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그락달그락]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달그락달그락]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 새전북 신문
  • 승인 2019.07.1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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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의 학교생활 이야기
/군산상업고등학교 교육복지사
군산상업고등학교 교육복지사

지난 해 8월의 한여름은 나에게 유난히도 뜨거웠던 계절이었다. 숨 막힐 듯한 공기, 아스팔트를 녹여버릴 듯한 온도, 지친 몸과 터질 듯 뜨거워진 심장소리와 멈추지 않는 눈물, 그리고 손에 들린 국화꽃은 나에게 8월 여름의 이미지가 되었다.
그 해 여름, 나는 꽃다운 나이의 제자 한 명을 하늘나라로 보내게 되었다. 중학교에서 소위 짱이라 불리는, 군산의 통이라 불리던 아이였다. 내가 기억하는 학창 시절의 그 아이는 대개 교무실에 불려와 혼나고 반성문을 쓰거나, 교문 밖으로 자주 나가곤 했던, 소위 문제아였다.

그럼에도 나에게 있어 그 아이는 그 시절 유행하던 노스페이스 검정 옷을 자주 챙겨 입던 멋쟁이이자 캔커피를 사와 건네주며 수줍게 웃는 모습을 보여주던 아이이기도 했다. 그 아이는 중학교 졸업 후에도 6년 간 ‘조만간 한번 들리겠다’는 말뿐 아니라 가끔 들러 안부를 전해주곤 했다.
해마다 만나는 그 아이의 고민과 걱정은 매번 비슷하면서도 조금씩은 달랐지만 늘 마지막엔 다음에 또 올게요. 라는 말을 하곤 했다.
그랬던 녀석이 스스로 하늘나라에 갔다. 그리고 올해에도 또 다른 한 아이가 그렇게 먼저 떠났다. 그 아이들을 하늘에 보내고 한동안 가슴의 먹먹함이 이어졌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난 후 퍼즐의 조각을 맞추듯 무언가를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일찍부터 안고 산다는 것을. 우리는 간혹 눈에 보이는 모습만으로 그 사람을 판단한다. 겉으로 보기와는 달리 아이들의 세상은 조금 더 큰 법이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는 군산의 상업계 특성화고이다. 일반적으로 인문계 학생들 보다는 학업에 대한 집중도가 적은 학생들이 취업과 진학을 위해 우리 학교로 모여든다. 학교에 있다 보면 몇몇의 학생들이 매일같이 잠에 취해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오랜 시간 무기력하게 지내다 보니 그것이 습관화되어 항상 기력이 없는 아이들도 있고, 기력이 있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 역시 무기력해 보이는 아이들도 있다. 교실에서도, 집에서도 그렇게 무기력한 모습들을 보고 있자면 그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아이들의 걱정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아이들은 가정 내 어려움, 친구관계, 학업, 진로를 비롯하여 다양하고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리고 그 어려움을 표현하는 방법이 익숙하지 않아 우리가 흔히 문제행동이라고 말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를 표출하기도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희망 없는 무기력함과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는 외로움이 삶의 막다른 골목을 마주할 때, 그 삶을 벗어나고자 죽음을 생각한다.
‘죽음’, 한 번쯤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게 될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나는 ‘삶’ 자체가 용기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힘이라 생각한다. 얼마 전 한 드라마를 보다 인상 깊어 마음속에 새기게 된 말이 있다. 이 말이 가진 힘이 청소년들에게 더 많이, 그리고 강하게 주어졌으면 좋겠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래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큼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한가지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군산상업고등학교 교육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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