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방치된 벙커…들어가 보니 눈앞에 펼쳐진 건 우주

완산벙커 문화관광시설로 탈바꿈, 다음달 5일 개방
입장료 1만원은 ‘글쎄’…빈약한 콘텐츠는 개선점

기사 작성: 양정선 - 2025년 01월 22일 17시13분

전주 동완산동에 위치한 땅굴형 방공호 `완산벙커'가 미디어아트를 활용한 문화관광시설인 `완산벙커 더 스페이스'로 탈바꿈을 하고 시범 운영에 들어간 가운데 22일 이곳을 방문한 초등학생들이 `차원의 문' 코너에서 수많은 입자들이 시시각각 모양을 달리하며 변화하는 세상과 만나고 있다./이희철 기자

전주 완산공원에는 지난 1973년 지어진,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시설이 하나 있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이름은 군 통신시설 완산벙커. 하지만 이곳에는 숨겨진 비밀이 하나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현실과 다른 차원이 연결된다는 것이다.

“안녕! 멀티버스의 에너지가 흘러넘치는 완산벙커 더 스페이스에 온 걸 환영해!” 작은 화면 속에서 반긴 토끼는 입장객에게 ‘전주시 특급 비밀요원’이라는 새로운 신분을 선물한다. 이 출입증은 다음달 5일부터 요원들을 우주로 보내 줄 예정이다.

△충무시설 완산벙커…문화 옷 입고 시민 품으로

전주의 새로운 문화관광시설이 될 ‘완산벙커 더 스페이스’는 과거 전시 상황을 대비해 지어진 땅굴형 방공호다. 복도에 여러 방이 연결된 개미굴 형태로 지어진 이곳은 지난 2005년 전북특별자치도청이 효자동으로 이전하면서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고구마 저장고 등에 불과했던 이 시설은 ‘폐쇄된 방공호와 연결된 멀티버스를 비밀요원이 탐험한다’는 주제로 올해부터 관람객을 만난다.

공간은 미디어아트를 활용한 10개의 콘텐츠룸 등 총 15개의 방으로 꾸며졌다. 메인 포토존이 될 ‘차원의 문’의 경우 LED 모듈과 거울을 활용해 시시각각 변하는 화려한 빛을 담았다. 또 다른 공간은 우주선 그 자체로 활용돼 다중 우주 세계로 떠나는 듯 한 환상을 준다. 내가 만든 외계인과 우주선을 우주로 떠나보내는 것도, 포털을 넘어온 외계인과 인사하는 것도 가능케 했다.

△입장료 1만원의 가치는 물음표…빈약한 콘텐츠는 개선점

체험 콘텐츠 등 이용을 고려해 예상되는 관광 소요 시간은 40~50분이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1만원으로, 전주시민이나 한옥마을 경기전을 방문한 관광객 등은 8,000원에 이용 가능하다.

문제는 현 콘텐츠만으로 만족감을 줄 수 있냐는 것이다. 벙커 내 10개의 공간에서 체험이 가능한 곳은 ‘우주방주’, ‘멀티버스’, ‘에일리언’ 3곳이 전부다. 이마저도 다중 체험 공간은 1곳에 불과하다.

공간 활용도가 떨어지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대부분의 공간이 영상콘텐츠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촬영 명소를 찾는 MZ세대는 제대로 저격했지만, 사진촬영을 위해 1만원을 투자할지는 의문이다. 특히 완산벙커의 정체성을 담은 ‘우주의 지도’ 공간의 경우 무음 영상만으로는 “천상열차분야지도에 숨겨진 이성계의 이야기”라는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한계가 따랐다.

시 관계자는 “콘텐츠 설명 미흡이나 부족 문제 등은 인지하고 있고, 개선을 위해 오디오 가이드 도입 등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정식 개관 전까지 관람환경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완산벙커는 전주시가 직영 운영하며, 매주 화~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고, 한옥마을과의 연계성을 위해 휴일과 공휴일에는 셔틀버스도 운행할 예정이다. /양정선 기자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양정선 기자의 최근기사

방치된 벙커…들어가 보니 눈앞에 펼쳐진 건 우주

Leave a Comment

많이 보는 기사

국가유산청·완주군의 국가유산활용사업 마무리

전북동부문화유산돌봄센터, 국가유산 관리 현장직무훈련 시행

'특별한 동행' 도새마을부녀회, 백일홍회 간담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