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완주 구이면의 전북도립공원 모악산. 등산로 입구에서 5분정도 올라가자 ‘수박재다리’ 앞에 ‘전주 김(金)씨 시조(始祖)묘’를 안내하는 표지가 있다. ‘0.4㎞ 전주김씨시조묘’.<관련기사 5면>

등산로를 따라가자 잘 정리돼 있던 길이 험해지기 시작했다.

나무 사이에 누군가 버린 속옷과 휴지더미가 심심치 않게 보였다. 길은 성인 남성 한명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았고 관리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시조묘로 향하는 길은 음산하기까지 했다. 올라가는 동안 등산객 한명이 보이지 않았고, 쓰러져 썩은 나무와 허리까지 차오를 정도로 자란 풀이 무성했다.

표지판이 가리킨 길로 7분 정도 올라가자 큰 바위와 등산객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보였다. 누군가 막걸리를 마신 것처럼 돌에 술이 부어져있었고, 그릇도 그대로 놓여 있었다.

등산로 곳곳에는 사탕봉지 등 비닐 쓰레기와 먹다 남은 음식물 등이 발견됐다.

시조묘에 가까워지자 좁은 통로에 10m 정도 나무가 쓰러져 길을 막았다.

험난한 등산로에 비해 시조묘는 비교적 관리가 잘돼 있는 것으로 보였다. 묘 앞에는 석등과 비석, 신하의 모습을 한 2명의 석상이 자리했다. 

모악산 전주김씨 시조묘는 시조인 김태서의 묘다. 풍수지리학자들은 갈마음수형(渴馬飮水形)의 명당으로 친다. 목마른 말에게 물을 마시게 한다는 뜻으로 자손을 크게 흥하도록 돕는다는 의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주 김씨 34대손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핵위협이 한창 고조됐을 땐 ‘전주와 완주는 김 위원장 시조묘가 있어 미사일이 날아오지 않을 것’이란 웃지 못 할 소문이 돌기도 했다. 

전북도는 최근 김 위원장의 올해 안 답방에 맞춰 전북으로 초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그 핵심에 이 시조묘가 있다. 김 위원장의 선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지난 2000년 언론사 대표 40명이 방문했을 때“수령님(김일성)이 계셨더라면 벌써 가셨을 것인데, 남조선에 가면 당연히 가야지요”라며 시조묘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 초청을 계획하고 있다는 전북도와 행정구역상 시조묘 관할 자치단체인 완주군의 대비는 이렇다할게 없다.

완주군 시설공원사업소 모악산 공원팀 관계자는 “시조묘로 향하는 길은 정식 탐방로가 아니기 때문에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도의 김 위원장 초정계획을 듣고 종친회 등을 접촉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도 관계자는 “해당 안은 검토 중일 뿐이고, 종친회 등과도 접촉한 사실이 없다”면서 “시조묘로 향하는 등산로 정비계획도 현재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동혁?최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