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내 안의 우파니샤드

[책마주보기] 데이비드 갓맨의 '있는 그대로'(이지혜)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2월 03일 07시56분

존재의 물음에서 비롯한 고행 끝에 부처가 된 석가모니는 이미 산천초목 동시성불이 라는 깨달음에 이른다. 그 자신이 부처가 되고 보니 모든 것이 부처로 보이더라는 깨달음은 영혼의 경전이다. 이 같은 ‘진리’ 관련 인도 성자 중에 근현대를 아울러 우파니샤드의 가르침 그대로 참자아 탐구를 실현한 사람은 스리 라마나 마하리쉬이다. 그는 외부로 향하는 우리의 마음을 거두어 자신의 내면으로 집중하라고 설파한다.

마하리쉬는 불과 열여섯 살에 살아있는 자로서 죽음을 경험하게 된다. 신비로운 영적 체험 후 참자아는 육체나 마음과는 상관없고, 오직 순수 의식만이 유일한 실재임을 깨닫는다. 그가 깨우친 ‘참나’는 그것을 가리고 있는 자기 안의 그릇된 관념을 버릴 때 저절로 드러나는 본성이다. 버려야 할 그릇된 관념이란 습習을 말함인데, 이 습성은 오랜 시간 내면에 쌓인 에고의 찌꺼기이다. 따라서 참자아의 실재를 자각하기 위해서는 마음이 만들어낸 에고의 울타리에 자기를 제한하는 정신의 경향성을 소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양파껍질을 벗겨내듯 자기를 신체나 마음작용과 동일시하는 착각 즉 참나가 아닌 것을 한 겹씩 떼어내는 것과 같다. 이러한 구도 행위는 ‘나’를 알기 위해서라기보다 ‘나’라는 주체를 체험하기 위한, 자신이 누구인가를 묻는 ‘자아 탐구’의 수행이다. 자아를 가둔 무지의 장애물을 없앨 때 지혜의 빛은 스스로 빛난다. 이로써 존재하는 본성은 고요함과 평화로 가득하다. 무위의 침묵이 그를 감싼다.

진아(眞我)는 추구해야 할 새로운 목표가 아니라 본래 상태의 자기로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지 깨닫지 못했다는 의심만 버리면 된다. 그 궁극에는 깨달음만이 남는, 있는 그대로의 자기로서 존재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 지고한 존재의 가치는 분별을 초월하여 이타적인 행위로 현현된다.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와 친절, 선을 행함이 그것이다. 이렇듯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힌두교 수행법을 새로이 제시했던 마하리쉬는 생애 마지막까지 사람이나 동식물에나 겸손과 평등함으로 대했다.

극치의 아름다움에 사로잡힌 사람에게는 생각이 사라지는 것처럼 진아의 지복 속에서 말은 길을 잃어버린다. 라마나 마하리쉬는 침묵이야말로 그칠 줄 모르는 언어이며 완전한 가르침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준다. 침묵은 그 안에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막스 피카르트의 말처럼 빛이 충만해 있으면 발산되는 파장을 가늠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자 마하리쉬의 영적 울림은 오늘날에도 그 반향이 이어진다.

존재 인식에 관한 사유는 인류의 영원한 화두이다. 그 끝없는 의문들은 결국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근원적 물음에 닿는다. 그러나 본질적 물음조차 무화된다면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자기 탐구의 실천철학서로도 읽힌다. 이미지와 감각적 현상에 사로잡힌 이 시대, 우리의 우파니샤드는 무엇인가. 반세기 전 성자를 찾았던 사람들의 질문과 고민이 새삼 진중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현대를 사는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지혜 작가는

'미당문학’ 신인작품상으로 등단했다.

‘나주디카시’ 대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부안독서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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