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금요수필]구름이 그려주는 명화(名畵)

신팔복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10월 24일 10시46분

하늘에는 구름이 두둥실 떠 있다. 하얀 구름이 마치 솜털처럼 곱다. 높이 뜬 구름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무척 평화롭다. 일상생활의 번거로움을 잠시라도 잊게 해준다. 자연 조화(造化)로 생성되는 구름이지만 저렇게 유유자적할 수 있을까? 잠깐 사이에도 스스럼없이 모양을 바꾸는가 하면, 한데 뭉쳐 또 다른 아름다운 형상을 만들어 낸다. 거침없이 보이는 구름은 자유와 평화를 함께 갖춘 신비의 존재다.

구름 한 점 없는 가을하늘이라면 적막하고 공허할 게다. 무한하게 쾌청한 하늘에 펼쳐지는 공간에 빠져들다 보면 우리는 간혹 기쁨을 넘어 허무와 비애까지도 느낄 때가 있다. 누구나 그렇듯 지난 세월을 되돌려 성찰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상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하늘로 치솟아 뭉게구름이 되어 거침없이 노닐다가 다시 비가 되어 지상으로 내리는 것은 모든 생명체의 축복이다. 농사에는 더없는 단비다. 나무가 산과 어울려 아름다운 숲을 만들듯 구름은 하늘과 궁합이 잘 맞는다. 그래서 구름은 하늘을 놀이터로 삼는가 싶다. 평온하던 구름도 얄궂은 바람에 쫓기면 제자리가 아니라는 듯 홀연히 먼 곳으로 떠나고 만다. 정체가 없이 사라져 버리니 아쉽다. 만물은 무상하다고 했는데 구름도 예외일 수는 없겠다.

무더위에도 지칠 줄 모르고 울어대던 매미의 울음소리도 그쳤다. 가로수는 하늘로 치솟아 있다. 한 무리의 뭉게구름이 앞산을 넘는다. 여러 번 보아왔지만, 바람과 함께 흘러가는 구름이 오늘따라 풍경화의 한 폭처럼 곱다. 어디로 흘러갈까. 구름을 타고 다닌다는 신선이 부럽다. 한반도를 내려다보고 지구의 지붕이라는 에베레스트도 넘어보고 싶다. 차마고도를 따라서 중국의 장족이 살고 싶어 한다는 이상향, 어딘가에 있을 샹그릴라(香格里拉)에도 가보고 싶다. 북극의 빙하지대 만년설과 운해로 가득한 구름의 나라도 찾고 싶다. 구름의 문을 통과해야 도달한다는 도연명의 무릉도원은 또 어디로 가면 찾을 수 있을까? 구름 속의 상상은 환희로 가득하다. 인생에 꽃구름과 같은 희망이 있다면 행복하다. 젊은 날의 청운의 꿈은 삶을 활기차게 만들어주었다. 푸른 꿈이다. 어두운 먹구름은 절대 피해야 한다. 소나기는 잠시 피하면 되지만, 먹구름을 만나게 되면 오리무중이어서 헤어나기 어려울 테니 말이다. 알 수 없는 인생 여정이지만, 먹구름은 비껴가고 양털 같은 꽃구름만 피어나기를 바라야 할 일이다.

낮에 보는 구름도 아름답지만 청량한 밤하늘에 달빛 머금고 떠가는 구름은 시인이 아니라도 오래도록 감상하게 된다. 달이 가는 것인지 구름이 가는 것인지 황홀한 혼돈에 빠지게 된다. 달이 구름을 유혹하듯 구름도 사람을 유혹한다. 그러나 어디 구름처럼 살 인생이 있다던가? 속세의 인연 따라 살아야 하니 말이다. 구름에 달 가듯 가는 세월 속에서 사람의 한평생이 구름의 생멸과 같다고 옛 성인은 말하지 않았던가. 구름은 말이 없으나 크나큰 자연철학을 교훈으로 주고 있다.

다양하게 모습을 바꾸고, 모이고 흩어지는 구름은 이 가을을 더욱 아름답게 장식해 준다. 구름이 만들어 내는 대자연의 예술품이다. 파란 하늘에 떠가는 뭉게구름을 보면서 마냥 행복한 하루다. 천재 화가도 흉내 낼 수 없는 구름이 그려주는 명화(名畵)다.

신팔복 수필가는

한국문협 회원, 전북문인 이사, 전북수필 이사, 진안문협 회장 역임.

행촌수필 부회장 역임, 영호남수필 부회장 역임, 은빛수필 감사 역임

문학상 2회 수상.

저서: 수필집 '마이산 메아리', '내 생활의 좌표계'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이종근 기자의 최근기사

[금요수필]구름이 그려주는 명화(名畵)

‘내 손끝에서 차의 향기가 피어난다’… 군산서 만난 티마스타 소단 정홍준

언니는 한국화, 동생은 서양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세종시문화관광재단과 업무협약 체결

‘정성은’ 서울 영등포고등학교 3년,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학생서예공모전 대상

덕진호반에 연꽃이 내려앉은 여름 풍경을 담다

JTV전주방송 인사

[이 한편의 시]붉은 꽃

후백제의 날 제정해야

전시장을 가득 채운 애드벌룬과 기린

매력이라 하면 자연의 소리다

Leave a Comment

많이 보는 기사

후백제의 날 제정해야

'2025 아트군산 G-city' , 군산 최초 아트페어! 개막

굿네이버스 전북북부지부, 아동 건강권 증진 캠페인 ‘지금, 움직여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