학교다. 사진 분야로는 전국에서 유일하다. 전교생이 사진을 배우고, 교직원은 물론 학부모 사진 클럽까지 있다. 그러다보니 기부가 이어져 학교 안에 갤러리와 스튜디오도 갖췄다. 올 1학기에는 금구 마을 33개 이장으로부터 어르신 한 분씩을 추천받아 학생들이 장수 사진을 촬영하고, 그분들의 일대기를 글로 정리했다.
이 학교의 힘은 학교장의 뚜렷한 교육 철학과 헌신, 그리고 함께 하려는 교직원들의 자발성에서 나온다. 그래서 자유학기제를 실시했다. 미리 준비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올 3월 전국 최초로 교육부 진로 버스가 이 학교에서 출발했다. 그러자 이준식 교육부총리가 학교를 방문해 자유학기제를 둘러보고 학생들과 토크쇼를 벌였다. 방문을 마친 교육부총리가 ‘금구는 정말 놀라울 정도’라며 극찬했다.
학교 비전인 ‘행복 금구’는 그냥 구호가 아니다. 학교 안에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행복해야 한다는 게 김 교장의 확고한 경영 철학이다. 행복하니까 스스로 움직이는 동력이 결국 전국의 모범적인 학교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김판용 교장
"행복하지 않으면 학교가 아니죠."
김판용 교장은 아프리카 탄자니아를 좋아한다. 킬리만자로 화산자대에서 자란 탄자니아 커피는 연한 신맛과 와인과 과일향이 풍부해 커피의 황제라는 애칭이 있단다. 그라인더로 갈아낸 원두를 거름망에 얹고 드립하는 솜씨는 숙련된 바리스타에 가깝다. 교장실을 모두에게 내놓고 불편하지 않은지 궁금했다. 대답은 의외였다. 학교 공간은 공적이라 혼자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혼자 문 닫아놓고 있으면 외롭고 힘들잖아요. 함께 하니까 재미도 있고, 구성원들 만족도도 높아요.”
외부 손님이 많아 교직원들이 싫어할 것 같고 유명한 교장과 함께 하면 그만큼 힘들 것 같다는 질문에 “누가 왔다 갔는지 직원들은 전혀 몰라요. 차 대접부터 모든 일은 제가 하거든요. 선생님들은 수업하고 학생들 돌봐야 하니까요"라고 했다.
김 교장은 일 많이 하기로도 유명하다. 그는 가장 늦게 퇴근한다. 직원들에겐 일이 많아서 늦는 거니까 나 신경 쓰지 말고 퇴근하라고 한다. “학교장은 주어진 일은 없지만 챙겨서 할 일은 끝이 없어요”라면서 앨범을 건넨다. 올 졸업생들 개개인에게 맞춰 김 교장이 직접 만들어준 것이다. 이런 일은 업자에게 맡겨야 하지 않느냐고 하자 모르는 아저씨가 찍어 똑같이 만든 앨범에 추억이 담길 수 없다고 했다. “앨범을 학생들이 가슴에 품고 가요”라고 답하는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학교에는 독서 우체국이 있다. 학생들이 카톡이나 문자 메시지로 의견을 주고받는 대신 손편지를 쓰도록 장려한 것이다. 우체국과 협약을 맺고 우표와 엽서, 편지지와 편지 봉투까지 학교 자체로 제작했다. 아날로그적 감성을 키우고 싶어서란다.
그에게 오늘날 학교가 왜 힘든지 물었다. 대답은 단순했다. “시대가 바뀌었는 데 모두 자기 학창시절, 자기 교사시절만 생각해요. 그러면서 학생을 탓하고, 교사를 탓하지요. 대답은 자기 안에 있어요. 기존 관념도 권위입니다. 내려놓고 순리에 따르면 모든 것이 물 흐르듯 이뤄지거든요.” 버리자 모든 것이 다가 왔다는 그의 말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김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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