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신생전북론]우리는 날마다 하늘님을 친견하고 있다

52, 신은 사건의 과정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2월 29일 14시13분

사진:신생전북론을 읽어주신 독자분들 고맙습니다. 그림 출처 SNS

1.응원봉과 트렉터의 하늘님

응원봉을 든 젊은 여성들, 트렉터를 탄 늙은 농부들, 계엄군을 가로막은 사람들, '탄핵가결'을 외치며 여의도에 모인 사람들을 동학에서는 지극한 기운으로 접령강화(接靈降話)한 시자(侍者)라 한다.

접령강화란 다른 게 아니라 하늘님 친견 체험이다. 나는 여의도와 남태령의 풍경이 바로 동학의 하늘님 체험이라고 본다.

하늘님은 언제나 내 안에 있다. 그래서 '내유신령'인데 이 신령함은 평소에는 공부, 우정, 부모애, 동료애, 예술혼...등으로 '외유기화'한다.

그러다가 이 땅의 지령인 굿것(신의 우리말)즉 우리나라 산천초목 굿것, 동학굿것, 의병굿것, 독립전쟁 굿것, 여순4•3굿것, 4•19굿것, 민주화굿것, 광주굿것, 6월항쟁굿것, 광우병촛불, 2016촛불.... 들과 내 안에 이미 모셔진 천령(하늘님)이 서로 접령강화하면 1인은 모두를 위해, 모두는 1인을 위해 여의도에서 남태령에서, 전국 각지에서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을 이루는 것이다.

평소에는 흩어진 개인들이 이른바 의식화된 교육을 받거나 무슨 대단한 철학공부를 한 것도 아닌데, 있다면 죽임의 암벽을 만나서 살림의 기운으로 뚫어솟는 이 땅 굿것들의 유전자를 가졌다고 할 수밖에 없다.

1894년 우금티까지 갔고 130년 만에 남태령을 지나 한강을 건넜다. 남태령의 하늘님들 - 사진 전봉준투쟁단

2. 이미개벽이다

하늘님 친견은 '다시개벽'이 아니라 '이미개벽'이다. K-Pop 펜클럽문화가 광장으로 뚫어솟은, 중앙지휘자도 기획자도 없는 축제의 투쟁은 마르크스의 계급투쟁도, 그람시의 헤게모니전도, 마오쩌뚱의 모순투쟁론도, 네그리의 다중(多衆)도 아니다. 기성의 저항담론이 참으로 무색하다. 저것은 수운의 무위이화다. 주체를 강제하지 않으나, 서로 기운을 나누고 붇돋움을 수운은 내유신령 외유기화라고 하고, 이 작동의 과정은 무위이화라 했다. 1894년 우금티까지 갔고, 이제 전봉준 트렉터는 130년 만에 남태령을 넘었다. 동학혁명130주년이 참람하였는데 전봉준투쟁단이 남태령을 지나 한강을 건넜으니 민중의 자기통치 시대로 가는 길이 전환점을 넘었다.

우리 역사에서 최고의 민주주의는 동학혁명 집강소와 해방공간에서 인민위원회였다. 그것은 김남수에 따르면 해동의 따님(땅님)과 터무니가 응축되어 뜛어솟난(김종길) 수왕이 아닐 수 없다. 저 여의도 광장의 내유신령 외유기화, 통민운화는 신명을 낳음이니 곧 신을 낳는(양진호) 일이다. 집강소, 인민위원회, 4•19, 광주, 6월항쟁, 87년 7•8•9노동대투쟁, 촛불, 응원봉은 서구의 저항담론으로는 이해될 수 없다. 나는 이 땅의 지령과 천령이 뿜는 장엄한 광경을 봤던 것이다. 수운이 말하기를 "거울이 만리를 비추나 눈동자가 먼저 안다"고 했다. 이성이 나를 깨우치기 전에 내 몸이 먼저 안다는 이 말은 접령강화의 깨달음을 말한다. 예수, 수운뿐 아니라 이 땅과 하늘의 기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기운이 서로 작동하는 접령강화야말로 서양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어쩌고 저쩌고에 비할 바가 아니다. 소녀들이 경찰을 막아서며 부르는 K-Pop에 트렉터의 전봉준이 어찌 눈물을 글썽이지 않겠는가?

아래에서는 "하늘님 친견"을 동학의 관점에서 철학적으로 논의해 본다.

3. 하늘은 마음의 바탕이다

우리 겨레는 하늘사상을 가졌다고 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하늘이 꺼지는 아픔", "민심이 천심이다", "하늘도 무심하다"는 말들을 하고는 한다. 그럼 도대체 '하늘'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나는 하늘을 마음의 깊고 넓은 바탕이라고 생각한다. 하늘은 나와 동떨어진 초월적 실재자도 아니며, 나와 늘 함께 하며, 나와 분리되지 않는 마음의 바탕이다. 나는 이 '마음의 바탕'을 '령'(靈)또는 '영성'(靈性)으로 본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이론을 배우고, 수많은 사건을 겪는다. 그래서 마음의 바탕을 잃게 되고, 오염되기도 한다. 순진무구한 어린이 마음은 어려서가 아니고 세상의 일에 오염되지 않은 마음의 바탕이라 할 수 있다. 꾸미거나 억지스럽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마음의 바탕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사람다운 사람'이란 말을 하는데 '사람답다'는 말은 '마음의 바탕'이 오염되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수도, 수련, 명상 등은 마음의 바탕을 찾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의 오염을 닦기도 하고, 닦아 깨끗해진 마음을 지키기도 한다. 마음의 바탕을 인격화하면 하늘님이 된다. 이 하늘님 마음을 닦고 지키는 것을 동학에서는 수심정기(守(修)心正氣)라 한다. 지킬 수(守)는 하늘님 마음을 지킨다는 것이고 닦을 수(修)는 하늘님 마음에 이른다는 뜻이다.

