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오늘과 내일]보은

이 시대 어둠을 밝혀 주는 희망의 보은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2월 04일 14시26분

보은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은혜를 갚거나 보답하는 것을 뜻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여기 요즘 세상에서 흔치 않은 보은에 대한 감동적인 일화를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오로지 손녀 하나만을 바라보고 양육하며 평생을 살아온 90세의 미국 할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아들과 며느리는 이혼하고 아들과 손녀 셋이서 단란하게 살았지만 아들이 그만 몹쓸 병에 걸려 먼저 하늘나라로 가게 되자 어린 손녀를 할아버지 혼자 양육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예쁘고 무럭무럭 자라나는 손녀를 보면서 슬픔을 잊고 재미있게 손녀와 지내게 되었던 것입니다. 세월이 흘러 늘 건강하시던 할아버지가 나이가 들어 옆구리를 잡고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보며 손녀는 할아버지 어디가 아프시냐고 여쭈어보자 할아버지는 20대에 6.25 한국전쟁에 파병이 되어 중공군과 싸우다가 그만 옆구리에 총을 맞아서 당시 의술로는 그냥 총알을 몸에 지닌 채로 사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사의 권유로 지금까지 아파도 그냥 지내오셨단 말씀을 하셨습니다. 젊었을 때야 그럭저럭 아파도 참고 지냈지만, 나이가 들고 면역력이 약해지니 그로 인한 합병증으로 여러 가지 몸의 상태가 안 좋으시다는 말을 들은 손녀는 수술을 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미국에서 수술을 하려면 수술비는 손녀가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비용이었기에 마음만은 간절해도 어찌할 수가 없어 가슴만 아플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가 자유를 위해 참전했던 대한민국이 눈부시게 발전하여 의술도 좋고 병원비도 저렴하다는 소식을 접한 손녀는 할아버지가 평생 자신을 위해 희생하신 것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기 위해서 치료를 해드려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고 할아버지를 모시고 한국으로 왔습니다. 병원에 입원하고 모든 검사를 마친 후 한국의 담당 의사는 “몸에 총알을 담고 지금까지 어떻게 사셨습니까?”하고 이유를 묻자 이에 할아버지는 “나는 6.25 한국전쟁 참전용사로 중공군과 격전 당시 얻은 훈장”이라고 설명을 하자 이 말을 들은 담당 의사가 “저희 할아버지도 6.25 참전용사였는데 총을 맞고 후방으로 후송되었지만 결국 열악한 의료시설과 낙후된 의술 때문에 결국 돌아가셨고 아버지가 의사가 되시려고 했지만, 가난으로 인하여 도저히 의학 공부를 할 수 없게 되어서 아들인 제가 의사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염증이 생겨 그냥 두면 안 되는 상황인데 정말 잘 오셨다”고 말하며 “저희 할아버지와 같은 참전용사를 수술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말을 했습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건강한 모습으로 완쾌되어 퇴원하게 되었습니다. 퇴원 절차를 준비하면서 손녀는 치료비가 많이 나왔을 거라 생각하며 큰 걱정을 하였습니다. 두려운 마음으로 계산을 하러 원무과에 갔는데 수납 창구에서 봉투 하나를 손녀에게 주었습니다. ‘치료비가 얼마일까?’ 떨리는 마음으로 봉투를 열어보지 계산서엔 ‘치료비 0원’에 미화 1,000달러가 들어있었습니다. 동봉한 작은 쪽지에는 “당신이 흘린 피로 지켜진 대한민국의 자유는 영원할 것입니다. 귀국하시거든 여생을 편안하게 오래오래 건강하십시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깜짝 놀란 손녀가 “이게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병원 측과 담당 의사가 치료비를 모두 부담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고마운 마음에 담당 의사를 찾았지만 의사는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퇴원하여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할아버지는 “전쟁 당시에도 한국 군인들은 듬직했고 정이 많은 병사들이었다. 한국이 놀랍도록 발전했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 정도로 발전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산은 붉은 흙과 돌들뿐이었고 참으로 가난한 나라였는데 울창한 산림과 빌딩 숲을 보니 내가 한국의 자유를 위해 싸운 보람이 있다.”고 말씀을 하시며 기쁜 마음으로 미국으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치거나 혹은 다치거나 실종된 참전용사 가운데 한 명인 할아버지를 따뜻이 대해준 의사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자유는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하는 문구가 새삼 가슴에 와닿습니다.

보은, 요즘같이 각박하고 힘든 세상에서 나에게 잘해준 것을 이용하여 나는 상대방에게 피해를 준 적이 없는지 또는 그것을 빌미로 가슴을 아프게 하지는 않았는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한번 떠나간 인연은 다시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한 해를 보내면서 2025년 새해 나는 주위의 가까운 이웃들에게 얼마나 많은 보은을 하고 살았을까?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감사함으로 보은하며 살아갔으면 합니다. 보은이야말로 진실한 만남을 만드는데 가장 큰 지름길이니까요.

/최홍(스피치라이터·동양웅변스피치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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