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지역의 재발견]문화유산과 반달리즘(Vandalism)

기사 작성: 박은희 - 2025년 01월 07일 15시26분

최근 모 방송사 드라마 제작팀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안동 병산서원에서 드라마 소품 설치를 위해 건물 기둥에 못을 박아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방송사 측은 공식 사과를 했고, 복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에 대해 논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실 복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미 패인 구멍은 인위적인 물질로 메우든지 하는 방법뿐일 건데 큰 의미가 있을까.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반달리즘(Vandalism) 행위는 끊임없이 발생했다. 반달리즘이란 문화유산, 예술품, 종교 시설, 넓게 보면 타인의 재산 등을 파괴, 훼손하는 행위를 말한다. 혹자는 불을 지른것도 아니고 못 몇 개 박은건데 뭐 이렇게 유난이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못을 박은분들도 큰 뜻은 없으셨을거다. 언제나 해오던 일 일테니. 사실 문화유산 훼손이 어제오늘 있는 일은 아니다. 작년 이맘때쯤에도 경복궁 담장 낙서 사건으로 세간이 떠들썩했고, 작년 여름에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선릉 봉분 훼손 사건이 있었다. 그 이전에도 여러 비석이나 불상, 성벽에 페인트 낙서 사례도 많았고, 방화로 숭례문이 전소되어버린 일도 있었다. 아마 이번에도 초범인 점, 사건의 경중을 참작하여 기존 판례와 비슷한 결론이 나고 조금 지나면 대중의 관심속에서 잊혀지지 않을까. 망가진 것은 복원하면 되지않나 라는 생각. 이렇게 가벼운 문제인걸까.

문제는 우리의 시민의식이다. 단순히 처벌만 강화하고 방범시설만 늘린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행위의 경중보다 국가유산 보호에 대한 부족한 개념이 가장 큰 문제다. 국가유산은 인류역사, 문화활동의 소산으로, 원형 그 자체로 의미있는 것이며, 한번 훼손되면 되돌릴 수 없다. 최대한 비슷하게 복원하겠지만 이전과 분명 다르다. 물론 시간에 의한 자연스러운 손상까지 막을수는 없지만 적어도 인위적 훼손은 방지해야 한다. 흔히들 문화유산에 작은 훼손만 생겨도 전체를 보수해달라는 분들이 많은데 그게 마냥 좋은 것이 아니다. 보수도 넓은 범위에서는 훼손이다. 시각적으로 조금 신경쓰일지는 몰라도 최대한 현상을 유지하고 원형을 보존할 수 있게끔 관리하다가 원상유지가 불가할 경우 최소한으로 수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가 때로는 문화유산이 왜 중요한지 어디에 그 가치가 있는지를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정확하게 누군가 알려준적도 배운적도 없다.

문화유산이 단순히 과거의 부산물일 뿐이고, 역사는 그저 지나간 일이라면, 우리는 왜 역사를 공부해야 하고 국가유산을 보존해야 하는 걸까. 과거는 반복되고 그래서 역사는 인류의 오답노트 내지는 조금 보태서 예언서가 될 수도 있다. 현재 광화문 한복판에서 눈비를 맞으며 시위를 하는분들은 무엇을 위해서 그 자리에서 밤을 지새우는 걸까. 왜 먼나라 이웃나라는 조작을 해서라도 원하는 역사를 만들어내며, 전쟁 중에 문화재를 약탈하고 지금도 돌려주지 않으며, 말도 안되는 값에 거래되고 소유하려는 걸까. 이번 일이 그리고 또 반복될 일들이 잠깐 끓고 식어버리는 차 한잔으로 그치지 않도록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 지역 문화유산에도 크고 작은 낙서들이 참 많다. 김아무개 다녀감 같은 방명록부터 연인, 친구 이름 표기, 평소 잘 쓰지도 않는 원색적인 욕설, 비방글, 웬 의미 없는 낙서 등. 특히 학교 근처에 위치한 건물, 관광지에 위치한 건물에 낙서가 많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되지 않도록 어릴 때부터 교육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전북동부문화유산돌봄센터는 국가유산청의 복권기금과 전북특별자치도청의 지원을 받아 문화유산돌봄사업을 진행하며, 도내 동부권역 8개지역의 385개소 국가유산을 관리한다. 2011년부터 국가 및 도지정, 비지정유산을 관리하며 목조, 석조, 근현대건축, 천연기념물 등 각 재질 특성에 맞게 정기적인 상태 모니터링과 전문 모니터링을 진행하여 문화유산 보존관리에 힘쓰고 있다. 또한 작은 훼손부의 경우 큰 범위로 확장되기 전 경미하게 수리하여 예방보존하고고, 국가유산 분야의 전공자와 국가유산수리기능자를 중심으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관리를 진행함으로써 국가유산 보존 및 관람환경을 개선한다.

/최유지(전북동부문화재돌봄센터 모니터링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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