4. 사건의 과정이 신이다

모든 생명과 사물(사건과 물질)은 하늘님 마음을 가졌다고 동학은 말한다. 동학은 이를 모실 시侍, 하늘 천天을 써서 시천(侍天)한 존재자라고 한다. 해월 최시형은 "사람이 오거든 사람이 왔다 이르지 말고 하늘님이 오셨다"고 하고, "풀벌레 삼천도 시천주"라 하였다. 지금 현재의 생명과 사물의 수보다도 더 많은 생명과 사물이 우주의 역사에서 나타날 것이기에 현재보다 더 무한한 하늘님이 있고, 생명과 사물이 바로 하늘이기에 우리는 날마다 하늘님을 친견(親見)하고 있다.

하늘님 친견의 일상성이 동학신의 특성이다. 사건이란 걷고, 말하고, 보고, 먹고, 만나고, 일하는 모든 행동을 말한다. 사건의 흐름이 없다면 죽음이다. 내가 하는 사건은 타자를 만나는 사건이다. 골방에서 홀로 책을 읽어도 책을 쓴 저자, 책을 만든 편집자, 인쇄소 등의 타자를 만나는 사건이다. 그래서 사건의 흐름은 혼자 무엇을 하더라도 홀로 독점할 수 없는 전체성이기도 하다. 나는 타자라는 전체를 만나지 못하면 존재할 수 없다. 거꾸로 타자라는 전체는 나라는 개체가 없으면 결코 드러날 수 없다. 그래서 개체는 전체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사건의 흐름에서 개체는 전체에 도래하고, 전체는 개체에 도래한다. 이 모든 사건의 흐름이 하늘님을 친견하고 일이고, 사건은 하늘님의 피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신은 사건의 과정이고, 신은 늘 내게 도래하고 있으며, 신은 나를 창조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나를 만드는 것, 전체를 만드는 것이 사건의 흐름이고, 이 사건의 흐름이 신의 과정이기에 존재자를 생성하는 것은 진화가 아니라 사건의 창조 과정이다. 동학은 이 과정을 조화정(造化定)이라고 한다.

5. 신은 기도하는 분이지 기도를 듣는 분이 아니다

신이 사건의 과정이고, 시간 또한 사건의 과정이 낳는 피조물이라면 사건의 과정에 어떻게든 엮여 있는 존재자들은 날마다 신을 낳고 있다. 동학한다는 것은 '신을 낳는다'(양진호)는 것이다. 하지만 개체가 신을 낳는 게 아니라 사건의 과정이 신을 낳는다. 타자와 마주치는 사건이 존재자를 드러낸다. 변하지 않는 그 어떤 본질성이 사건을 생성하는 게 아니다. 사건이 존재자를 생성하고 그 역설도 성립 가능하다. 신은 존재자들의 본질성이라는 '존재'가 아니다. 만상을 낳는 사건의 과정을 신이라 한다면 신은 사건의 피조물이기도 하다. 신은 초월자가 아니다. 동학의 하늘 또한 사건의 피조물이고 사통팔달성을 갖는다. 나는 이런 뜻에서 "신은 기도하는 이지 기도를 듣는 이가 아니다"라고 한다. 기도한다는 것은 사건의 과정에 참여한다는 것이고, 기도를 듣는다는 것은 초월자를 말한 것이다.

6. 덧붙이는 말 - 그들은 보수가 아니고 인간말종이다

내란범들을 지지하고 감싸는 이들은 극우도 아니고, 보수는 더더욱 아닌 인간말종들이다. 한국은 보수 대 진보 구도가 아니라 보수 대 인간말종 구도다. 제발 보수 대 진보 구도를 폐기했으면 한다. 우리나라에서 진보는 생각으로 존재하지 구도를 형성하는 실세력은 아니다.

보수는 나라공동체와 민주공동체를 시장체제하에서 지키려는 사람들이다. 민주당을 말한다.

진보는 자본시장체제가 아닌 다른 체제에서 나라공동체와 민주공동체를 하려는 경향이다. 제도정당에서는 노동당 정도를 들 수 있다. 사회민주당도 크게 보아 보수정당에 속한다. 녹색당은 보수정당일 수도, 진보정당일 수도 있다.

극우란 나라공동체가 아닌 국가공동체와 민족공동체를 제1자로 놓고 타자와 시장에 대해서도 배타적인 세력이다.

내란범과 그를 지지하는 이들은 그저 인간말종들이다. 보수와 진보는 서로 협력할 수 있으나 인간말종들과 극우는 싹까지도 뽑아야 하는 독초들이다.

/강주영(건축시공기술사·목수·전 교육부 대표 시민감사관)

연중 기획 '신생전북론'이 이번호로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애독 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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