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이 한편의 시] 눈 내리는 날

구연배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1월 05일 13시33분

허공을 꿰매는 실밥처럼

궤적을 그리며 내리는 눈송이.

바람 귀에 걸려

감쳤나 싶으면 성글고

건너뛰나 싶으면 이어져

눈 덮인 지경이 볼 적마다 넓어진다.

분분한 눈송이들

봄 나무 가지에 붙는 매화꽃 같고

풀밭에 내려앉는 흰나비 같은데

떠먹고 싶은 적요의 빛

포근하고 끝도 없이 얌전하다.

조심성 많은 짐승들도 마음 놓고

발자국을 찍는 눈밭의 평화

그래서 눈이 덮이면

과묵한 바위도 이야기가 된다.

눈 쌓이는 소리가

연필로 쓰는 손 편지처럼 들려오는 밤

눈 그치면 푸른 별 떼 지어 뜨겠다.

구연배 시인은

문헌정보학박사

1995년 전주일보 신춘문예, 자유문학 등단

시집 '바다다>' 외 8권

현) 진안문인협회지부장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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