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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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전북 신문
  • 승인 2019.08.0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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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이치는 순명(順命)이고
철학에 이치는 미신(美神)이다”
이 존 한-한국화가, 호산서원 원장
이 존 한-한국화가, 호산서원 원장

생명체가 이루어 졌으리라고 추정되는 시생대 이후 35억년 가량이 흐른 뒤인 대략 440만년 쯤 인간을 닮은 생물이 아프리카 땅에 서식하였다고 한다. 출생에서 맴돌았으니 이제는 거생의 차례다. 출생이나 거생에는 선택지(選擇肢)가 없다. 가장 공평하고 민주적인 것은 나체와 죽음이니라 라고 어디에선가 읽었다. 어느 누구에게나 공평하라는 거생(죽음)에 대해서는 우리 조상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셨을까?
천부경에는 단군의 할아버지께서는 “하늘의 정기가 겹겹이 쌓이고 쌓여서 마침내 인간이 되었느니라” 했으니 이를 알기 쉽게 말하자면 “돌아간다”가 된다. 전생에서 금생(今生)으로 왔다가 다시 돌아가는 당연하고도 자연스런 철학이다.

2,500년 전의 공자(孔子)님은 어떻게 생각하셨을까? 많은 제자들 가운데 유독 사랑을 받았던 자로(子路)가 질문이 많았다. 죽음에 대한 질문을 하니 아직 삶도 모르는데 죽음을 어찌 알겠느냐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셨다. 공자님은 어릴 적에 장의사를 하는 외가에서 자랐다. 그 당시에는 장의 절차가 매우 어려워서 지식층이여야만 장의사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논어에 쓰여진 바로는 생사는 천명에 달려있고 부귀는 하늘에 걸려(在天)있다고 한다. 즉 하늘의 뜻으로 여겼던 듯하다. 2~3세기 무렵 장자(莊子)는 생사는 마치 4계절의 흐름과도 같고 밤낮이 바뀌면서 이어짐과 같은 하늘의 이치이자 순명(順命)의 입장을 보였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뭐라고 하셨을까? 그의 제자들 중에는 “마라구마”라는 질문 거사(居士)가 있어서 이세상은 언제 생겼고 왜 생겼고 크기는 얼마나 되고…. 연거푸 묻다가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나요? 라고 마치 엄천득(嚴千得)이 가게 벌리듯 늘어놓으니까 부처님께서도 지겨우셨던지 유명한 독화살 얘기로 입을 막으셨다고 한다. 독화살을 맞았으면 그것을 먼저 뽑고서 치료를 받아야지 독화살이 꽂힌 채 “누가 쏘았을까? 왜 쏘았을까? 그 자는 누구일까?” 캐묻고만 있다가 독기가 몸에 돌아서 죽게 되는 어리석은 자니라, 죽음과 같은 알 수 없는 원초적인 문제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부지런히 수행에 힘쓰거라 하고 타이르셨다고 한다. 부처님은 노, 병, 사의 문제로 부모, 처자, 왕성(王城)까지 버리시고 초인간적인 수행으로 죽음의 번뇌에서 벗어나 해탈을 얻으셔 열반(涅槃)에 들었다고 한다.
소크라테스는 죽음은 철학에게 진정한 영감을 안겨주는 철학의 수호신이요 미신(美神)이다. 그래서 죽음이 없으면 철학하는 일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했다. 독일의 무신적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죽음은 삶의 종점이 아니고 오히려 실존하는 삶을 자각하는 적극적인 계기다"고 하여 철학적인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20세기의 상징적 지성인인 영국의 토인비는 "죽음은 숙명이다"고 하였다.
한편 그리스도교에서는 기본적으로 죽음은 육신으로부터 영혼이 해방되어 자유를 얻는 일이라고 하여 믿음만 두터우면 죽음은 무서울 것도 두려울 것도 아니라고 가르친다. 너희가 목숨을 위하여 무엇을 먹고 몸을 위하여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마라.(까마귀나 들풀도 하나님은 다 알아서 기르시고 가꾸신다) 오직 믿음이 약한 것만을 걱정할 지니라 삶과 죽음에서 신앙의 진실함만을 강조한다.
베토벤은 57세를 살았던 음악가다. 30세 무렵부터 귀가 들리지 않았고 뇌에 물이 잡히는 병으로 기구한 삶을 살았는데 그는 실러의 시, 기쁨의 찬가를 독창, 중창, 합창곡으로 만들어서 마지막 교향곡인 제 9번(OP.125)에 남겨 놓았다.
고대 인도의 오화교(五火敎)에서는 사후재생까지를 다섯 단계 공양으로 설명한다. 회장이 되면 순차적으로 첫째, 달에 들어가고 (연기를 타고 올라가서)  둘째, 비로 변해서 (달의 어깨동무인 구름에 옮겨져서) 셋째, 땅에 스며들어 식물(植物→食物)이 되어 넷째, 남자의 정자가 되어서 (사랑의 영양이 되어서) 다섯째, 여자의 자궁에 들어가 재생한다고 하였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영웅들의 마지막에 무엇이라고 말하셨던가? 석가모니 부처님, 부지런히 정진 하여라. 예수님, (오전 9시에 못 박혀 오후 3시까지 견디시다가 끝내 고개를 떨구시면서)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칸트, 이대로 좋으니라. 괴테, 더 밝게. 베토벤, 희극은 끝났다. 모두들 박수를 쳐다오. 넬슨,  나의 할 일을 다 했다.
우리나라 영웅들은 마지막 무슨 말을 남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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