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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출필곡 반필면(出必告 反必面)
2017년 09월 10일 (일) 이태현 무주군 부군수 APSUN@sjbnews.com

사람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예절이다. 예절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긍정적 마음의 시작이기도 하다. 유도나 검도 등 거칠고 힘든 격투기 운동도 경기 규칙을 보면 예절로 시작해서 예절로 마무리한다. 사람이 동물과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는 예의와 염치, 도덕을 알고 실천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기본생활 습관과 예절, 올바른 언행을 지도하는 것도 바로 사람됨의 품성을 잘 길러주기 위해서이다.
베이비붐세대 까지만 해도 유년시절 밖에서 뛰어놀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댓돌 위에 놓인 할아버지의 흰 고무신과 헛기침을 대하면 저절로 마음이 경건해지고 마음을 조아렸다. 이처럼 예절은 언행을 신중하게 하면서 도리에 어긋남이 없도록 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30년 전 필자가 정읍군청 지방공무원에 임용되었을 때의 일화다. 군수님으로부터 사령장을 받고 소속계로 찾아가 인사를 드리자 계장님 말씀이 공직생활을 하면서 ‘出必告 反必面’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공무원의 기본자세에 대해서도 각별히 말씀해 주셨다.

出必告 反必面. 이 고사성어는 중국 한나라 때의 경서인 오경의 예기(禮記)에 나오는 글이다. 즉, 집을 나갈 때는 부모님께 행선지를 분명히 청하고 떠날 것이며, 돌아와서는 반드시 얼굴을 보이며 잘 다녀왔음을 알리라는 말이다. 모든 예의 기본으로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는 아름다운 예의범절이다. 공무원 시각으로 출장명령부와 출장결과보고서인 셈이다.
여기서 ‘出必告 反必面’을 ‘출필고 반필면’으로 읽으면 안된다. ‘고(告)’는 보고(報告)와 공고(公告), 고시(告示) 등의 ‘고’자로 흔히 쓰이는 ‘알린다’고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청한다’, ‘보인다’는 뜻의 ‘곡(告)’으로 읽어야 한다. 이때의 ‘곡’은 밖으로 나갈 때는 부모님께 반드시 청하여 허락 받고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出必告 反必面’은 ‘출필곡 반필면’으로 읽어야 한다.

‘출필곡 반필면’은 직장에서도 그대로 통용된다. 출근하면 상급자나 동료에게 인사하고, 출장을 가거나 귀청해서도 반드시 상급자에게 알려야 한다. 퇴근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퇴근시간 됐다고 도둑고양이처럼 살짝 빠져나가 버리는 것은 좋지 않다. 직장에서 언제 무슨 일이 생기고 누가 찾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출필곡 반필면 예절에 익숙한 사람은 직장에서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인사예절을 잘 지킨다. 그래서 가정예절이 곧 직장예절이요 사회 에티켓이 된다.
더 나아가 예절은 개인의 인성을 판단하는 자료이자 사회생활에서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 세상살이가 복잡 미묘해지고 직장문화가 혼란스러워지면서 ‘생긴 대로’ 살아서는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 왕따 당하거나 ‘싸가지 없다’는 평을 듣기 십상이다. ‘일 못한다’는 말보다 더 무서운 말이 ‘싸가지 없다’가 아닌가. 그렇게 되면 인간관계가 삐걱거리게 되고 심하면 인사상의 불이익까지 받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예절과 매너는 분명히 경쟁력이다.

인기 있는 TV프로그램 중에 ‘돌발영상’이라는 게 있다. 무의식적인 말 한마디, 다듬어지지 않은 행동 하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재미있게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직장생활에서도 그런 돌발 상황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별것 아닌 사소한 차이가 황당한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 해 두어야 한다.
글로벌시대에 직장에서 일 잘하는 것은 기본이고 성패를 좌우하는 제일의 함수는 인간관계이다. 그중에서도 상급자와의 관계는 더욱 중요하다. 좋든 싫든, 상급자는 직장생활을 결정적으로 좌우한다. 이런 점을 인정해야 직장생활의 길이 보이고 예절과 매너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다.
出必告 反必面은 오늘날 가정에서 자녀들뿐만 아니라 직장인에게도 행동의 기본 철학이라 믿는다. 누구나 세상을 살아오면서 뒤돌아 볼 때 “왜 그때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라고 반성하는 것은 기본이 부족해서다. 본립도생(本立道生) 이라고 했다. 즉, 근본이 서면 길이 생기는 것이다. 그 근본이 바로 ‘出必告 反必面’인 것이다.

무주군 부군수 이 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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