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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을사늑약'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1월 02일 14시48분

1905년, 을사년은 한반도 역사에서 결코 잊혀서는 안 될 비극적인 해로 기억된다.

당시 일본 제국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고 사실상 한국을 보호국으로 삼은 '을사늑약(을사조약)'을 강제로 체결했다.

이 사건은 조선 말기 한국 사회의 주권 상실과 식민지화를 예고한 비극적 전환점으로, 이후 한국 민족의 항일 독립운동을 촉발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을사늑약은 1904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대한제국을 완전히 자신의 세력권에 두기 위해 체결한 불법적인 조약이다. 일본은 전쟁 중 체결된 한일의정서와 제1차 한일협약 등을 통해 대한제국의 군사적, 외교적 자율성을 점차 약화시키고 있었다.

특히 일본은 전쟁에서 승리한 이후 미국과의 가쓰라-태프트 밀약(1905년) 및 영국과의 제2차 영일동맹(1905년)을 통해 한국에 대한 지배권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이러한 국제적 환경 속에서, 일본은 대한제국 황제 고종과 대신들을 협박해 을사늑약 체결을 강요했다.

고종은 끝까지 조약 체결을 거부했지만, 일본은 이완용, 박제순, 이지용 등 다섯 명의 친일 관료를 동원해 불법적으로 조약을 성사시켰다.

조약의 강제성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이를 국제사회에 합법적인 조약으로 포장해 발표하며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완전히 박탈했다.

을사늑약 체결 이후 대한제국은 사실상 독립국의 지위를 잃고 일본의 보호국으로 전락했다.

일본은 통감부를 설치해 내정에 간섭하기 시작했으며, 초대 통감으로 부임한 이토 히로부미는 한국의 모든 행정과 정책을 일본의 이익에 맞게 조정했다.

이에 대한제국 황제 고종은 을사늑약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1907년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밀사를 파견했으나, 국제사회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이 사건은 고종의 퇴위와 대한제국의 점진적 붕괴로 이어졌다.

국내에서는 을사늑약에 대한 반발이 뜨겁게 일어났다.

민영환, 조병세와 같은 애국 지사들은 자결로 항거하며 일본의 만행을 규탄했다.

이어 의병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민중은 무장투쟁을 통해 일본의 침략에 저항했다.

애국계몽운동을 통해 민족의식을 고취하려는 노력도 지속됐다.

을사늑약은 역사적 의미와 교훈도 남겼다.

단순히 한 국가의 주권 상실을 넘어, 국제질서 속에서 약소국이 어떤 운명을 맞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비극적 사건이었다.

강대국의 이해관계 속에서 한국은 철저히 외면당했고, 일본은 이를 이용해 조선의 병합을 단계적으로 준비했다.

이 비극적인 사건은 반대로 민족의 저항과 연대 의식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전개된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설립, 그리고 광복에 이르기까지, 을사늑약은 한국 독립운동의 출발점이자 영감이 됐다.

오늘날 우리는 을사늑약의 교훈을 통해 국가의 주권과 자율성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되새겨야 한다.

국제사회에서의 외교적 고립을 방지하고, 강대국의 이해관계 속에서도 국익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사고와 행동이 필요하다.

또한, 과거의 아픔을 단순히 비난과 한탄으로만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토대로 미래를 위한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을사년의 역사적 기억은 결코 잊혀서는 안 될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 출범과 탄핵정국으로 불고 있는 '내우외환'의 위기를 힘을 모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정종인 본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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