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금요수필]새로운 시작의 문턱에서

윤철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1월 16일 13시28분

을사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라고 해서 새 하늘과 새 땅이 열리고 세상의 모든 것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정갈한 마음으로 옷깃을 여미며 맞이했던 새해 첫날이 밝은지 벌써 보름을 넘긴 1월 중순이다. 신정을 지내는 사람들의 을사년은 벌써 시작됐으나 설을 쇠는 더 많은 사람은 갑진년 한해의 끝을 마무리하는 음력 섣달을 보내고 있다. 끝과 시작이 맞물리는 1월은 일 년 열두 달 중에서 제일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양력 설날과 음력 설날이 같은 달에 들어있어 그 의미가 더 깊은 것 같다.

세월은 영원할 것처럼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끝이 없다는 것은 영원하다는 좋은 의미도 있지만, 수와 양을 헤아리기 어렵고 자칫 나태함과 지루함에 빠지기 쉽다는 우려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고 단지 느낄 뿐인 세월을 눈으로 인식하고 손으로 헤아릴 수 있도록 숫자로 변환시켰다. 하루는 24시간, 1년은 365일로 자르고, 계산이 쉽도록 1년 365일을 열두 달로 묶었다. 그리고 하루나, 한 달이나, 한해의 끝맺음을 마침표로 끝내지 않고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 붙였다. 그런 까닭에 어제의 끝에서 오늘이 시작되고 지난해 12월 끝 날이 새해 1월 첫날로 바로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은 세월이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세상만사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이다.

지난해의 끝과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이 맞물리는 이맘때면 자연스럽게 지난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한 해를 설계하며 마음의 다짐을 하게 된다. 끝의 섭리는 기간 중의 성장과 깨달음을 확인하고 수확하는 일이며, 시작은 설렘과 기대가 충만한 희망의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양력으로는 새해이고, 음력으로는 한 해의 끝 무렵인 섣달이다. 시간의 끝과 시작은 대립적인 개념이 아니다.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앞선 시작의 끝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서로 이어진 상호 의존적인 관계이다. 끝을 받아들이는 것이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첫걸음이며 새로운 시작은 또 다른 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과정 아니겠는가?

지난날을 반추하는 일은 늘 그렇듯이 아쉬움이나 미련으로 끝나고 후회가 남기 마련이지만 그 후회마저도 잘 갈무리해야 하겠다. 갑진년을 잘 마무리하는 것은 을사년 새해를 소망하는 간절함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나의 소망은 소박하다. "해야만 하는 일”의 무게를 줄이고, “하고 싶은 일”에 귀를 기울이며 즐겨보려고 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도 자신을 돌보고, 소소한 기쁨을 만끽하는 순간들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 때로는 멈춰 서서 길가에 핀 꽃을 바라보고, 가벼운 산책으로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여유를 누리고 싶다.

아직은 빈 캔버스 같은 을사년엔 내 인생이 어떤 색깔로 어떻게 그려질까? 그림은 자신이 의도한 대로, 자신의 붓질 따라 그대로 나타날 뿐이다. 정답은 내 마음 안에 있다. 새로운 시작의 문턱에서 작은 걸음이나마 자족하는 마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한 해가 되기를 기도한다.

윤철 수필가는

'에세이스트' 신인상으로 등단, 전북수필문학회 회장 역임

(현) 전북특별자치도문인협회 부회장

수상 : 전북수필문학상, 새전북신문문학상, 리더스에세이문학상 등 다수

수필집 : '칸트에게 보내는 편지', '당신 가족은 안녕한가요', '나를 닮은 타인 그 이름 가족'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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