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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엔비디아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2월 29일 15시05분

실리콘 벨리의 핵심 산호세는 미국에서 열 번째로 큰 도시이다. 1993년 산호세 동부 데니스의 작은 식당에서 반도체 설계회사 로직의 이사였던 젝슨황은 엔지니어 말라코프스키와 프림을 만나 미래 비전을 논의하다가 회사를 차리기로 결의했다. 도원결의(桃園結義)에 버금갈 이 실리콘 결의로 엔비디아가 탄생한다.

처음에는 이름도 없었다. 새로운 반도체를 상징하는 ‘다음 버전’의 의미로 모든 파일 이름을 ‘NV’로 지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두 글자가 들어간 회사 이름을 원했다. 말라코스키와 프림이 먼저 엔비전(NVision)을 제안했으나 이미 한 화장지 회사가 사용하고 있어 쓰지 못했다. 그러다 젝슨황이 ‘부러움’을 의미하는 라틴어 인비디어(Invidia)에서 착안해 엔비디아라고 부르기로 했다.

회사를 설립하면서 이들은 다가오는 컴퓨팅 물결이 속도와 그래픽 기반 처리 영역에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지금의 반도체로는 그 과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봤다.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고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특히 비디오 게임에 주목해 CPU보다 GPU에 주력하기로 했다.

중앙처리장치인 CPU는 입출력과 기억, 연산을 비롯해 컴퓨터 전체를 지휘하는 두뇌이다. 반면 그래픽처리장치인 GPU는 반복적이거나 비슷한 연산을 빠르게 수행한다. CPU가 직렬의 몇 개 코어로 구성된 반면, GPU는 병렬로 설계된 수천 개의 코어를 갖고 있다. 그 코어 차이로 CPU보다 몇백 배 이상 빠르게 데이터를 처리한다.

그들의 예측에 따라 설계된 GPU는 컴퓨터 게임뿐만 아니라 최근에 부상하고 있는 인공지능(AI) 환경을 앞당겼다. 빠르게 분석하고 처리해야 하기에 D램 메모리에서 고대역폭 메모리(HBM)로 반도체의 주류도 바뀌었다. 엔비디아가 HBM 반도체 설계를 주도한다. 이 설계에 맞게 가장 잘 만드는 회사는 우리나라 SK하이닉스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부진 이유가 HBM을 공급하지 못해서라고 한다.

GPU 시장에서 80% 이상을 엔비디어가 점유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6월, 시가총액 3조 달러를 넘겨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 되었다. AI 중심의 반도체 수요 증가로 내년 매출이 1,170억 달러, 우리돈 164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순마진이 53.4%인 걸 고려하면 초우량기업이다.

미국은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중국 접근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상무부는 엔비디아의 AI 반도체가 중국에 유입돼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중국에서도 엔비디아는 반독점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어느 시대에나 가장 영향력 있는 존재에 대한 사회적 반응은 민감했다. 반도체에 대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반도체 강국인 한국과 대만, 일본을 자기 영역에 끌어들이며 미국은 중국을 고립시키려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아이러니하게도 대만 출신 CEO 젝슨황이 이끄는 엔비디아가 있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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