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마트에서 키즈카페까지, 일상 속 안전 고민’ 완산소방 이홍상 소방위

제23회 대한민국 안전대상 국회의장상 수상
실생활 속 피난 안전성 높이는 연구 이어가

기사 작성: 김상훈 - 2025년 01월 14일 15시55분

대부분 사람들에게 소방관은 화재현장에서 불길과 싸우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그들의 업무는 단순히 화재 진압에 그치지 않는다.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예방과 연구에 힘쓰며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소방관들이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 완산소방서 이홍상(40) 소방위는 그런 소방관 중 한 명으로, 연구와 예방에 헌신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수년간 그는 다양한 연구 성과를 통해 업적을 쌓았다. 2020년 행정안전부 재난안전논문공모전 우수상, 2023년 소방안전연구 학술지 우수논문 장려상, 지난해 대한민국 안전대상 국회의장상 등 여러 분야에서 인정받았다.

이 같은 성과의 바탕에는 현장에서 경험했던 문제를 해결하려는 그의 강한 의지가 있었다.

지난 2011년 전주 덕진소방서에서 첫발을 내디딘 이홍상 소방위는 화재진압 대원으로 활동했다. 신임소방관이었던 그는 5층 상가건물 화재현장에서 소방시설이 설치만 되어 있을 뿐,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는 상황을 목격하게 됐다.

이 소방위는 “다행히 화재 규모가 크지 않아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당연히 작동할 줄 알았던 시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충격이었다”며 “그 경험은 제게 큰 경각심을 안겨줬고,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후 그는 PC방, 요양병원, 산후조리원 등 일상적 공간의 피난 안전성을 연구하며, 우리 주변 환경이 얼마나 안전한지 점검하기 시작했다. 특히 대형마트 피난 안전성을 개선한 논문은 2024년 소방안전연구 학술지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이 연구는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쇼핑카트가 화재 시에는 얼마나 심각한 장애물이 되는지를 주목했다. 실제 마트 내부 구조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좁은 통로와 카트 배치가 대피 경로를 막아 피난 시간을 크게 지연시키는 원인으로 밝혀졌다. 반면 통로를 넓히고 카트를 재배치하면 피난 시간이 최대 2분 이상 단축될 수 있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또 다른 성과 중 하나는 대한민국 안전대상 국회의장상 수상 영광에 큰 역할을 한 타이머 모터 장착 옥내소화전 개발이다. 기존 옥내소화전은 밸브를 직접 열어야 하는 방식으로, 호스를 든 사람과 밸브를 여는 사람 2명이 필요했고 방수 압력이 높아 노약자나 여성이 사용하기 어려웠다. 이에 이 소방위는 버튼 하나로 밸브가 자동으로 열리도록 설계해, 노약자나 여성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듯 그의 연구는 일상 속에서 쉽게 간과되는 문제들을 깊이 들여다보는 데서 시작했다. 이 소방위는 “마트나 요양병원 같은 시설을 방문할 때마다 이곳이 과연 안전할지 고민하게 된다”며 “이런 고민들이 연구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다양한 시설의 안전을 고민해 온 그는 최근 키즈카페의 안전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키즈카페는 어린이가 많이 모이는 공간으로, 가연 물질이 많고 화재 발생 시 대피가 쉽지 않다는 점이 주요 문제로 지적된다. 그는 “아이들이 비상구를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안전한 대피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연구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이홍상 소방위는 예방 분야에서 더 깊이 있는 연구와 실무를 통해 전문가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법과 규제를 바탕으로 소방설비가 빠짐없이 설치되고, 제대로 작동하도록 점검과 개선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방분야 전문가가 돼 안전한 대한민국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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