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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드론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2월 22일 16시08분

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의 꿈, 그러나 중력을 초월한 자유로운 비행은 불가능했다. 하늘은 신들의 영역이었다. 날개옷을 입은 신선과 선녀가 동경의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그 열망은 서양에도 마찬가지여서 그리스와 로마신화에 ‘아폴론의 전차’나 ‘헤르메스의 날개 신발’이 등장한다.

미노스왕 때문에 클레타섬에 갇혀 있던 다이달로스는 아들 이카로스와 함께 탈출을 결심한다. 탈출은 날지 않는 한 길이 없었다. 새에서 영감을 얻고, 밀랍으로 새의 깃털을 몸에 붙였다. 이카로스는 자유롭게 날자 너무 높게 오른다. 결국 태양과 가까워지자 열기로 밀랍이 녹아 추락한다. 이카로스가 떨어져 죽은 바다가 ‘이카리아해’이다. ‘이카로스의 바다’라는 의미이다.

비행은 자유의 꿈이기도 하지만, 높은 곳에서 세상을 보고 싶은 욕구도 있다. 그래서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양반들이 가마를 타고 금강산이며, 지리산에 오른 것을 보면 운동과는 다른 조망의 의도가 있다. 그리고 날고 싶은 도전으로 또 기구를 개발했다. 바람을 이용한 행글라이더나 열로 공기를 덥혀 앙력을 높이는 열기구가 대표적이다.

비행기나 헬기가 등장했으나, 워낙 고가라서 개인적 이용은 어렵다. 또 전문가가 조종을 해야 가능하다. 그래서 각광을 받는 것이 무인기인 드론이다. 드론은 꿀벌, 개미의 수컷을 이르는 말이다. 1935년 영국의 무인 비행기 ‘타이거 모스’의 별명은 여왕벌(Queen Bee)이었다. 작고 날렵한 비행기구여서 그렇게 부른 것인데 영국여왕이 연상돼 수벌로 바꿔 드론으로 불리었다고 한다.

드론은 군사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1960년대 미국의 드론 파이어비(Firebee)는 베트남 적진 감시용으로 운용되었다. 그후 1,000대 정도의 드론이 34,000회 이상 동남아시아를 날며 북베트남은 물론 중국 미사일 레이다 기지를 감지했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일본, 한국 등으로 감시 범위를 넓혔다.

오늘날 드론 강국은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미국 파이어비(Firebee)를 몰래 들여와 데코이(Decoy)라는 혁신적인 드론으로 개발해 제4차 중동전쟁에 투입했다. 데코이로 이집트 방공군 미사일 32발을 무력화시켰고, 대 레이다 미사일 11발을 파괴하는 등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이스라엘은 군사용 드론 기술을 고도화하며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2015년을 전후하여 드론이 취미활동으로 등장했다. 이를 주도한 것은 중국의 DJI이다. 드론에 짐벌 기능을 달아 흔들리지 않는 사진과 동영상을 제공했다. 덕분에 드론캠 세계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군사용은 이스라엘, 취미와 컨텐츠 제작용은 중국으로 양분된 형세이다.

드론의 활용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산불 감시, 택배, 농약 살포는 물론 원래 목적이었던 전쟁에서도 날로 위력은 커진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북한군이 드론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한다.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으나 AI가 작동된 첨단무기에 대응하지 못한 무지의 결과이다. 전쟁도 사라져야지만, 새로운 기술의 윤리적 활용도 고민해야 할 때이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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