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전북 청년 26% 빚잔치…'영끌'로 내집 마련

-채무자 50% 빚내서 집 장만, 부채액은 1억 이상 가장 많아
-집값 널뛰기에 숨만 쉬고 가구소득 다 모아도 4년 이상 걸려

기사 작성: 정성학 - 2024년 12월 23일 16시17분

고금리 장기화에 파산하는 이른바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집을 산 사람)’이 사회문제화된 가운데 고액의 빚잔치를 벌이며 내집 마련에 나서는 전북 청년들도 적지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자치도가 23일 내놓은 ‘2024 전북특별자치도 사회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도내 표본가구에 사는 15세 이상 가구원 총 2만1,031명을 면접조사한 결과, 전체 청년(19~39세) 26.1%는 현재 금융권이나 지인 등에게 빌려쓴 부채가 있다고 답했다.

이들의 부채액은 1억원 이상(18.8%)이 가장 많았고, 5,000만원 이상~1억원 미만(18.5%)이 뒤이었다. 즉 전체 채무자 37.3%는 5,000만원 이상 빚을 진 것으로 조사됐다.

빚을 진 원인이 뭔지를 놓고선 주택을 마련하는데 필요한 자금융통 사례가 전체 50%를 차지해 압도했다.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 내구재 구입비(20.7%)로 썼다는 응답자가 뒤이었고, 여유자금 부족(18.7%)이나 투자 유동자금 부족(15.9%) 등의 이유를 댔다.

이 가운데 부채원인 1순위로 집 장만이 꼽힌 것은 소득 대비 집값 상승률이 너무 가파른 탓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북지역 자가 가구의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PIR)는 4.2배에 달했다.

이는 가구원 전체 소득을 한푼도 안쓰고 전액 저축하더라도 내집을 장만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중위수 기준 약 4.2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지난 2010년과 비교하면 19개월 가량 더 길어진 결과로, 그만큼 도민들의 내집 마련은 갈수록 힘들어지는 양상이다.

이렇다보니 과반에 가까운 청년들이 생활에 쪼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전체 응답자 42.5%는 생활비가 부족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부모님 지원(60.6%), 또는 예·적금 해약(13.6%)이나 소액 대출(12%) 등으로 해결했다는 응답자도 나왔다.

이처럼 여력이 부족하다보니 예·적금을 들거나 주식 투자 등의 재테크를 한다(48.9%)는 응답자 또한 절반에도 못미쳤다.

한편, 이번 사회조사는 가구·가족, 소득·소비, 고용·노사 등 짝수해 정기조사 항목을 중심으로 진행됐고, 청년층 부채 실태의 경우 필요에 따라 추가될 수 있는 특수항목에 포함돼 조사가 이뤄졌다.

정기조사 항목의 경우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10점 만점에 6.6점을 기록해 직전 조사(2022년)보다 0.3점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에 만족한다는 응답자 또한 1.7%포인트 늘어난 23.6%, 소비생활에 만족한다는 4%포인트 확대된 23.8%, 전반적인 근로여건에 만족한다도 7.8%포인트 오른 46.4%를 보이는 등 대다수 분야에서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천영평 도 기획조정실장은 “조사 결과는 도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을 마련하는데 활용될 것”이라며 “아이와 청년, 여성과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모두 살기좋은 특별한 전북을 만드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월 15일부터 5월 3일까지 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32%포인트를 보였다. 자세한 내용은 도청 누리집 통계시스템(stat.jeonbuk.go.kr)에 공개될 예정이다.

/정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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