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달그락달그락] 특별해지고 싶은 당신에게 건네는 고요한 위로

① 청소년이 추천하는 청소년 소설, 김수빈, ‘고요한 우연’을 읽고

기사 작성: 청소년 기자단 - 2025년 01월 22일 16시13분

편집자 주: 대판민국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은 1984년부터 청소년 교양도서를 선정하고 보급하는 사업을 시행해오고 있다. 가치관 확립, 여러 절차를 거쳐 정서함양 등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책을 선정한다. 그러나 청소년기자단은 진정한 ‘청소년 추천도서’란 청소년들이 직접 선택하고 읽으며 스스로 느낀 점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청소년기자의 시선으로 뽑은 책을 독자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그렇게까지 특별해지고 싶은 마음은 없다. 드넓은 백사장에는 예쁜 조개껍데기도 있고 바다에서 떠밀려 온 미역 줄기도 있다. 그리고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모래알이 있다. 나는 그저 조금이라도 반짝이는 모래알이 되고 싶은 것뿐이다. 신발 끈을 안 풀리게 묶는다거나 지도가 필요 없을 만큼 방향감각이 좋다거나 가위바위보 승률이 유난히 높다거나, 이렇게 아주 사소하게 반짝이는 것만으로 충분한데. 그러나 나에게는 그마저도 없었다. 그 작은 반짝임 하나가. ” - p. 104

청소년 시절에, 혹은 현재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진 않은가? ‘나 같은 건 별거 아닌, 지극히 평범한 사람일 뿐이야.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이 책 '고요한 우연'은 자기 자신을 위와 같이 생각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수현은 평범한 고등학생. 자신을 특별한 거 하나 없이 생각하는 지극히 평범한 청소년이다. 어느 날 수현의 꿈속에 등장한 같은 반 남자아이 우연. 우연은 반에 한 명쯤은 있는 조용하고 혼자인 아이다. 꿈속에 나온 후 우연은 수현의 눈에 계속 거슬리게 되고 그를 지켜보거나 관찰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수현의 반에는 수현이 좋아하는 잘생기고 똑똑한 정후가 있다. ‘고요’라는 여자아이는 예쁘고, 공부를 잘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벽을 쌓은, 모든 호의를 무시하며 반감을 사는 행동을 하는 아이다. 반 아이들은 이런 고요의 책상에 쓰레기를 올려 두거나 사물함을 더럽히며 괴롭히지만 고요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어느 날, 수현은 우연히 이들의 SNS 계정을 알게 되고 자신임을 숨긴 채 대화를 나눈다. 이 과정에서 그들에게도 숨겨진 내면의 아픔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죄책감에 힘들어하는 수현. 수현은 과연 자신의 정체를 밝힐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는다면 주인공 수현과 자신을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책 속에서 수현은 어떠한 행동이 올바르고 선한 것임을 알면서도 쉽게 건네지 못하며 망설이고, 나서지 못하고 후회한다. 자기 자신을 지극히 평범하고 특별한 것 하나 없는 아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아마 많은 청소년이 그러지 않을까. 나보다 다양한 면에서 뛰어나고, 무언가를 특출 나게 잘하는 아이들을 보면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말한다. 특별 한정판은 아니어도 누군가에게 꼭 필요했던 존재, 그거 하나면 충분하다고. 명왕성처럼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더라도, 꼭 행성이 될 필요는 없다고. 어떤 이름으로 불리더라도 세상에 하나뿐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다른 항성의 빛을 반사해서 반짝이는 금성처럼. 스스로 빛을 내지 않아도, 금성은 지구에서 가장 밝게 보이는 별이다. 이처럼 작가는 주인공 ’수현‘을 통해 독자들에게 자신을 사랑해주라고, 꼭 안아주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작가는 책에서 SNS라는 숨겨진 세계를 강조하고 있다. 수현은 자신이 누군지 밝히지 않고 고요, 우연, 정후에게 다가간다. 그들은 너무도 쉽게 자신의 속 얘기를 꺼내며 위로하고, 위로받고 싶어 한다. 책 속에서 작가는 우리가 항상 보는 것은 달의 앞면뿐, 뒷면은 절대 볼 수 없다는 것을 사람의 내면과 비유해서 말하고 있다. 자신이 사는 세계가 전부인줄 아는 어리고 성숙해지는 시기에 숨겨진 아픈 내면들. 작가는 이 점을 SNS라는 세계를 통해 조심스럽고 편안하게 드러내며 나와 같은 청소년들을 위로하고 있었다. 자신과 수현을 투영시켜 책을 감상하거나, 내면의 아픔을 위로받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책을 감상해보길 조심스레 권해본다.

사실 나도 수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극히 평범하고 특출난 것 없는 17살이다. 책을 읽고 나서 생각했다. ‘그래, 조건은 필요 없다. 그냥 살아가면 되는 거다. 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그 자체로 소중하고 살아갈 권리가 있는 나 그 자체로. 넓고 먼 세상을 탐사하며 나만의 빛을 내며 살아가야겠다!’ 세상의 많은 위로받고 싶은 수현이들과, 자녀의 마음을 이해해보고 싶은 부모님들, 청소년기 벌어지는 사건들을 감동과 함께 흥미로운 전개로 풀어낸 소설을 읽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자기 스스로를, 자녀의 마음을, 주변 친구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한다. /정예인 청소년 기자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이었던 명왕성은 달보다도 크기가 작다는 이유로, 궤도의 모양이 다른 별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행성이라는 이름을 빼앗겼다.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으니까."

이우연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는 듯이 말했다.

"나는 안타까웠어. 할 수만 있다면 기준을 바꿔서라도 행성이라는 이름을 다시 붙여 주고 싶었어. 그땐 미처 몰랐거든. 우리가 어떤 이름으로 부르든 명왕성이 별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꼭 행성이 될 필요는 없는 거야." - p. 231

취재후기

평소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책 추천 기사를 쓰게되어 기쁘다. 많은 사람들이 책의 재미와 감동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읽고 감명받은 소설이 이으면 기사로 더 남겨볼 생각이다 .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청소년 기자단 기자의 최근기사

[달그락달그락] 특별해지고 싶은 당신에게 건네는 고요한 위로

Leave a Comment

많이 보는 기사

국가유산청·완주군의 국가유산활용사업 마무리

전북동부문화유산돌봄센터, 국가유산 관리 현장직무훈련 시행

'특별한 동행' 도새마을부녀회, 백일홍회 간담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