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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 한국의 새해설맞이 문화를 되살리자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1월 12일 14시32분

한국의 새해설맞이 문화는 어정쩡하다. 양력설도 쇠고, 음력설도 쇠는 듯한 경향을 보여준다. 한국의 전통세시는 음력이다. 한국인들은 음력에 따라 벼농사도 짓고, 조상숭배 세시풍속 생일기념도 모두 음력에 맞춰 생활해왔다. 한국은 태음태양력의 역법에 맞춰 생활하고 있지만, 새해설맞이는 음력설맞이가 전통적 관행이었다. 따라서 한국인의 음력 새해설맞이는 문화적 정체성이다. 한국은 수천년동안 음력으로 새해설맞이를 해왔는데, 일제강점기에 일제의 강압적인 양력설쇠기 강요로 곤욕을 치렀고 지금도 양력설 강요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양력설쇠기를 한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동화주의 식민정책으로 한국인들에게 양력과세(陽曆過歲)를 강요하였지만, 우리나라 백성들은 음력과세(陰曆過歲)의 문화적 전통을 온몸으로 저항하면서 지켰다.

설과 추석에 조상제사를 양력으로 바꾸라는 것인데, 이 문제는 한국인의 영혼과 한국의 민족문화를 말살하려는 식민통치의 음모였기에 민족정신력으로 버텨나갔다. 조선총독부는 한국인들이 음력설을 쇠지 못하도록 떡방앗간을 폐쇄하거나 설빔 영업을 방해하였으며, 음력설쇠는 공무원들은 설날에 관공서에 출근케 하고, 음력설쇠는 학생들도 설날에 학교에 등교시키는 등 한국인들의 음력설쇠기에 온갖 방해 책동을 벌였었다. 일본제국주의는 집요하고 악랄하게 양력과세를 추진하였지만 끝내 실패하였다. 해방이후에 이승만 정권과 박정희정권, 전두환 정권, 김영삼정권까지도 어정쩡한 이중과세(二重過歲:음력설 양력설 두 번 쇠기)정책을 유지해왔지만 김대중 정권에서 음력설쇠도록 공휴일을 지정하므로써 음력과세를 되찾은 듯하지만, 음력설문화를 되살려 낸 것은 아니다.

일제강점기 일제의 식민통치 수단으로 한국의 세시풍속가운데 수많은 명절들이 단절되고 사라졌지만, 설과 추석은 올곧게 전승되어오고 있다. 음력설지킴이는 오로지 조상들이었다. 한국인들은 설날 아침에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고, 추석에는 조상의 무덤을 찾아 성묘하는 관행은 가문의 정체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단절하기가 쉽지 않다. 설날 새해맞이 문화는 동아시아 음력문화권에 속하는 중국, 베트남과 대동소이하다. 한국의 새해맞이 설문화는 전세계에 자랑할만한 아름다운 미풍양속이요, 민족문화의 원형질이다. 그런데 도시산업화사회 이후에 설과 추석 명절의 전통이 와해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음력설맞이문화는 수천년의 역사를 가진 가족공동체, 촌락공동체의 문화유산이요 민족문화의 근간이었다. 그런데 음력설맞이가 다가오면 일부 언론에서 고부갈등, 부부갈등, 양성평등 등을 부추기면서 설명절문화를 훼손시키고 부정적으로 선동하는 방송보도들이 인상을 찌푸리게 만든다. 그럼 음력설맞이를 버리자는 것인가, 조상숭배를 부정하자는 것인가. 1년에 두어 번 조상섬기기를 불편해 하고 거부하면서 자식과 손자가 잘 되기를 바라는건 자기모순이다. 집안의 아들 딸이 출세, 성공하면 조상덕(祖上德)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아들 딸과 자손의 입신출세를 위해서라도 조상섬기기에 더 많은 공덕을 쌓아야 하지 않겠는가.

한국 전통사회에서 신년하례(新年賀禮) 기간은 음력 정월초하루(음1.1)에서 정월보름(음1.15)까지다. 이 음력 보름기간에 새해맞이 기념으로 다양한 의식과 놀이가 펼쳐졌다. 중국에서는 춘절(春節,음1.1)에서 원소절(原宵節,음1.15)까지 신년하례문화가 이어지고, 베트남에서는 음력 정월 초하루에서 보름까지 통째로 연휴기간으로 모든 관공서가 쉬고 백성들은 신년하례를 즐긴다. 베트남에는 음력 새해설맞이 문화가 풍성하게 전개되는데, 우리나라 신년하례문화는 갈수록 고사되어 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월초하루에서 정월대보름 사이에 신수보기, 귀밝이술마시기, 찰밥얻어먹기, 부럼깨기, 망월놀이, 연날리기, 윷놀이, 지신밟기, 줄다리기, 달집태우기 등 다양한 신년하례문화가 전승되어 왔다.

그런데 이러한 신년하례문화가 농업사회에서 도시산업사회로 전환되면서 도시공간에서 재생하지 못하고 사라지고 있다. 송구영신의례로서 집안, 가문 중심의 정월초하루 설맞이에서 마을공동체 중심의 정월보름까지 설맞이문화를 살려내야 한다. 매년 12월 31일 밤 보신각종소리를 듣고 새해 아침해뜨는 일출 감상으로 새해맞이하는 것보다 전통적인 방식의 송구영신과 신년하례문화를 되살려보자. 신년하례는 모든 사람들이 겪어야하는 통과의례이지 농촌문화가 아니다. 일제강점기 민족문화 말살정책의 후유증 치유하는 방안으로 정월보름 집집마다 소원등달기와 송액연날리기, 축원지신밟기, 번뇌소멸줄다리기 등 도시산업사회에서 현대적으로 재생시킬 수 있는 의식과 놀이를 되살려보자. 각 지자체의 문화재단과 관광진흥재단 등 문화정책을 선도하는 기관과 단체에서 도시문화재생사업으로 신년하례문화를 복원하고 각 기업에서 실천해보자. 새해설맞이의 민족문화의 정체성이 재정립되고 일상생활속에서 실천될 때에 진정한 케이컬쳐(K-culture)의 글로컬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다. /송화섭(전 중앙대 교수, (사)호남문화콘텐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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