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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어려운 때일수록 더해야 할 이웃돕기

전주 얼굴 없는 천사 25년째 기부 이어가
이웃을 돕겠다는 온정의 손길 계속돼야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2월 22일 13시19분

전주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 없이 찾아들었다. 지난 2000년부터 이어진 나눔이 25년째 연말 한파를 녹였다. 시에 따르면 20일 오전 9시 26분쯤 '얼굴 없는 천사'로 추정되는 남성이 완산구 노송동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이 남성은 "주민센터 인근 화물차 아래에 상자를 뒀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했다. 지난해까지 24년간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성금액은 모두 9,000 여만 원에 달한다. 이 천사는 2000년 4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58만4,000원을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매년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씩을 놓고 갔다.

전주시가 얼굴없는천사의거리, 인쇄문화거리 등 명예도로명 사용을 5년 연장하기로 했다. 명예도로명은 실제로 사용되는 법적 도로명은 아니지만 지역의 문화와 특징을 대표하고 지역민의 자긍심 고취를 위해 부여되는 별칭 도로명이다. 이번에 연장되는 명예도로명은 얼굴없는천사의거리, 인쇄문화거리다. 이들 명예도로명은 2030년 1월 5일까지 사용 기간이 연장됐다. 얼굴없는천사의거리는 노송동에서 익명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얼굴없는천사'의 선행을 본받고 그 뜻을 확산·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인봉로 일부 구간에 해당한다.

사회 취약계층에 혹독한 계절인 겨울이 찾아왔다. 올해 전북 '사랑의 온도탑'이 26년 만에 처음으로 100도를 넘기지 못한 가운데 내년에 또 기부 한파 악몽이 되풀이될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랑의열매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매년 12월 1일부터 이듬해 1월 31일까지 62일 동안 희망 나눔 캠페인을 갖는다. 캠페인의 상징이자 이웃사랑의 지표인 사랑의 온도탑을 설치해 목표 금액의 1%가 기부되면 온도탑 수은주를 1℃씩 올리는 방식이다. 지난 25년간 사랑의 온도탑은 100도를 넘겨 펄펄 끓어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두 달간 진행된 온도탑의 나눔 온도는 89.8도에 그쳤다. 1999년 나눔 캠페인을 시작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온도탑에만 '기부 한파'가 온 것이 아니다. 실제로 사회복지시설 등에 따르면 물품 후원도 많이 줄어들었다. 규모가 작은 곳부터 타격을 입고 있다. 취약계층의 난방 필수품인 연탄마저 기부가 줄어든다. 혹독한 겨울을 버텨내야 하는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국정농단 등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기부 문화가 얼어붙었다. 이와함께 여러 모금단체에서 도움을 받아 생활하는 차상위계층과 기초생활보장수급자들은 앞으로 생계비와 의료비를 걱정할 처지에 놓였다.

여기에 기부단체에 대한 불신 또한 기부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요즘 사회공헌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의 표정이 어둡다. 주요 기부자들인 기업들이 금융위기에 이은 실물경제 비상으로 ‘긴축 경영’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기업들과 손잡고 사회공헌 사업을 벌여온 엔지오들에게도 큰 주름살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 극심한 불황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온정의 손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 먹고살기가 힘든데도 자신보다 못한 이웃을 돌보겠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아직은 건강하고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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