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5년05월16일 17:31 회원가입 Log in 카카오톡 채널 추가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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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 도깨비 소환

도깨비는 민간 신앙에서 빠지지 않는 초자연적인 존재 가운데 하나다. 오랜 세월을 통해 우리 삶과 가장 밀접한 관련을 맺어온 만큼, 도깨비에 관한 전설이나 민화 민담은 지역마다 다양하게 전해온다.
전주-남원 간 대로 원색장 마을은 색장동의 중심마을이다. 마을 뒷 고개에 왜적을 막기 위한 담을 쌓고 경비하였다고 해서 塞墻洞으로 불리다가 지금은 약식으로 빛 色 길 長 색장동으로 쓰인다. 원색장 마을 논에는 돌이 많았다고 한다. 도깨비한테 잘못하면 심술을 부려 돌을 가져다 놓고, 잘하면 돌을 치워준다고 해서 도깨비에게 제를 지내는 풍습이 있었다. 이 일대는 도깨비와 자갈에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전해오는데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전설이다.
“옛날에 자갈이 많아서 농사가 안되는 곳이 있었는데 가끔 도깨비가 와서 ‘논을 떼 매어 가겠다’고 심술을 부리곤 했다. 농부는 짐짓 시치미를 떼며 ‘자갈이 많이 있어야 농사가 잘되는데, 자갈이 없어서 어차피 농사도 못 지으니까 떼 매어 가려면 그렇게 하라’고 했다. 도깨비는 어디선가 돌을 주워다가 논바닥에 퍼부었다. 농부는 손뼉을 치며 ‘이제 돌이 많아서 우리 농사 잘되겠다’고 좋아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심술을 부리며 도깨비가 자갈을 모두 주워서 가져갔다.”는 이야기다. 또는 “도깨비가 논 네 구석에다 말뚝을 박고 논을 떼 매어 간다고 으름장을 부리곤 했는데, 밤새도록 말뚝 박다가 날이 밝곤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이렇듯 도깨비는 심술이 많긴 하지만 인간에게 심각한 폐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대체로 도깨비의 특징은 심술궂지만, 장난을 즐기며 꾀가 없고 미련하여 사람들이 이를 이용해 재물을 얻거나 이득을 보기도 한다.
도깨비에게 한번 돈을 빌려주었더니 매일 빚을 갚았다는 얘기에서 미련함과 건망증이 심하지만 빌린 돈을 갚을 줄 아는 윤리성도 있음을 발견한다. 혹부리 영감과 같은 전래동화에서는 노래와 춤을 즐기고 놀이를 좋아하는 특성을 드러낸다. 희로애락을 느끼며 특히 기쁘고 즐거운 일에 몰두한다는 점이 다른 귀신과 차별되는 점이다. 도깨비는 귀신처럼 악독하게 사람을 해치지 않으며 권선징악이 보장된 선에서 밉지 않은 심술을 부리고 원만한 해결을 유도한다. 그 옛날, 사람들은 도깨비가 지닌 초자연적인 신통력은 결국 인간에게 유익하게 이용되기에 도깨비를 믿음으로써 부분적으로 욕망과 소원을 충족하는 신앙으로 여기기도 했다.
최근 방송 내내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인기몰이를 한 tvN의 드라마 <도깨비>가 동남아 및 미주로 수출되며 여세를 이어가고 있다. ‘도깨비’라는 고유 명사 대신 '고블린(Goblin)'과 '가디언(Guardian)' 등으로 번역되어 방영되고 있다는 게 조금 아쉬움으로 남지만, 일본에서는 <鬼-도깨비>라는 제목으로 3월부터 정규 방송된다고 한다. 이 드라마를 통해 도깨비는 물론, 저승사자, 칠성신, 삼신 할매 등 한국문화를 알리고 한류 문화콘텐츠의 새로운 힘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고대한다. 사라진 도깨비를 현실로 소환한 힘, 이것이 <도깨비> 드라마의 가장 큰 성과이자 선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