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이승연교수의 전북특별자치도 문화유산이야기]국가등록문화유산의 재탄생

“국가등록문화유산인 ‘익산 구 익옥수리조합 사무소와 창고’ 익산시민역사기록관으로 재탄생”

기사 작성: 박은희 - 2025년 01월 14일 15시41분

우리나라 문화유산중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익산 구 익옥수리조합 사무소와 창고’가 기록관으로 재탄생하였다. 익옥수리조합은 1930년에 익산과 옥구 지역에 농지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토지 개량과 수리사업을 하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설립된 조직이였으나 조합을 주도하던 일본인 지주들이 과다한 공사비와 물세를 익산과 옥구 지역 농민에게 부과하여 토지와 식량 수탈의 수단이 되기도 하여 남아 있는 사무소와 창고는 근대 농업 수탈의 역사를 상징하는 건물이 되었다. 그러나 사무소와 창고의 건축양식은 일제강점기 서양식 업무시설의 건축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는 문화유산으로 보존되고 있다.

사무소 건물은 화강석으로 기단을 만들고 외벽은 벽돌을 쌓은 서양식 건물로, 정면 중앙의 출입구와 그 위쪽 창호 부분은 테두리에 꽃잎 무늬 형상의 인조석으로 치장하여 붉은 벽돌과 대비를 이루며, 지붕은 서양의 전통적인 양식인 평지붕과 사면 경사지붕이 결합된 이중 경사지붕인 맨사드지붕으로 올려져 있다. 사무소 옆에 벽돌로 지은 창고는 외관을 단순하게 처리하여 당시 창고 건축의 일반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

이 건물들은 오랜 세월을 우리 민족의 수난을 감내하며, 의연하게 버티어 오다가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보호되어 새로이 익산의 역사와 시민들의 삶을 담아내는 기록관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작년 12월 익옥수리조합 건물이 익산의 변천사와 시민들의 학문 및 교육, 문화·예술, 그리고 생활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록물을 한데 모아 기록관으로 재탄생하면서 시민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열어가는 공유공간이 된 것이다.

기록관은 기존 사무동과 창고동을 개조해 시민이 기증한 9,000여 점의 기록물을 전시·교육·체험 등으로 만나볼 수 있는 기록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였다.

내부에는 익산의 역사와 교육 변천사, 시민 생활사 등을 연대별로 잘 분류하여 도시와 시민들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주제로 꾸며졌다.

1층은 상설전시실과 보이는 기록 수장고, 익옥수리조합 금고, 기록물 기증자들을 위한 명예의 전당 등으로 구성했다. 기록을 통해 삶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발견하고 일제에 의한 근대 농업의 슬픈 역사와 기록관 조성 과정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이리 기차 폭파 사고를 이겨 낸 과정의 기록물을 통해 용기 있었던 시민의식 등을 볼 수 있다. 2층은 교육 기록물을 주제로 한 기획전시실과 교육·체험 공간, 기록작업실로 구성돼 있다. 교육 관련 기록은 기증 자료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전시를 통해 교육도시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3층 지붕층은 목조 트러스 기법이 적용된 맨사드형 지붕의 원형이 보존돼 있어 1930년대 건축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지붕층은 윤동주의 생애를 그린 영화 ‘동주’의 촬영지로 활용되기도 했다.

창고동에는 내부에 설치된 사진 기계로 찍은 사진이 큰 화면으로 전송돼 몰임감 있는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기록 실감 창고와 기록 우체국 등이 조성돼 있다.

익산시는 기록관을 조성하기 위해 2021년부터 민간 기록물 공모전을 통해 시민들이 기증한 기록물 9,000여 점을 수집하고, 기록위원회를 구성하여 체계적으로 분류하였으며, 디지털아카이브를 구축하여 모든 세대가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자료로 재탄생시켰다.

이와같이 국가등록문화유산인 건물에서 담아내는 일련의 작업들은 과거의 공간을 현재의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하였으며, 이 지역의 아픔을 극복한 시간들과 평범한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의 생명력을 회복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따라서 이 기록관은 시민에 의해 주도된 공간이라는 점에서 특별함을 더하게 되어 미래에 만들어질 문화유산의 산실 역할도 겸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승연(철학박사, 전북특별자치도 문화유산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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