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온누리]목우회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1월 30일 13시20분

1960년대 이후 추상화가 현대 미술의 대세가 되면서 구상화는 구시대 미술로 여겨져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도 구상화의 영역에서 착실하게 독자적으로 작품 세계를 확장하는 소중한 작가들이 많다. 어렵고 난해한 추상화 대신 현실의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구상 작품으로 자신의 취향을 채우는 컬렉터들도 여전하다. 공공 미술 기관은 추상화 일색인 미술계에서 이러한 작가들의 작품을 다양한 기획을 통해 소개해 전시의 다양화에 기여해야 할 책임이 있지만 쉽진 않다.

나무 아래에서 맹세를 하는 일은 한국과 중국 등에서 종종 보인다. 목우회(木友會)는 한국 구상화단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단체이다. 목우회는 나무 목(木), 벗 우(友). 나무아래 모인 벗을 뜻한다. 그 이름은 1958년 6월 도상봉, 손응성, 이병규, 이종무, 이종우화백 등이 덕수궁 고목나무 아래에 모여 창립한 데에서 기인했다. 1993년에 사단법인으로 등록, 현재에 이른다.

반듯하고 질서 있는 선, 과하지 않은 색과 충분히 이해 가능한 조형 개념. 붓을 든 이의 개성있는 시선을 담되, 인물과 풍경, 사물을 사실적으로 화폭에 펼쳐내는 구상(具象)의 미학은 한 마디로 착실하다. 한국 근현대 서양화단의 한 명인 천칠봉(千七峰, 1920~1984)선생은 전주에서 출생, 양화를 보기도 배우기도 어려웠던 시절, 풍경을 보는 것으로 서양의 미술을 배웠다. 1963년엔 목우회가 주최한 제1회 공모전에서 2등상에 해당하는 ‘합동통신사장상’을 수상하고 1964년 목우회원으로 추대된다. 그렇 게해서 제9회 목우회 자화상전은 중앙공보관 제1전시장에서 열렸다.

그림의 '구상'은 정말로 구시대적인 걸까. 사실적이고 묘사력과 비례감각이 뛰어난 김춘식(1947~)의 ‘포구(1977)’는 바다를 삶의 터전 삼아 살아가는 인물의 담담한 표정과 세밀한 묘사가 돋보인다. 그는 전북 삼례출신의 작가다. 해방 전에는 서양화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교육 기관이 없었다. 그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각 지방의 특색이 담긴 산천초목의 모습과 각 지역에서 노동하며 살아가는 인물들의 일상을 화면에 담아낸다. 이기전(10대), 박인호(14대), 김춘식(15대)은 전북출신 목우회 이사장이다. 하반영, 박남재 화백 등은 전북지회장을 지냈다. 이기전 이사장은 2013년 '한국구상미술 목우회 57년'을 펴냈다.

이백의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는 복숭아, 자두꽃 만발한 봄날 밤 도리원에서 연회를 열고 친척,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시를 쓴 내막을 서술한 작품이다.'도원결의(桃園結義)'는 유비, 관우, 장비가 복숭아나무 숲에서 의형제를 맺었다는 이야기를 뜻하는 말이다. 손오공이 훔쳐 먹고 벌을 받는 복숭아는 여신인 서왕모가 사는 곤륜산에서 나오는 복숭아로 먹으면 3.000년을 산다는 과일이다. 복숭아는 그러니까 신선이 먹는 천상의 과일이다. 삼국지의 '도원결의', 도원명의 '무릉도원' 그리고 '서유기'의 복숭아는 모두 하늘과 연결돼 있다. 당신은 연초를 맞아 어느 하늘, 어느 나무 아래서 누굴 만나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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