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겨울은 한파 영향예보와 함께

기사 작성: 양정선 - 2025년 02월 02일 13시04분

한 해가 시작되면 ‘겨울’이란 계절을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연말의 감정과는 사뭇 달라지곤 한다. 만물을 얼릴 듯이 매섭게 부는 찬 바람과 온 세상을 덮을 듯 내리는 눈을 보고 있자니 선뜻 ‘시작’과 함께하는 계절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리라. 하지만 사실 겨울은 많은 것이 시작되는 계절이다. 대지는 겨우내 갈무리한 씨앗을 땅속 깊숙이 보듬어 싹을 틔우기 위한 준비를 하며, 동물들은 치열한 경쟁에 대비해 에너지를 비축하고 매무새를 가다듬는다. 그리고 우리도 의지를 불태우며 신년 계획을 세우고,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내기 위해 힘차게 첫 삽을 뜬다.

겨울은 이렇게 의미 있는 계절이며, 겨울철 날씨는 다양한 분야에서 빛과 소금과도 같은 역할을 하여 사회‧경제적 가치를 더한다. 겨우내 내린 눈은 대지에 소복이 쌓여 보리, 마늘 등 농작물의 보온과 밭작물에 수분 공급을 하고, 스키장의 설질을 높여 안전한 스포츠 활동을 돕는다. 또한, 차가운 바람은 강원도 덕장에 줄줄이 엮인 황태의 얼고 녹음을 도와 탱탱한 육질을 만들고, 쌓인 눈은 황태 속에 스며들어 부드러움을 더해 우리에게 맛있는 밥상을 선사한다.

이처럼 매년 제 역할을 다하는 겨울이지만,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 그 이유는 겨울의 매서운 추위와 많은 눈, 짧은 일조 시간이 인간의 신체와 감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줌과 동시에 각종 피해를 불러오기 때문일 것이다. 먼저, 해마다 겨울철 한파와 대설로 곳곳에 각종 사고가 잇따르는데, 지난해 11월 26일에는 서울에 첫눈을 시작으로 28일 진안에 25.7cm의 무겁고 많은 눈이 쌓이면서 시설하우스가 무너졌고, 도로 미끄럼으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또한, 2021년 1월 8일엔 진안의 아침 기온이 영하 24.3도까지 내려가는 등 전북 도내 전역에서 영하 20도를 밑도는 추위로 수도관 동파, 양식장 어류 폐사 및 농작물 냉해 등 여러 분야의 피해가 발생했다. 그리고 겨울철 짧은 일조 시간은 계절성 우울증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급격한 기온 변화는 체내 면역력을 떨어뜨려 협심증이나 고혈압 환자에게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을 높이고 저체온증, 동상 등 한랭 질환을 발생시켜 겨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운다.

차가운 날씨로부터 우리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고 겨울의 가치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기상정보를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기상청에서는 한파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줄이고자 2020년 11월부터 ‘한파 영향예보’를 운영하고 있다. 한파 영향예보는 실효성 있는 방재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해 분야별‧위험 수준별 한파 영향정보를 제공한다.

한파 영향예보는 보건, 산업, 시설물, 수산양식, 농축산업, 기타 등 6개 분야에 대해 위험 수준을 관심, 주의, 경고, 위험 4단계로 구분하여, 한눈에 한파 위험을 인지할 수 있도록 가독성을 높였다. 한파 위험 수준이 관심 단계 이상으로 예상될 때 전일 11시 30분에 시·군 단위의 육상예보 구역을 대상으로 대응 요령과 함께 발표하며, 기상청 날씨누리와 날씨알리미 앱, 기상청 API허브 등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또한, 기상청에서는 어르신과 취약계층,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파 관련 맞춤형 정보 생산과 서비스도 시행 중이다. 특히, 이번 겨울엔 한파에 취약한 어르신을 대상으로 ‘어르신-보호자 연계 한파 영향예보 직접 전달 시범서비스’를 실시하여, 어르신들이 한파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내일은 영하 10도입니다”와 같은 정량적인 기상정보만으로는 날씨의 위험성을 체감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파로 인한 영향과 피해 정도를 대응 요령과 함께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한파 영향예보 정보와 함께라면, 한층 더 계획적인 한파 대응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파 영향예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모두 안전하고 따스한 겨울을 보내길 바란다.

/기상청장 장동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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