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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강한 홍보, 쉬운 홍보, 열린 홍보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2월 02일 13시20분

유튜브가 대세인 시대, 충주시의 유튜브 채널, ‘충 TV’를 즐겨 본다. ‘충 TV’는 공공기관의 홍보 콘텐츠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자유롭고 파격적인 내용의 영상으로 일반 국민의 관심을 끈다. 담당 주무관이 방송에서 밝힌 이야기에 따르면 공무원 조직의 특성상 윗분의 검토가 많다 보니, 보고 시스템에 먼저 보고한 직후에 영상을 올린다고 한다. 왜 보고를 안 했냐고 야단치면, 보고드렸는데 못 보셨냐고 능청맞게 넘어가다 보니 결국은 승인하더라는 것.

채널이 인기를 끌다 보니 구설에 오른 적도 있다. 여고생을 인터뷰하며 당시 사회적 이슈를 희화화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자숙하는 의미로 한 달 동안 영상을 올리지 않았는데, 다시 복귀하면서 사건의 당사자인 본인이 관아에서 곤장을 맞고 귀양 가는 영상으로 큰 웃음을 주었다. 귀양 길에서도 중간중간 날린 충주의 절경 소개 멘트는 포복절도를 유발하였다.

충주역에 KTX가 새로 정차하게 되었다는 영상에서는 직접적으로 그 사실을 알리는 내용은 단 한 꼭지도 안 나온다. 대신 홍보맨이 플랫폼에서 출발하는 KTX와 달리기 경쟁하는 영상으로 그 사실을 강렬하게 각인시킨다. 수없이 많은 댓글이 달렸고 ‘충주시 홍보맨은 천재다.’라는 댓글과 실제 KTX 기관사가 올린 ‘분하다. 다음엔 꼭 이기겠다.’라는 댓글은 압권이었다.

공무원의 홍보에 대해 국민이 생각하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한 것이 충주시 홍보맨의 성공 비결이라 할 수 있다. 공무원의 홍보는 일단 너무 튀지 않게 점잖아야만 하고, 정보 중심으로 우리가 잘한 점을 각인시키는 데 중점을 두며, 새로운 시도에 보수적이다. 그러다 보니 감각적이고 이미지를 중시하는 새로운 트렌드에 부합하지 못하고 재미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짧지 않은 기간 공무원의 홍보 업무를 하면서 많은 고민과 함께 새로운 시도에 도전해 보았다. 연애 잘하는 놈이 홍보도 잘한다는 농담을 종종 하지만 홍보는 자신에 대한 어필이다. 자신의 어필은 자신이 속한 조직에 대한 어필이고, 그 조직이 만든 정책에 대한 어필로까지 이어진다. 홍보 업무를 하며 주창해 왔던 ‘밥상머리 홍보’라는 개념도 이러한 인식에서 나왔다.

명절날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 공무원의 집안 어른들이 모인 상황을 가정해 보자. 친척들이 같이 밥을 먹는데 TV에서 그 공무원이 속한 조직의 홍보가 나왔다고 치자. 어른들이 물어본다. “○○야. 네가 일하는 데네. 저게 무슨 내용이야?” 하고 물어볼 때 “나도 몰라. 우리 부서에서 하는 일 아냐. 밥이나 먹어.” 하고 넘어갈 친구들이 많을 것이다.

그에 반해 자신이 속한 조직을 사랑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친구들은 “응. 그거 대충 이런 내용이야. 자세히는 모르지만, 저 정책 만든 부서 정말 열심히 했고 국민한테 잘한다고 칭찬 듣고 있어”라고 대답하기도 할 것이다. 이런 친구들이 많은 조직이 홍보를 잘하는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형태의 홍보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공무원 조직의 홍보는 ‘강한 홍보, 쉬운 홍보, 열린 홍보’가 되기를 바란다.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정책들은 국민의 뇌리에 강하게 각인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홍보 전략은 기획 단계부터 치밀해야 하고 다양한 매체와 홍보 수단의 이용은 필수적이다. 국민이 많이 찾는 길목에서 선제적으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무원의 홍보 언어는 쉬워야 한다. 공무원 조직의 특성상 관료적이고 권위적인 용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런 용어로는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내가 쓰는 글, 말하는 단어 하나에 이런 요인이 없는지 항상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내용을 말하는 것도 홍보의 기본이다. 정책 서비스를 넘어 홍보 서비스까지 국민의 시각에서 접근하는 열린 마음과 다르게 생각하기는 이제 공무원이 장착해야 할 필수 요건이 되고 있다.

‘강한 홍보, 쉬운 홍보, 열린 홍보’ 문화를 정착하고 격 높은 대국민 서비스를 위해 이제 공무원 조직은 홍보 담당 부서뿐 아니라 공무원 개개인 차원에서도 고민과 훈련을 해야 한다.

/국립식량과학원 작물기초기반과장 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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