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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발걸음]고인돌 속에 담긴 꽃샘추위와 천제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7월 22일 14시57분

고창 평지리고인돌로 전면의 봉우리로 입하 때 태양이 떠오른다.

고인돌을 축조할 당시 사회는 이미 오래 전에 수렵과 채집의 경제를 넘어 농경이라는 획기적인 경제사회로 전환하였다. 특히 신석기시대 이후부터 급속하게 하천 변의 충적지를 개간하여 물을 공급하는 수전경작을 통해 많은 식량을 획득할 수 있었고, 청동기시대는 더욱 발전하였다. 당시의 농경을 분석・해석하는 것은 청동기시대 고인돌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준다. 선사인들의 풍년에 대한 간절한 생존본능은 밤낮으로 움직이는 천문학의 이해부터였고, 그 결과물로 축조한 것이 고인돌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인류의 하늘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가장 필요하고 중요했다. 수렵채집경제에서의 기후나 기상과 같은 정보는 농경사회에 더욱 중요해졌고, 정착생활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 농경과 기후의 정보는 삶 그 자체였다. 농경을 시작할 즈음 정주공간 주변의 구릉이나 산에 불을 지른 후 씨만 뿌려 놓으면 되었다. 화전경작은 구릉이나 산에 불을 놓아 지력을 높여 경작하는 가장 원초적인 농법이다. 뿌려진 씨앗은 스스로 발아하고, 싹이 나면 토끼같은 초식동물이 와서 뜯어 먹고, 여물면 멧돼지나 곰 같은 동물들이 농작물을 훼손했다. 뿐만 아니라 비가 적게 오거나 오지 않는 긴 가뭄이 들면 수확물은 거의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선사시대 화전경작의 대상이 되었던 농작물은 조, 피, 수수, 옥수수 등과 같은 밭작물이 중심이었다. 몇 년간 한 곳에서 농사를 짓다보면 지력이 떨어졌고, 지력에 대해 이해한 선사인들은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

일부 선사인들은 하천 주변에 적합한 농작물인 벼를 찾았고, 벼 중심의 수전경작을 확대해 나갔다. 확실히 수전경작의 벼는 화전경작에 비해 생산량이 크게 증대되었고 안정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각종 농기구들을 개발하고 이용하면서 생성성은 훨씬 향상되었다. 이로 인해 선사인들의 집단 정주생활이 가능해졌고,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취락이 발달해 갔다. 선사인들의 생산력 차는 빈부와 계층을 분화시켜 권력자가 등장했고, 점점 인근 부족들과 전쟁하기 시작했다.

한편, 특정 장소의 계절이나 절기를 구분하는 정보인 기후는 농경의 시작과 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월에서 4월까지 봄이 되는 시기까지 차고 건조한 성질의 시베리아 기단이 후퇴하여 기온이 상승하였다하여 씨를 뿌리는 농부는 없다. 날씨가 따뜻해졌으니 씨를 뿌리는 것은 맞지만 기온이 상승했다는 것과 씨를 뿌리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이상 기후 현상인 꽃샘추위가 한반도 봄철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아침 최저기온이 0도 이하로 떨어지거나 직전보다 보통 5~10도 가량 낮아진다. 심지어 서리가 내리고 얼음이 어는 곳도 있고, 어느 때는 5월 말까지도 발생한다. 봄철의 꽃샘추위는 대책이 없었다는 것과 갑작스럽게 싹을 튀운 농작물들에게 동파 피해를 입힌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농작물들이 고사하거나 개화시기가 늦춰져 수확량에 크게 영향받는다. 한반도에서 주로 일어나는 기후 현상인 꽃샘추위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농경으로 얻을 수 있는 수확물은 거의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선사인들이 기후와 기상을 안다는 것은 삶과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정보였다. 선사인들에게 있어 기상은 매일매일 확인하면 되는 정보였지만, 기후는 예나 지금이나 매년 축적된 기상의 통계로 최고급의 농사정보였다.

고인돌의 방향성에 절기인 2지2분과 더불어 많이 보이는 패턴이 입하(立夏)이다. 곡우와 소만 사이에 있는 입하는 여름이 시작되는 시기이기는 하나 아직도 봄의 기운이 많이 남아 있다. 농작물이 싹을 틔워 자라기 시작하는 5월 5일 전후로 선사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절기가 입하였다. 이때는 한반도에 꽃샘추위도 거의 오지 않기 때문에 씨를 뿌리기에 안성맞춤이었고, 개구리의 짝짓기 울음소리도 온 들판에 들린다. 고인돌의 입하 방향성은 장축이나 통로가 80~260°로 놓여진 것이고, 이 시기에 선사인들은 떠오르는 태양을 바로보며 풍년을 기원하는 천제를 드리고 농경을 시작했을 것이다. 선사인들이 심혈을 다해 축조했던 고인돌에는 이처럼 현대인들이 모르고 있었던 다양한 천문정보들이 담겨 있다.

/이병렬(고창 향토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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